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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종자를 지키는 일, 우리 식탁을 지키는 일

토종콩 vs 토종풀

On June 15, 2015

우리나라는 3천여 년 전부터 콩을 재배해 삶아 먹고 무쳐 먹고 밥에 넣어 먹고 두부를 만들고 장을 담가 먹는 ‘콩의 나라’였다. 아주까리밤콩, 두렁콩, 제비콩, 오리알태, 선비잡이, 쥐눈이콩, 한아가리콩, 각시동부 등 그 이름에도 개성과 역사가 담겨 있는 우리 토종콩 이야기. 볕이 있고 흙이 있는 곳이라면 들밭이든 길가든 산이든 어디든 자라나는 풀들. 무심코 지나치는 풀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 작은 풀 하나도 봄에는 여린 잎 따다 무쳐 먹고 가을이 되면 캐어 약초로 사용하던 우리 조상들. 오래도록 식탁 위에 올랐지만 이제는 잊혀가는 토종풀의 매력.


알알이 역사가 담긴 토종콩

 


모든 풀은 잡초가 아니다 토종풀

 

토종씨앗 나눔축제에서는 다양한 토종 모종도 판매된다. 이날 나온 보리콩 모종.


친토종콩과 풀을 지키는 사람들_ 마르쉐@1898 명동 토종씨앗 나눔축제

도시농부장터 마르쉐@은 서울시,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와 함께 토종 종자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분기별로 토종씨앗 나눔축제를 펼치고 있다. 여기서 토종 종자는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어 자라온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닌, 외국에서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 씨앗을 받아 다시 심고 다시 키우고 하며 이어져 기본적으로 채종이 가능한 씨앗들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말하면 모든 종자가 토종 종자 같지만 사실 농사 형태가 대형화되면서 대다수는 직접 씨앗을 채종해 쓰지 않고 대형 종자회사의 수입 개량종을 구입해서 쓰는 실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토종콩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인 ‘달키친’팀. 우리 밀을 이용해 구운 바게트 위에 밤콩을 올린 브루스케타를 만들었다. 밤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토종밤콩 고유의 맛이 두드러진다.


종자를 파종해 작물을 키우고 다시 씨앗을 저장해 키우고 하면 같은 종이라도 집집마다 그 맛과 개성이 조금씩 다른 작물이 나오지만 종자회사의 것은 로열티 문제로 한 번 받아 쓰고 난 뒤에 다시 씨앗을 받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매년 새로 구입해야 하고 결국 모든 작물의 맛이 같아진다. 모두 같은 대형 종자회사의 것을 받아 쓰면서 토종 종자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 여기에 우리나라 종자시장의 50% 이상을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종자 전쟁’의 시대에 ‘종자 주권’ 또한 위험한 상태. 하지만 국내 대형 종자회사에서 하는 종자 개량 외에 집집마다 전해 내려오는 토종 종자 자체를 지켜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리 땅의 기후에 오래도록 적응해 급격한 기후 변화와 병충해에도 상대적으로 강하기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에도 적합한 토종 종자, 그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현재 사기업인 ‘흙살림’, 도시농부들의 연합인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그리고 토종 종자를 보존, 확대하는 ‘씨드림’ 등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토종콩과 풀을 요리하다

최근 셰프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토종 식재료를 요리에 새롭게 접목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버거비의 장지수 셰프와 오키친의 이경호 셰프가 각각 토종콩과 토종풀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 시식과 함께 마르쉐@ 운영진, 손님들과 대담을 나눴다. 요리하는 이들이 얘기하는 토종콩과 풀의 매력은 개성이 담긴 진한 맛, 그리고 새롭게 맛보는 식재료가 요리에 주는 영감에 있었다.

 

직접 야생에서 채취한 토종풀들.


백태와 아주까리, 각시콩, 두렁콩

옛 우리네 집의 밭두렁과 담벼락에는 무슨 콩인지도 모를 콩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걸 따다 밑밥용으로도 쓰고 삶아 먹고 장을 담갔다. 그렇게 생활에 가까웠던 콩은 그만큼 다양한 종자에 마을마다, 집집마다 개성도 달랐다. 아무렇게나 키워 먹던 콩이니만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라 아직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토종콩. 색에 따라 백태, 청태, 흑태, 모양에 따라 제비콩, 각시콩, 수확 시기에 따라 울콩, 서리태 등 수많은 콩이 있고 같은 이름이라도 품종이 다르기도 하다.
 

토종콩과 풀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인 ‘수카라’팀의 토종콩커리와 토종풀난.


본래 우리나라를 비롯, 동북아시아는 콩을 즐겨 먹는 지역으로 1940년대까지만 해도 최대 콩 생산지였지만 2012년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콩 생산 국가 순위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이제 10.3%에 불과한 세계 12위의 콩 수입국이 되었다. 최근에는 토종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제주도의 토종콩인 청콩이 다양한 지역으로 퍼지고 있기도 하고, 주말농장이나 텃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토종콩 종자를 찾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토종콩은 아직까지 자급자족용 종자를 지켜온 집이 많아 다른 곡물에 비해 종류도 더 다양한 편. 토종콩 종자를 받고 싶다면 토종 종자를 나누는 씨드림(cafe.daum.net/seedream)에 문의해보자.

 

오키친 이경호 셰프가 이날 시식을 위해 준비한 민들레 잎을 활용한 스카치에그.


고양이들이 뜯어 먹는 괭이밥도 훌륭한 허브

토종풀은 밭에서 재배하는 것도 있지만 산이나 밭두렁, 길가 등 야생에서 피어나는 것이 대다수다. 잡초라 여겨 그냥 지나치는 것도 옛날부터 알뜰히 먹던 약초이기도 하고, 새로운 허브로 재조명되기도 한다. 길가나 들판에 지천으로 피는 괭이밥은 그 이름도 고양이들이 좋아해 붙은 이름인데, 새콤하고 산뜻한 맛이 서양 음식의 가니시로 적절하다. 사라져가는 음식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슬로푸드협회의 ‘맛의 방주’에도 올라간 토종 개성배추에서 나는 샛노란 배추꽃은 모양과 빛깔뿐 아니라 맛이 싱그러워 샐러드로 좋고, 땅에 붙어 여기저기 자라나는 뽀리뱅이(박조가리나물)는 이른 봄에는 나물이나 국으로, 그다음에는 뿌리까지 채취해 약재로 사용한다.

이런 토종풀을 채취할 때 조심할 것은 욕심내지 않고 내가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채취할 것, 그리고 초보자는 풀 분간이 어려워 독성이 있는 것을 먹고 탈이 날 수도 있으니 토종풀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토종풀과 관련해서는 오가닉 카페 수카라(02-334-5919)에서 간헐적으로 워크숍이 이뤄지기도 하고, 분기별로 열리는 마르쉐@토종씨앗 나눔축제에 출전하는 농부팀들이 다양한 품종을 소개하기도 한다.

 


버거비 장지수 셰프의 청콩 크로스티니와 앉은뱅이콩 참치타르타르

“청콩은 옅은 풋 향에 은은한 단맛에 그냥 삶아도 맛이 좋습니다. 여기에 고트치즈의 살짝 톡 쏘는 맛과 청포도의 단 맛을 더해 크로스티니를 만들었어요. 앉은뱅이콩은 살짝 시큼한 풍미에 마치 솔잎에서 나는 듯 시원한 느낌이 묘한 맛을 냅니다. 산뜻한 유자폰즈에 버무려 청량한 매력을 살리고 파인애플 살사, 감칠맛 나는 참치 타르타르, 크리미한 아보카드퓨레를 곁들였습니다. 토종콩은 품종별, 농장별로 맛이 다 달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요.”
 


오키친 이경호 셰프의 민들레잎스카치에그와 냉이토마토수프, 무릇

“백합과에 속하는 야생종 중 사람이 사는 근처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무릇.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무릇의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알뿌리는 튀기고, 줄기 부분은 생으로, 잎 부분은 데쳐서 통으로 내놓았습니다. 알싸한 맛이 입맛을 돋우지요. 쌉쌀한 풀 맛이 매력인 민들레 잎은 약용으로 먹기도 하지만 반죽을 만들어 메추리알을 감싸 튀겨냈어요. 끝물인 냉이는 맑게 내린 토마토즙에 갖은 채소를 더해 끓인 채수에 갈아 넣어 싱그러운 향을 더했습니다. 매번 똑같은 외래 허브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것이 토종풀의 매력이에요.”
 

우리나라는 3천여 년 전부터 콩을 재배해 삶아 먹고 무쳐 먹고 밥에 넣어 먹고 두부를 만들고 장을 담가 먹는 ‘콩의 나라’였다. 아주까리밤콩, 두렁콩, 제비콩, 오리알태, 선비잡이, 쥐눈이콩, 한아가리콩, 각시동부 등 그 이름에도 개성과 역사가 담겨 있는 우리 토종콩 이야기. 볕이 있고 흙이 있는 곳이라면 들밭이든 길가든 산이든 어디든 자라나는 풀들. 무심코 지나치는 풀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 작은 풀 하나도 봄에는 여린 잎 따다 무쳐 먹고 가을이 되면 캐어 약초로 사용하던 우리 조상들. 오래도록 식탁 위에 올랐지만 이제는 잊혀가는 토종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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