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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수확의 계절이라는 것은 주위만 둘러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나무에는 과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뿌리채소들은 땅속의 영양분을 축적하고 있다. 담벼락에 매달려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을 보기만 해도 마음의 여유와 풍족함을 느낀다. 큼직한 늙은 호박 하나 있으면 다양한 요리가 생각난다.
늙은 호박과 단호박을 반반 섞어 호박죽을 만들면 단호박의 고운 색과 늙은 호박의 깊은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늙은 호박을 채 썰고 찹쌀가루 묻혀 전을 해 먹으면 자연에서 만들어진 단맛이 구미를 당기게 하고 고기 찜이나 뿌리채소 조림에 늙은 호박을 함께 넣으면 더욱 풍성한 맛이 난다. 서양 요리에서도 단맛이 나는 수프나 머핀, 케이크 등에 즐겨 사용된다. 늙은 호박으로 만든 음식은 맛은 물론 다양한 효능이 있어 일거양득이다.
<본초강목>에 늙은 호박은 기운을 북돋고 이뇨 작용이 있어 부종에 좋다고 적혀 있다. 산후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으며, 다소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좋은 건 아니다. 특히 출산 직후 산욕기에 몸이 차가운 사람은 호박물을 달여 오랫동안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늙은 호박의 당질은 애호박의 두 배인데 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돼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평소 위장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찹쌀을 갈아 만든 죽을 권하는데 늙은 호박을 넣어 만들면 소화기 기능을 향상하는 데 좋은 궁합을 이룬다.
과육은 물론 씨까지 버릴 것이 없는 늙은 호박. 늙은 호박의 씨에 있는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E, 레시틴 성분들은 말초 혈관에 탄력을 주고 뇌의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수험생들의 두뇌 발달에 좋다.
최근 들어 암을 예방하는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 때문에 늙은 호박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노란색을 띠는 베타카로틴은 점막의 기능을 강화하고 면역 기능을 향상한다. 또한 눈과 호흡기의 점막을 촉촉하게 해줘 안구건조증이나 감기 예방에 좋다.
소화기와 대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피부 혈색을 맑게 하고 저칼로리에 함축된 영양소로 인해 피부 미용뿐 아니라 성인병으로 인한 체중 조절용 식재료로서도 매우 탁월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추천한다.
한의사 왕혜문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약선 과정을 이수했다. 요리하는 한의사로 잘 알려진 그녀는 <참 쉬운 약선 요리> 책을 집필했으며, 올리브TV의 프로그램 ‘홈메이드쿡 : 밥상닥터’를 통해 전문적인 한방 지식과 뛰어난 요리 솜씨를 바탕으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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