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자신의 나이와 몸에 딱 맞는 셔츠를 입었을 때 풍기는 멋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똑 떨어지며 흘러나오는 멋이 있다. 뿌연 시가 연기에 목을 타고 내리는 싱글몰트의 향,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원목 테이블, 여기에 서울의 밤을 즐기는 남자들을 위한 바가 있다.
1 묵직하지만 아늑한 분위기의 실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2 시가를 물고 있는 신사의 모습이 담긴 벽화.
숙성된 향과 묵직한 맛, 그리고 그윽한 분위기
매일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이태원 경리단길을 지나가다 보면 어디선가 희미하게 시가 태우는 내음이 풍긴다. 아마 예민한 사람이라면, 혹은 시가 애호가라면 그 내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진원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드레스 코드가 적혀 있는 철제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희뿌연 시가 연기에 매끄러운 재즈 선율이 제 마음대로 공중에 풀어져 날린다. 묵직하고 절제된, 그렇지만 아늑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헤밍웨이가 압생트를 마시던 바가 이곳보다 지저분할 테고, 개화기의 ‘모던 뽀이’들이 양주를 들이켜던 바가 이보다는 흥겨울 테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영화 속에 들어온 듯, 전설의 인물이 술을 마시던 다른 시공간에 들어온 듯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과장됐더라면 기름 낀 듯 거북한 느낌을 받을 텐데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의 긴장 풀어진 편안한 표정에서 안도감이 느껴진다. 부러 멋 내고 머리 쓰는 것만큼 매력 없는 게 없다는 점에서, 이만큼 편안한 멋을 풍기는 공간도 드물다. 이제 소파에 몸을 푹 담그고 싱글몰트 위스키 한 잔을 들이켜면 느긋함이 온몸을 파고들며 어느새 다른 이들처럼 모든 긴장이 풀어진 표정을 짓게 된다.
3 생모차렐라치즈를 아끼지 않고 담아낸 모차렐라샐러드와 캐주얼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케사디야가 인기 메뉴다.
4 이곳의 대표 ‘할’. 소파에 앉아 시가와 코냑을 즐기는 할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다.
슈퍼스타도 동네 형도 모두 같은 공간에서 술을 들이켠다
이곳의 사장은 터키 사람 ‘할’. CEO건 교수건 동네 백수건 누구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안히 들러 술 한 잔, 시가 한 모금 다른 이의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그 자신이 손님 입장에서 편안히 싱글몰트 위스키와 시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았지만 별다른 곳이 없었고, 결국 자신을 위한 공간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캡 모자와 슬리퍼를 금지하는 드레스 코드만 지키면 된다. 한번은 국내의 톱스타 가수가 얼굴을 가리려고 야구 모자를 쓰고 들어와 양해를 구했는데 역시나 벗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 내한 공연을 한 전설의 밴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는 술 마시러 들렀다가 자신들을 크게 신경 쓰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에 반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매일처럼 이곳을 드나들었다. 시가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시가 피우는 법을 알려주고, 싱글몰트 위스키 초보자들에게도 원하는 타입을 찾아주는 등 적당한 친절도 기대할 수 있으니 단골이 아니라고 지레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심지어 비흡연자라도,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술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호기심 순례’용으로 왔다면 딱 그만큼의 매력만을 느끼고 어색하게 자리를 뜨겠지만, 적당한 품위와 적당한 편안함이 흐르는 이곳 소파에 엉덩이를 묻고 오늘 하루도 편안하게 다 풀어버리겠다는 마음이라면 맛있는 술이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한밤중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5 시가를 형상화한 모습의 페이스트리가 재미있다. 양젖치즈로 속을 채운 뒤 에어프라이어로 튀겨 안주로 부담 없다. 작은 바이지만 셰프가 직접 페이스트리를 만들어 사용한다.
6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싱글몰트 위스키, 이 외에도 코냑과 와인, 칵테일 등 꽤나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취급한다.
7 쿠바에서부터 도미니카공화국까지, 초보자를 위한 스탠더드 버전부터 고급 버전까지 다양한 시가가 구비되어 있다.
8 매일 밤 9~11시에는 라이브 재즈 공연이 열린다. 부담 없고 편안하게 술을 홀짝이며 감상하는 공연의 매력이 쏠쏠하다.
9 시가를 피는 데 필요한 시가 커터 등이 제공된다.
-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05-7 2층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2시(연중무휴)
문의 02-794-8077
*드레스 코드 - 캡 모자 금지, 슬리퍼 금지
남자가 자신의 나이와 몸에 딱 맞는 셔츠를 입었을 때 풍기는 멋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똑 떨어지며 흘러나오는 멋이 있다. 뿌연 시가 연기에 목을 타고 내리는 싱글몰트의 향,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원목 테이블, 여기에 서울의 밤을 즐기는 남자들을 위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