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기온, 옷은 더 두꺼워지고 챙겨야 할 짐도 많아지지만 캠퍼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사랑한다. 그들이 말하는 참을 수 없는 겨울 캠핑의 즐거움.
겨울 캠핑의 매력
거의 매주 주말을 자연에서 보내는 김정아, 박병환 부부. 특별히 뭔가를 한다기보다 누워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먹고 마신다. 쉬고 싶은 주말이지만 자연 속에서 쉬는 것이 훨씬 좋다. 병환 씨는 5년 전 코오롱에 다닐 때 직원가로 싸게 텐트를 구입하면서 캠핑에 발을 들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캠핑의 매력에 빠져 고향 친구들을 하나씩 포섭해 캠핑의 길로 인도한 것. 친구 최교범 씨가 그 케이스로 3년 전부터 함께 캠핑을 다니고 있다. 입사 동기에서 연인이 된 부부는 공통의 취미였던 캠핑을 다니며 사랑을 키웠고 결혼 후 만삭 때까지도 열심히 캠핑을 했다. 태어난 지 10달 남짓 된 아들 진성이는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캠핑을 한 모태 캠퍼. 아이가 어리지만 겨울엔 추위를, 여름엔 더위를 적당히 느끼면서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공기 좋은 곳에서 나무와 풀도 보고 별도 보면 아이도 재미있고 정서에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크면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겨울엔 챙겨야 할 짐이 많고 당연히 씻는 것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여름보다 겨울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캠핑장이 붐비지 않고 벌레도 없다. 또 겨울의 노천온천같이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아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준비해야 할 필수품은 전기장판. 모여서 밥을 먹거나 한잔 할 때는 핫팩이나 담요도 있으면 좋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엉덩이에 핫팩을 붙이길 추천한다. 오토캠핑장에 온수 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샤워실에서 이동할 때 추우니 근처 사우나에서 씻으면 캠핑이 한결 수월해진다. 금요일 밤 캠핑 오기 전에 집에서 씻고 출발해 당일엔 이만 닦고 자는 것도 팁. 겨울 캠핑에서만 남길 수 있는 추억도 많다. 언젠가 하루는 자고 일어났는데 숲 속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있었다. 도심에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한다. 햇빛 아래 반짝이며 천천히 내리는 눈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던 순간 행복함을 느꼈다. 캠핑은 바쁘고 힘든 삶 속에서 잠시나마 도시를 떠나 다른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다.
겨울이 더 좋은 추천 캠핑장
1. 남양주 팔현캠프와 진우네 캠핑농원
2.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오토캠핑장
3. 강원도 원주 그린애캠핑장
리얼 캠핑 요리
매주 캠핑을 하는 만큼 매번 거창한 요리를 하진 않는다. 집에서만큼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없고 화력도 좋지 않으니 쉬운 레서피가 미덕임은 당연지사.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하고 개수대 갈 일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양념장은 집에서 만들어 가져오고 밑 준비도 해온다. 저녁에는 주로 고기를 구워 먹는데 추운 날씨에 돼지고기는 기름이 금세 굳기 때문에 쇠고기를 준비하는 편이다.
캠핑이 처음이거나 요리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면 애초에 실패하지 않는 메뉴를 고르는 것이 좋다. 고기나 관자치즈구이가 그렇고 김치, 스팸, 달걀을 넣은 요리나 수육, 닭볶음탕, 갈비찜처럼 오래 끓이며 익히는 메뉴는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시판 양념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 특히 겨울엔 뜨거운 국물 요리가 필수다. 어묵탕은 단골 메뉴 중 하나인데 새우 한 마리를 넣으면 국물이 더 시원하고 비주얼도 좋다.
시내와 가까운 캠핑장은 치킨이나 짜장면 같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다. 구입한 음식을 포장해와서 먹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회, 등갈비, 순댓국, 곱창볶음을 추천한다. 마트에서는 커리와 난을 자주 구입하고 번데기 통조림으로 번데기탕을 끓이기도 한다. 캠퍼들의 필수품 중 하나인 코베아의 3웨이 올인원 멀티 스토브는 전골 팬, BBQ 그릴, 야외용 레인지까지 3가지 기능을 해 다양한 요리에 유용하게 쓰인다. 기존 버너처럼 동그랗게 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길게 두 줄이 들어와 음식이 고르게 익는다.
삶은 꼬막
- 10min, 3인분
- “요즘 술안주로는 꼬막만 한 게 없죠.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삶기만 하면 되는데 맛은 보장할 수 있어요.”
- 재료 : 꼬막 1kg, 물 적당량 양념장 청양고추 1개, 진간장 3큰술, 매실청·들기름·다진 마늘·다진 대파·고춧가루 1큰술씩, 통깨 1작은술
- 1
꼬막은 찬물에 깨끗이 씻어 물을 충분히 넣어 삶는다. 제철 꼬막은 살이 꽉 차서 해감하지 않아도 된다.
- 2
청양고추는 잘게 다지고 나머지 양념장 재료와 잘 섞는다.
- 3
꼬막 껍데기가 벌어지면 건져내고 껍데기를 벗겨 양념장 또는 초고추장을 곁들인다.
차돌박이샐러드
- 15min, 2인분
- “고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빨리 익는 차돌박이를 즐겨 먹죠. 처음엔 구워 먹다가 된장국을 끓여 샤부샤부로 먹고, 샐러드로도 변형해서 다양하게 즐겨요.”
- 재료 : 차돌박이 150g, 양파 ½개, 슬라이스치즈 2장, 오리엔탈드레싱 2큰술(드레싱 레서피는 p.179 참조)
- 1
양파는 0.7cm 폭으로 채 썰어 그릇에 담는다.
- 2
치즈는 X자로 4등분하고, 오리엔탈드레싱을 만든다.
- 3
차돌박이를 노릇하게 구워 양파채 위에 치즈와 함께 올린 뒤 드레싱을 끼얹는다.
김치삼겹볶음밥
- 25min, 3인분
- “가끔은 TV 프로그램에 나온 메뉴를 따라 해보기도 해요. 만드는 재미도 있죠. 보통 남은 삼겹살로 볶음밥을 만드는데 고기는 뼈가 없는 것을 구입하는 게 좋아요. 즉석밥은 익히지 않고 바로 넣어야 식감도 좋고 간편하죠.”
- 재료 : 삼겹살·김치 200g씩, 햄 70g, 즉석밥 3개, 조미 김·모차렐라치즈 적당량씩
- 1
팬에 삼겹살을 굽고 가위를 이용해 작은 크기로 자른다.
- 2
햄은 잘게 다지고 김치는 작게 썬다. 김은 비닐백에 넣어 부순다. 김자반을 사용하면 좋다
- 3
①에 김치를 넣고 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햄을 넣어 볶는다. 익히지 않은 즉석밥을 넣어 충분히 볶은 뒤 김을 넣어 잘 섞는다.
- 4
모차렐라치즈를 뿌리고 뚜껑을 덮어 치즈가 녹으면 먹는다. 치즈 대신 달걀프라이를 올려도 좋다.
무굴국
- 30min, 3~4인분
- “라면만큼 쉬운 국이에요. 제철인 굴과 무로 조미료 없이도 시원한 감칠맛을 낼 수 있죠.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그만인데, 아기와 함께 먹을 수 있어 더 좋아요.”
- 재료 : 무 ¼개(200g), 굴 1봉지(150g),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½큰술, 물 적당량
- 1
무는 나박나박 썰거나 기둥 모양으로 먹기 좋게 썬다.
- 2
찬물에 무를 넣고 푹 끓인다.
- 3
굴은 찬물에 깨끗이 씻는다.
- 4
무가 익으면 굴을 넣고 다진 마늘과 소금을 넣어 한 번 끓인다.
사과치즈샐러드
- 10min, 3인분
- “아침이나 브런치로 커피, 빵과 함께 먹기 좋은 샐러드예요. 오리엔탈드레싱은 샐러드뿐 아니라 고기 소스로 활용할 수 있어서 꼭 챙기죠.”
- 재료 : 샐러드채소(양상추 등) ½통, 사과 1개, 양파 ½개, 큐브치즈 8개, 아몬드 5개, 잣 1큰술
- 오리엔탈드레싱 : 간장 2큰술, 매실액·올리브유 1큰술씩, 다진 마늘 ½큰술
- 1
샐러드채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 2
사과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슬라이스한다. 양파는 채 썬다.
- 3
넓은 접시에 샐러드채소를 담고 사과와 양파, 큐브치즈를 올린다.
- 4
오리엔탈드레싱을 만들어 ③에 뿌리고 부순 아몬드와 잣을 올린다.
캠퍼의 주방 엿보기
잠을 자거나 쉬는 공간 외에 요리와 식사를 위한 키친 겸 다이닝 공간은 따로 타프에 마련했다. 난로를 켜면 내부 공기가 금세 훈훈해져 추위도 두렵지 않다. 가운데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한쪽에는 마치 소꿉놀이처럼 아기자기하게 주방이 차려진다. 간이 주방이자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키친박스 또는 척박스라고 하는데 하나는 병환 씨가 직접 나무를 재단해 만들었다. 또 하나는 친구 교범 씨의 것으로 국내 캠핑가구 브랜드 우기노키 제품. 잘 접으면 하나의 박스로 만들어져 이동하기 쉬워진다.
캠퍼들이 고른 주방용품은 먼저 가볍고, 접거나 넣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하나처럼 보이지만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또 개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한 디자인도 특징. 은색이었던 아이스박스에는 하나하나 카무플라주 무늬를 입혀 도색하고 좋아하는 브랜드 로고를 넣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스탠드 가스버너도 빨간색으로 도색한 것. 때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캠핑을 하다가 같은 제품이 뒤바뀌기도 해 스티커를 붙이거나 이니셜을 새겨 자신의 것임을 나타낸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들은 캠핑뿐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하기도 좋다. 캠핑용품은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하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많이 찾는데, 캠핑을 자주 하는 경우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구입하면 고장이 나거나 불편해서 다시 구매하는 일이 적다.
1. 일본에서 구입한 소토 토치. 버너에 불을 붙이거나 라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참치나 쇠고기 다타키 요리에도 사용한다. 2. 캠핑 시 젓가락을 잃어버리거나 남의 것과 섞이기 쉬운데, 분리형 젓가락으로 전용 주머니에 담아 목에 걸어 보관할 수 있다. 3, 8. 가벼운 티타늄 소재는 캠핑 제품에 많이 사용된다. 포크 숟가락은 하나로 식사가 가능하고 머그컵은 손잡이가 접히는데 걸어놓고 편하게 사용하기 좋다. 스노우 피크 제품. 4. 목분(木粉)으로 그릇을 만드는 핀란드 브랜드인 쿠필카 제품으로 가볍지만 견고하다. 목걸이가 달려있는데 소주잔으로 사용한다. 옥수수녹말과 대나무껍질 등 식물 성분으로 만들어 가벼운 에코소울라이프 그릇도 많이 사용한다. 5, 6. 스노우 피크 2016 신상 양념통. 피츠통이란 이름의 핀셋처럼 생긴 집게는 가볍고 테이블에 놓아도 음식 집는 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끝 부분이 가늘어 젓가락 대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7. 백패킹용으로 나온 1인용 국자와 뒤집개. 가볍고 손잡이 부분을 접을 수 있다. 9. 키친 싱크로 설거지할 때 펼쳐서 사용한다. 5L까지 가능하고, 접으면 사이즈가 콤팩트하다. 10. 시에라 컵으로 불리는 개인 접시는 손잡이가 있어 사용이 편한 대표적인 캠핑 그릇. 어반 블라인드 디자인이라는 국내 제작 브랜드로 카페에서 공동 구매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11. 버너는 코베아 큐브. 대형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고, 가격 대비 성능이 상당히 좋아 캠퍼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이다. 12. 가위는 일본 브랜드 제품인데 잘 들어서 고기 자르는 용도로 사용한다. 도마와 칼을 쓰는 것보다 간편해 김치를 자를 때도 가위를 선호한다. 13. 콜맨 다용도 가위로 분리하면 칼이 되고, 병따개로 사용할 수도 있다. 14. 우기노키의 우드 트레이.
영하의 기온, 옷은 더 두꺼워지고 챙겨야 할 짐도 많아지지만 캠퍼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사랑한다. 그들이 말하는 참을 수 없는 겨울 캠핑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