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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레서피

On January 20, 2016

요리는 무형의 유산이다. 대대로 이어져온 요리는 그것을 먹고 배우고 자란 이가 혀의 감각으로 그 맛을 기억해 재현한다. 또 그것은 시대에 맞춰 응용되고 변형되면서 발전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미식 감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바로 엄마다. 손맛 좋기로 소문난 3명의 한식 전문가들에게 ‘딸에게 꼭 전하고 싶은 요리’는 무엇인지 물었다.

갈비찜과 간장게장

전통요리 연구가 박서란이 딸 김정진에게 전하는 전통 한식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한 덕분에 여러 나라의 요리를 접하면서 요리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박서란 선생. 르 코르동 블뢰에서 프렌치 요리를 배우고 동남아, 이탈리아, 일본, 홍콩 등 현지의 전문가에게 요리를 배웠다.

그러나 ‘한식만 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얻어 한국의 맛 연구회를 비롯해 사찰 음식, 예지원의 가정의례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한식을 배우고 익혔다. 미식가였던 아버지와 남다른 손맛을 지닌 어머니 밑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한 경험이 요리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두 딸은 오랜 외국 생활로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날이 더 많았다. 미국에서 공부 중인 둘째 딸은 늘 갈비찜과 간장게장 노래를 부른다. 첫째 딸인 김정진 씨는 한국에서 MCM코리아의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호주와 뉴욕 등지에서 외국 생활을 오래 한 탓에 엄마의 손맛을 맘껏 즐기지 못했다. 최근에는 곁에서 엄마가 만들어내는 전통 한식을 보며 예술을 보는 것 같다고 감탄하며 한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엄마의 전통 한식 마케팅에 적극 힘쓰고 있다.

갈비찜

갈비찜

1hr 30min, 4인분
갈비찜은 명절이나 일상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집집마다 들어가는 부재료와 양념은 가지각색이다. 박서란 선생의 갈비찜은 궁중과 사대부 집안에서 만들어 먹던 전통 방법을 따르고 있다. 배즙, 양파즙, 꿀 등을 더해 감칠맛과 단맛을 더하고, 갈비 삶은 국물은 식힌 뒤 면포에 걸러 기름기를 제거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재료 : 갈비 2kg, 무 500g, 대추·은행 20개씩, 밤 16톨, 달걀 1개
향채 : 대파 2대, 양파 1개, 마늘 10쪽, 통후추 ½큰술, 수삼뿌리 약간
양념 : 간장·배즙·양파즙 ½컵씩, 꿀 3큰술, 다진 마늘·설탕·참기름 2큰술씩, 후춧가루 1작은술
  • 1

    갈비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고깃결의 반대 방향으로 칼집을 두 번 깊게 넣는다.

  • 2

    큰 냄비에 갈비를 넣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 뒤 물은 따라 버리고 갈비는 씻는다.

  • 3

    밤은 껍데기를 벗기고 대추는 돌려 깎는다. 은행은 식용유를 두르고 볶은 뒤 속껍질을 벗긴다.

  • 4

    냄비에 큼직하게 썬 무와 향채를 넣은 뒤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끓인다.

  • 5

    물이 끓으면 갈비를 넣고 30분 정도 삶은 뒤 국물을 면포에 거른다.

  • 6

    다시 냄비에 갈비를 넣고 걸러낸 국물을 부은 뒤 배즙, 양파즙, 꿀, 설탕을 넣고 20분 정도 끓인다.

  • 7

    무, 밤, 대추와 나머지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20~25분간 더 끓인다.

  • 8

    은행을 꼬치에 꿰고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 마름모꼴로 잘라 고명으로 올린다.

 

간장게장

간장게장

40min(숙성 시간 제외), 꽃게 4~5마리 기준
간장양념은 간장과 함께 감초와 통계피를 달인 물을 섞어 넣는다. 감초와 계피는 살균은 물론 항균 작용을 하여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또 단맛과 양념의 풍미를 살려 더 맛있는 간장게장을 완성할 수 있다. 양념이 잘 배도록 게딱지가 바닥을 향하게 담은 뒤 약재 달인 물과 간장을 붓고 하룻밤 숙성시키는 것이 포인트. 또 그것을 간장물만 따로 받아 끓여 식혀 사용하면 더 깊은 맛을 낸다.
완성된 게장의 양념간장은 냉장실에, 게는 냉동실에 따로 보관한다.

재료 : 활꽃게 1.8kg(4~5마리), 대파 2대, 양파 1개, 청양고추 3~4개, 풋고추·홍고추 2개씩,
마늘 10쪽, 생강 3톨, 통후추 1큰술
간장양념 : 간장 1.8L, 감초 5쪽, 통계피 10cm 1개, 다시마 우린 물 1L
  • 1

    게는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은 뒤 모래주머니와 물주머니를 떼어낸다.

  • 2

    냄비에 다시마 우린 물을 붓고 감초, 계피를 넣고 끓여 식힌다.

  • 3

    대파와 양파는 큼직하게 썰고, 고추는 어슷 썬다. 마늘과 생강은 저며 썬다.

  • 4

    밀폐용기에 손질한 게를 뒤집어 담고 손질한 채소와 통후추를 넣는다.

  • 5

    약재 달인 물을 부은 뒤 진간장을 붓고 냉장실에서 하룻밤 숙성시킨다.

    약재 달인 물을 부은 뒤 진간장을 붓고 냉장실에서 하룻밤 숙성시킨다.

  • 6

    숙성시킨 것은 게와 채소를 체에 걸러 양념간장만 냄비에 담아 끓여 식힌다.

  • 7

    건져놓은 게와 채소에 식힌 양념간장을 붓고 냉장 보관한다.

 

인디언 신선로 & 무밤찜

자연식 요리연구가 문성희가 딸 김솔에게 전하는 치유 음식

어머니의 뒤를 이어 20대 때부터 부산에서 요리학원을 운영하던 문성희 선생. 41세에 얻은 딸을 품에 안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과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내 몸에도 좋은 삶을 찾아 충북 괴산에서 직접 재배한 푸성귀, 통곡물 등으로 채식을 하며 10년 가까이 살다가 지금은 서울과 파주에서 자연식 요리법을 전하고 있다.

3대째 ‘요리’의 길에 접어든 26세 김솔 씨는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던 요리학원집의 딸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열 살 무렵 채식을 접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몸이 망가졌음을 느끼고 ‘생존’을 위해 엄마의 요리교실 스태프를 자처하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은 요리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고.

모녀는 한 달 전 연희동에 ‘평화가 깃든 밥상 부엌 공간 시옷’이라는 둥지를 마련해 매일 30인분의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솔 씨가 구상한 이곳에서 앞으로 3년 동안 마음가짐과 태도, 요리법을 연구하고 수련할 예정. 많은 ‘딸들’이 자취를 하는 요즘, 만들기 쉬우면서 힘들 때 위로가 될만한 레서피를 뽑았다.

인디언 신선로

인디언 신선로

30min, 4인분
10여 년 전 문성희 선생이 인도 여행 중 여독과 더위로 지쳤을 때 델리에서 먹고 힘을 냈던 음식과 비슷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몸이 안 좋을 때, 비가 오거나 추운 날 솔 씨가 요청하는 단골메뉴. 여러 가지 채소와 두부, 당면에 매콤새콤한 소스를 곁들여 후루룩 먹고 나면 몸속이 순환되면서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재료 : 말린 표고버섯 3개, 다시마(사방 6cm) 1장, 양배추 잎 4장, 양송이버섯 12개, 애호박 ½개, 무 ¼개, 두부 1모, 미나리·당면 1줌씩
양념장 : 집간장 7큰술, 식초 6큰술, 다진 청양고추 1큰술
  • 1

    당면은 미지근한 물에 10분 정도 불린다.

  • 2

    다시마와 말린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건져 1cm 폭으로 썬다. 불릴 때 사용한 물은 맛국물로 쓴다.

  • 3

    양배추, 양송이버섯, 애호박, 무, 두부 한 입 크기로 깍둑 썰고 미나리는 5~6cm 길이로 자른다.

    양배추, 양송이버섯, 애호박, 무, 두부 한 입 크기로 깍둑 썰고 미나리는 5~6cm 길이로 자른다.

  • 4

    ②의 맛국물에 무, 양배추, 표고버섯, 다시마, 양송이버섯을 넣고 끓이다가 무가 완전히 물러지면 애호박을 넣고 살짝 끓인다.

  • 5

    먹기 직전에 두부와 당면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미나리를 넣으면서 불을 끈다.

  • 6

    집간장에 식초와 다진 청양고추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무밤찜

무밤찜

1hr, 4인분
채식을 하다보니 명절 때 갈비찜 대신 무밤찜을 만들게 됐다. 갈비찜에 넣은 무가 익어 양념이 스며들면 갈비보다 더 맛있어 쏙쏙 건져 먹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와 표고버섯, 밤에 대추와 구기자의 은은한 향이 더해진 양념이
잘 배어 고기 없이도 푸짐하고 맛있다.

재료 : 말린 표고버섯 4개, 무 ½개, 밤 10톨, 은행·대추 10개씩, 구기자 1줌, 다시마 적당량, 물 4~5컵
양념 : 집간장 4큰술, 조청 3~4큰술, 현미유 2큰술
  • 1

    다시마와 말린 표고버섯은 물에 담가두었다가 부드러워지면 건진다. 다시마는 사방 2cm 크기로 썰고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어내고 어슷하게 저며 썬다. 불릴 때 사용한 물은 맛국물로 쓴다.

  • 2

    은행은 팬에 볶아 속껍질까지 제거한다.

  • 3

    무는 2cm 두께로 반달썰기하고 밤은 속껍질째 준비한다. 대추와 구기자는 씻어둔다.

  • 4

    냄비에 무, 밤, 표고버섯, 다시마, 구기자를 넣고 맛국물을 부어 끓인다.

  • 5

    무가 잘 익으면 대추, 은행을 넣고 양념을 넣어 중간 불에서 조린다.

  • 6

    무에 양념이 충분히 배어들어 물러지고 국물이 1컵 정도 남을 때까지 조린다. 갈비찜과 거의 같은 색이 되면 불을 끈다.

 

양지대팟국 & 백김치

자연 요리 전문가 윤혜신이 딸 송지연에게 전하는 내림 음식

윤혜신 씨는 음식 솜씨 좋은 시어머니로부터 궁중 요리와 살림살이를 배워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변화를 담은 음식을 선보이는 한정식집 ‘미당’의 안주인이자 조리장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식탐을 부리던 막내가 미국 요리학교인 존슨앤웨일즈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중심부 맨해튼의 레스토랑 주방에서 덩치 큰 사내들 사이에서 힘든 주방 일을 한다니, 안쓰러우면서 기특하기만 하다. 윤혜신 씨는 딸에게 요리를 하라고 등 떠민 적은 한 번도 없다.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엄마로 인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맛보았고,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해 송지연 씨 스스로 한 결정이다.

우리말 ‘내림’의 뜻은 부모나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유전적인 특성으로, ‘내림 음식’을 굳이 풀이하자면 부모나 조상에게 이어받은 (유전적인 특성을 지닌) 음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철에 즐겨 먹는 양지대팟국과 백김치는 온전히 윤혜신 씨의 시어머니의 레서피다. 이 레서피를 딸에게 전하려고 한다. 유전적인 특성을 담아서 말이다.

양지대팟국

양지대팟국

1hr 20min(양지머리 핏물 빼는 시간 제외), 4~6인분
김장을 위해 고춧가루를 빻을 때 고추씨는 꼭 모아둔다. 시원하고 매콤한 양지대팟국 끓일 때는 물론 백김치에 빠질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경상도가 고향인 시어머니는 겨울이면 양지머리를 푹 곤 뒤 그 국물에 무와 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시원하고 매콤하게 끓여 주었다. 포인트는 삶은 양지머리와 익힌 무를 나박나박 썰어 양념장에 무쳐 진한 양지국물에 넣고 우르르 끓여 깊고도 정갈한 맛을 내는 것이다.

재료 : 쇠고기(양지머리) 600g, 대파 5대, 무 200g, 물 3L
양념 : 고춧가루·국간장 2큰술씩, 다진 마늘 1큰술, 고추씨·소금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고기 양념 : 국간장·고춧가루·참기름·다진 마늘·다진 파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 1

    양지머리는 찬물에 1시간 이상 담가 핏물을 뺀다. 이때 물을 서너 번 간다.

  • 2

    냄비에 물을 담고 핏물 뺀 고기를 넣어 중간 불에서 50분 정도 끓이다가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10분 더 끓인다.

  • 3

    대파는 어슷 썬다.

  • 4

    고기와 무를 건져 고기는 결 반대 방향으로 납작하게 썰고 무도 나박나박 썬다.

  • 5

    고기 양념을 모두 볼에 담고 고루 섞은 뒤 고기와 무를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고기 양념을 모두 볼에 담고 고루 섞은 뒤 고기와 무를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 6

    고깃국물에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양념한 고기와 무, 대파를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인다.

 

백김치

백김치

30min(배추 절이는 시간·숙성 시키는 시간 제외), 배추 2포기 기준
이북이 고향인 시아버지를 위해 시어머니는 국물이 넉넉하게 백김치를 담궜다. 냉면과 김치말이국수를 만들기 위해서다. 백김치에는 고추씨를 넣어 깊고 칼칼한 맛을 더하고, 대추와 청각을 넣어 코끝이 찡한 김칫국물을 만든다.

재료 : 절인 배추 2포기, 대추 10개, 소금 2큰술, 물 2L
김칫소 : 무 1개, 갓·미나리·쪽파 200g씩, 불린 청각 100g, 배 1개, 목이버섯 5장, 고추씨 ¼컵, 다진 마늘 4큰술, 다진 새우젓·액젓·소금 3큰술씩, 갈은 생강·잣 1큰술씩
  • 1

    무는 곱게 채 썰고 갓, 미나리, 쪽파는 3cm 길이로 자른다.

  • 2

    불린 청각은 다지고 배는 곱게 간다. 목이버섯은 채 썬다.

  • 3

    김칫소 재료를 모두 섞는다.

  • 4

    절인 배추에 소를 골고루 넣고 김치통에 꼭꼭 눌러 담는다.

  • 5

    물에 소금을 타서 김치통에 부운 다음 대추를 사이사이에 박는다.

  • 6

    실온에서 3일 정도 익힌 뒤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요리는 무형의 유산이다. 대대로 이어져온 요리는 그것을 먹고 배우고 자란 이가 혀의 감각으로 그 맛을 기억해 재현한다. 또 그것은 시대에 맞춰 응용되고 변형되면서 발전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미식 감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바로 엄마다. 손맛 좋기로 소문난 3명의 한식 전문가들에게 ‘딸에게 꼭 전하고 싶은 요리’는 무엇인지 물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희 기자, 박선희 기자, 양연주 기자
사진
최해성
어시스트
손슬기
헤어&메이크업 협찬
순수 홍대점(02-3143-5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