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유는 우리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하얀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우유를 통해 삶에 변화가 찾아온 어른이 있다. 그저 재미있는 일이 해보고 싶었다는 우유가게 ‘망원정’의 두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들려준 특별한 우유 이야기 혹은 성장기.
# 인도에서 만난 우유
순수미술을 전공한 김나무(사진 오른쪽), 원아 두 대표가 미술 도구 대신 우유와 더 가까워진 배경에는 인도가 있었다. 김 대표는 작년 11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두 달간 인도에 머물렀다. 각국에서 모인 작가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전시를 하는 프로젝트였다.
수질이 안 좋은 탓에 다들 설사병에 걸렸고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했어요. 나중엔 프로젝트 디렉터가 반강제적으로 노란 물을 먹이더라고요.(웃음) 아픈 와중에도 맛이 없었으면 입에 안 댔을 텐데, 다행히도 맛있었어요. 알고 보니 그게 강황우유더라고요. 디렉터가 말하길 인도에서 강황우유는 할머니가 손자 아플 때 만들어주는 일종의 ‘할머니 레서피’래요. 한국에서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면 꿀물을 타주는 것처럼 속이 얹혔을 때 마시는. 그런데 마시고 나니 정말 아픈 배가 나았어요.” 뜻밖에 인도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를 경험하게 된 순간이었다.
원 대표 역시 인도 여행 중 맛본 우유에 반한 케이스다. 음식을 탐미하는 성격이 아닌 탓에 밥 대신 에너지 보충 차원에서 인도식 밀크티 ‘짜이’를 마셨는데, 입맛에 맞아 여행 내내 마셨단다. “짜이는 홍차를 뜨거운 물에 진하게 우려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마시는 영국식 밀크티와는 만드는 법도 맛도 달라요. 우유에 홍차 잎과 각종 향신료를 넣고 마치 탕을 끓이듯 펄펄 끓여 훨씬 깊은 맛을 내죠. 위생상의 문제로 우유를 끓여 마시는 점이 인도식 우유의 포인트가 되는 셈이에요.”
# 우유가게 ‘망원정’
망원동 골목에 고소한 우유 향이 퍼질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인도에서 돌아온 김 대표는 한 달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작년 여름, 망원동에 얻은 작업실을 오로지 작업하는 공간으로만 쓰기엔 아쉬움이 일던 참이었다. 무언가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김 대표가 원 대표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우유 팔아보지 않을래?’ 추진력 강한 그가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내면서부터는 망설일 것이 없었다.
오픈 준비 기간은 한 달 남짓. 인테리어에 쓸 소품은 여행을 다니며 수집했던 것들과 친구들이 응원 차원에서 선물해준 것들로 마련했다. 8평 남짓한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인도에서 맛본 강황우유를 비롯해 치앙마이에서 맛본 라벤더우유, 유럽여행 중 마셨던 진득한 코코아우유 등 직접 경험해본 우유 음료들로 메뉴도 척척 짜냈다. 가게 문을 연 지 세달 째인 지금, 가장 신날 때는 언제일까. “저희끼리 우유 레서피를 연구하고, 만들어 먹어보곤 엄청 맛있어서 감동할 때가 있어요. 손님들도 ‘이 집 우유는 어디서 쉽게 못 먹는 거야’라고 공감해주시면 기쁘고 감사하죠. 가끔 엄마 손 잡고 오는 꼬마 손님들도 이곳을 따뜻하게 만들고요.”
# 한 뼘, 성장하다
두 대표에게 우유는 재밌는 나날을 보내게 해준 특별한 존재다. 냉장고 속 흔한 재료인 우유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줬고,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접객도, 사업도 처음이지만 조금씩 각자의 방식을 터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한 발 빼기’ 식으로 허투루 장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때는 웃음기를 빼고 진지해졌다. “음료는 그 자리에서 만들어서 결과물을 보여주잖아요. 만드는 시간도 굉장히 짧고요. 얼마를 벌 건 상관없이 그때그때 양심껏, 정직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님에게 낼 재료를 쓰는 것부터 가게를 청소하는 것까지 스스로 맘에 걸리는 것이 없도록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흰 우유처럼 순수한 답이 돌아왔다. “매달 작은 목표가 있어요. 첫째 월세 내기, 둘째 전기세 내기, 그다음이 회식비 내기예요.(웃음) 이걸 다 내면 저희 둘 다 와! 하고 뿌듯해해요.” 가게 안이 다시 밝아졌다. 맑고 순수한 이 마음이, 앞으로도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참신한 신메뉴 역시 기대해봐도 좋을까?
우유가게 망원정이 소개하는 익숙한 듯 새로운 우유 레서피
강황우유
- 1잔
- 재료 : 강황 1작은술, 설탕 2작은술,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1조각, 우유 200mL, 끓는 물 50mL
- 1
끓는 물 50mL에 생강을 저며 넣고 맛과 향이 우러나오게 1분간 더 끓인다.
- 2
①의 생강물에 강황, 우유, 설탕 순서로 넣는다.
- 3
우유가 끓기 직전 불을 끈다.
- 4
내용물을 체에 걸러내고 마신다.
코코아우유
- 1잔
- 재료 : 코코아가루 30g, 설탕 5작은술, 우유 200mL, 끓는 물 50mL
- 1
끓는 물 50mL에 코코아가루를 넣고 잘 풀면서 한소끔 끓인다.
- 2
①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1분간 더 끓인다.
- 3
잔에 담아 마신다.
카르다몸우유
- 1잔
- 재료 : 홀 카르다몸 10알(5알은 갈아서 사용), 설탕 2작은술, 우유 200mL, 끓는 물 50mL
- 1
끓는 물 50mL에 준비한 카르다몸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 2
①에 설탕과 우유를 넣는다.
- 3
우유가 끓으면 불을 끈다. 음료를 식힐 겸 카르다몸의 향이 우러나도록 잠시 두었다 마시면 더욱 좋다.
라벤더우유
- 1잔
- 재료 : 라벤더꽃차 2꼬집, 설탕 1작은술,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1조각, 우유 200mL, 끓는 물 50mL
- 1
끓는 물 50mL에 생강을 저며 넣고 맛과 향이 우러나도록 팔팔 끓인다.
- 2
①에 우유와 설탕을 넣는다.
- 3
②가 끓기 직전 라벤더를 넣고 잘 섞은 뒤 향이 우러나면 꽃과 생강을 걸러내고 마신다.
딸기청우유
- 1잔
- 재료 : 딸기청 100mL, 우유 300mL, 얼음 적당량
- 1
잔에 딸기청을 담는다.
- 2
우유와 얼음을 담는다.
- 3
잘 섞어 마신다.
생강우유
- 재료 :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2조각, 설탕 2작은술, 우유 200mL, 끓는 물 50mL
- 1
끓는 물 50mL에 생강을 저며 넣고 맛과 향이 우러나도록 팔팔 끓인다.
- 2
①에 설탕과 우유를 넣는다.
- 3
우유에 생강 맛이 어느 정도 배어들면 불을 끈다.
- 4
내용물을 체에 걸러내고 마신다.
짜이
- 1잔
- 재료 : 아삼 홍차 잎 10g, 설탕 3작은술, 홀 카르다몸 1알, 월계수 잎 1장,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1조각, 정향 2알, 계피 2조각, 우유 200mL, 끓는 물 50mL
- 1
끓는 물 50mL에 생강을 저며 넣고 계피, 정향, 카르다몸, 아삼 순서로 넣은 뒤 맛과 향이 우러나도록 팔팔 끓인다.
- 2
①에 설탕과 우유를 넣는다.
- 3
월계수 잎을 넣고 1분간 더 끓인다.
- 4
내용물을 체에 걸러내고 마신다.
어린 시절, 우유는 우리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하얀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우유를 통해 삶에 변화가 찾아온 어른이 있다. 그저 재미있는 일이 해보고 싶었다는 우유가게 ‘망원정’의 두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들려준 특별한 우유 이야기 혹은 성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