정선 하늘 아래 두위봉은 ‘신이 내린 작물’이라 불리는 아마란스의 꽃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마란스 씨앗은 중남미의 고대 작물로 쌀보다 탄수화물이 적고 단백질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어 그 가치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정선의 대표 농산물 곤드레도 키우고 있는데, 곤드레밥 만들 듯 아마란스를 섞어서 밥을 짓고, 곤드레 대신 아마란스 잎을 넣어 먹었더니 맛이 꽤 괜찮더라고요. 아마란스는 혈당을 조절하고 항산화 작용도 많이 해 두루 이로운 식물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혈당 조절과 항산화 효과 뛰어난 미래 작물
고대 아즈텍인과 잉카인의 주식이었던 아마란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량 작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글루텐프리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밀가루 대신 주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남미 페루에서 자생하던 아마란스(Amaranth)는 그리스어 ‘아마란토스(amarantos, 시들지 않는)’와 ‘안토스(anthos, 꽃)’가 합쳐진 말이다. 즉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다.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아마란스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최근에는 아프리카, 네팔, 인도의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되었다. 최근 20년간 중국, 러시아, 태국, 나이지리아에서도 수많은 농부가 아마란스를 재배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고랭지 지역인 강원도 정선과 평창에서 재배에 성공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아마란스 출하를 앞두고 있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영농조합’ 박상수 대표의 밭을 찾았다.
약 3만7천 평을 수놓은 아마란스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붉고 노랗고 초록빛을 띠는 아마란스밭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아마란스밭을 찾아간 때는 태풍이 온다는 날이었는데 다행히도 경로를 피해가 비만 후드득 떨어졌다.
“이제 곧 아마란스를 거둬 탈곡해야 하는데, 천만다행으로 태풍은 피해 갔지만 비가 와서 걱정이네요.” 박상수 대표가 씨가 꽉 차 제법 묵직한 아마란스꽃을 만지자, 슬쩍 만지기만 했는데도 까맣거나 아이보리 빛깔의 씨가 손에 묻어나온다. 통통한 가지는 단단해 보이지만 칼이나 가위 없이 손으로 꺾기만 해도 잘 부러진다. 정성스럽게 키운 아마란스가 태풍으로 쓰러지거나 굵은 빗방울에 씨가 떨어질까 봐 농부들은 애가 탄다. 아마란스는 씨앗을 발아시켜 20일 정도 키운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다. 5월 중순부터 심어 약 100~120일 정도 자라면 아마란스꽃에서 씨를 맺고 여문다. 곡식인 조만큼이나 작은 알갱이라 탈곡기를 쓸 수 없어 일일이 털어서 씨를 거둔다.
“아마란스가 척박한 땅에 잘 큰다고 해도, 땅이 건강해야 소출량도 많아집니다. 아마란스의 본고장인 페루에서는 1평당 350~400g을 거두는데, 올해 처음 시도했지만 1평당 1~2kg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큰비나 태풍이 오지 않으면 말이죠.”
아마란스 재배를 돕고 있는 ‘퀴노아농부’의 장호근 대표는 아마란스가 척박한 땅에서 곧잘 키가 크지만, 소출량은 땅의 기운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전한다. 아마란스는 기본적으로 지대가 낮은 곳보다 높은 곳에서 더 잘 자라며, 촉촉하고 배수가 잘되는 헐거운 땅에서 잘 자란다. 고랭지 농사를 짓는 강원도 정선이 아마란스 농사를 짓기에 제격인 것이다. 자연환경이 딱 맞아떨어지지만 박상수 대표는 건강한 땅을 만드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 농사 경험을 살려, 아마란스를 심기 전 친환경 유박 퇴비, 생선 발효제와 목초액을 배합해 만든 EM 비료를 뿌려 땅을 만들었다. 아마란스를 심은 뒤에는 1주일마다 한 번씩, 5회 정도 EM 비료를 뿌리고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한다. 아마란스가 자랄 만큼 자라고 씨를 맺기 시작하면 혹시라도 아마란스가 부러질까 봐 밭에 들어갈 수가 없다. 날씨가 잘 받쳐줘 씨가 단단하게 맺히길 바랄 뿐이다.
“정선의 대표 농산물 곤드레도 키우고 있는데, 곤드레밥 만들 듯 아마란스씨를 섞어서 밥을 짓고, 곤드레 대신 아마란스 잎을 넣어 먹었더니 맛이 꽤 괜찮더라고요. 아마란스는 혈당을 조절하고 항산화 작용도 많이 해 두루 이로운 식물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박상수 대표의 조언처럼 아마란스씨는 쌀과 섞거나 밀 대신 사용하면 된다. 쌀과 섞어 잡곡밥을 해 먹거나 가루를 내어 쿠키나 면을 만들 수 있다. 잎은 씁쓸한 맛이 나므로 살짝 데쳐 나물처럼 무치거나 쌈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장아찌를 담가도 맛있다. 또 아마란스씨를 빻은 가루를 수프나 스튜, 소스 만들 때 넣으면 농도를 걸쭉하게 해준다.
조리할 때는 아마란스씨를 넉넉히 잠기도록 물에 담가 휘휘 저어 물 위로 뜨면 건져둔다. 다시 물을 휘휘 저어, 가라앉았던 씨앗이 물 위로 뜨면 건지기를 반복해 미세 먼지를 없앤 뒤 요리한다.
- about nutrition
비름과에 속하는 아마란스는 탄수화물이 62%로 적은 대신 단백질이 17%나 되며, 칼슘, 철, 인 등 다양한 무기질을 지닌다.
당뇨와 혈압 저하 식물성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아마란스는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아마란스를 쌀과 섞어 밥을 지어 1년 이상 먹으면 혈당 수치가 낮아져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쇠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다. 또 잎을 말려 꾸준히 차를 마시면 혈압을 내려줘 고혈압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면역력 강화 아마란스에는 스쿠알렌 성분이 풍부한데, 이 스쿠알렌은 상어 간에서 추출한 간유와 같은 물질에서만 확인되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노화를 촉진하는 유해 물질인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동시에 호르몬 분비를 균형 있게 조절해준다. 또 면역력을 높이고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스쿠알렌은 세포에 흡수가 매우 잘되기 때문에 우리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흡수되어 나쁜 세균이나 중금속 등 오염 물질을 체외로 배출해준다.
장 건강에 효과적 장이 약해 장염에 걸리거나 설사병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 아마란스차를 꾸준히 마시면 큰 도움이 된다. 아마란스차를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물 3컵에 아마란스씨를 찻숟갈로 두 숟갈 넣고 약한 불에 5분간 끓여 식힌다. 여기에 아마란스잎을 넣은 뒤 30분 정도 우리면 된다. 차를 너무 차갑지 않게 하루에 두 잔씩 꾸준히 마시면 설사병과 장염은 물론 피부병, 치아염, 인후염 등에도 특효가 있다.
다이어트 아마란스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버금가는 고단백 식품이다. 식물성 단백질이 콩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어 굳이 육식을 하지 않고도 단백질 섭취가 충분히 가능할 정도여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단백질과 라이신, 타우린 등 균형 잡힌 아미노산 구성으로 달걀이나 우유에 버금가는 완전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섬유질도 풍부해 많이 먹지 않아도 금세 배가 불러 포만감을 쉽게 느낄 수 있고, 대변을 통해 콜레스테롤까지 원활하게 배출해주기 때문에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단백 식품 아마란스는 약 20%가 단백질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다른 곡물(오트밀, 보리, 밀, 옥수수, 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여느 곡물에서 찾아보기 힘든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매우 풍부하다. 칼슘과 인, 철분도 풍부하며 다른 곡물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한 영양소들이 아마란스에는 가득하다. 또한 곡물에는 거의 없는 타우린을 함유하며 쌀과 비교해 아스파트산은 3배, 아르기닌은 2.3배로 높다. 이처럼 이상적인 영양 비율을 자랑하기 때문에 어린이 이유식 대용으로도 훌륭하다. 중남미에서는 시금치 대용으로 활용되며 어린이 학교 급식 재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아울러 노인들의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과 백내장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어 연세 지긋한 분들의 영양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아마란스로 만든 별미 건강식
1. 아마란스꽃튀김
2. 아마란스잎쌈밥
3. 아마란스씨 생면국수
4. 아마란스백설기&아마란스쿠키
아마란스백설기&아마란스쿠키
에쎈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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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아마란스씨 90g, 쌀가루 800g, 설탕·물 8큰술씩, 무화과잼·시판 아몬드쿠키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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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란스쿠키
아마란스씨 적당량, 우유 60g, 포도씨유 50g, 황설탕 2큰술, 보릿가루 200g, 박력분 50g, 소금 약간
- 1
쌀가루에 물을 넣고 비벼 고운체에 내리고 설탕을 섞는다.
- 2
아마란스씨를 넣어 고루 섞는다.
- 3
시루에 면포를 깔고 설탕을 뿌린 뒤 쌀가루를 판판하게 편다.
- 4
끓는 찜기에 올려 센 불에 20분 정도 익힌 뒤 약한 불로 줄여 10분간 뜸을 들여 완성한다.
- 5
포도씨유, 우유, 설탕을 한데 섞는다. 보릿가루, 박력분, 소금을 한데 섞은 뒤 체를 쳐서 우유에 합한다. 여기에 아마란스씨를 넣고 반죽을 해서 냉장실에 30분 정도 숙성시킨다.
- 6
밀대로 얇게 펴서 원형 틀로 찍는다.
- 7
18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 정도 굽는다.
- 8
그릇에 무화과잼을 바르고 아마란스백설기를 올린다. 아마란스쿠키와 시판 아몬드쿠키를 부숴 모양을 내며 올린다.
아마란스씨 생면국수
에쎈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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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집간장 약간, 다시마 국물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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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
밀가루 150g, 메밀가루 100g, 아마란스씨 25g, 물 140g, 소금 약간
- 1
생면 재료를 모두 볼에 담고 반죽한다.
- 2
반죽을 30분 정도 숙성시킨 뒤 밀대로 얇게 민다.
- 3
칼을 이용해 적당한 너비로 자른다.
- 4
준비된 면을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바로 식힌다.
- 5
그릇에 면을 담고 다시마 국물과 집간장으로 간한다.
아마란스잎쌈밥
에쎈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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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아마란스잎 300g, 쌀 2컵, 소금 약간 된장소스 된장 4큰술, 고추장 1큰술, 들기름 1작은술
- 1
아마란스잎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없앤다.
- 2
쌀은 물에 씻어 30분 정도 불린 다음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 3
된장소스 재료를 한데 섞는다.
- 4
데친 아마란스잎에 한입 크기만 하게 밥을 쥐어 담고 된장소스를 바른 뒤 동그란 모양으로 감싼다.
아마란스꽃튀김
에쎈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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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마란스꽃 150g, 박력분 50g, 얼음물 50mL, 소금 약간, 튀김용 식용유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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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달걀노른자 4개분, 식용유 200mL, 레몬즙 45mL, 소금·설탕 약간씩
- 1
그릇에 달걀노른자를 풀고 소금과 설탕을 넣은 뒤 식용유 100mL와 레몬즙 20mL를 넣어 핸드믹서로 섞는다. 모든 재료가 잘 섞이면 남은 식용유와 레몬즙을 섞어 소스를 완성한다.
- 2
밀가루는 체에 내려 얼음물을 붓고 젓가락으로 살짝 저어 튀김옷을 준비한다.
- 3
아마란스꽃에 튀김옷을 입혀 170℃의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뒤 소금을 뿌린다.
- 4
접시에 소스를 모양내어 올린 뒤 튀김을 얹는다.
정선 하늘 아래 두위봉은 ‘신이 내린 작물’이라 불리는 아마란스의 꽃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마란스 씨앗은 중남미의 고대 작물로 쌀보다 탄수화물이 적고 단백질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어 그 가치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