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매달 <에쎈> 독자들을 위해 허브 향 가득한 테이블을 차린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허브가 대중화되어 바질과 민트, 로즈메리와 타임, 이탤리언 파슬리 등은 백화점 식품매장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요리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평소 파스타나 샐러드에 곧잘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허브가 있으니 바로 타라곤. 매년 봄, 허브 모종을 주문할 때 마다 망설여지는 것이 타라곤이다.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지도 않고, 존재감도 없고… 바질이나 오레가노처럼 요리에 자주 쓰는 것도 아닌데 사지 말까… 그래도 타라곤식초는 만들어야겠지?” 하며 여러 생각 끝에 소심하게 모종 2~3개만 주문하곤 한다. 올봄도 그랬다. 그런데 초여름 무렵 마당의 잡초를 손질하는데 타라곤 모종을 심지도 않은 곳에서 타라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타라곤은 민트처럼 다년생 식물이었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타라곤은 그렇게 생명력을 보여줬다.
오래전 오키친의 요나구니 스스무 셰프가 대화 도중 ‘도봉산 자락의 우리 OK농장에서 키우는 타라곤은 프렌치 타라곤인데 연희동은요? 우리나라엔 거의 러시아 타라곤이던데, 러시아 타라곤은 요리에 안 맞아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 집 타라곤이 프렌치인지 러시아인지는 모르겠다. 모종을 산 농원에 물어봐야 확실하다. 그런데 식초나 고기 요리에 사용하면 해외에서 맡았던 그 순한 향이 풍기기 때문에 역시 프렌치 타라곤이라고 생각한다. 타라곤이라는 이름은 ‘작은 용’을 뜻하는 프랑스어 ‘에스트라공(estragon)’에서 왔다.
작은 잎이 용의 이빨을 닮고 뿌리는 뱀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요나구니 스스무 셰프가 말했듯 타라곤에는 러시아 타라곤과 프렌치 타라곤 두 종류가 있다. 이 중 보통 요리에 사용되는 것이 프렌치 타라곤으로 줄기의 길이가 50~80cm에 달하는 러시아 타라곤에 비해 30~50cm로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 섬세하면서도 순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 타라곤은 이보다는 풀에 가까운 향을 낸다. 중세 유럽에서는 타라곤이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믿어 순례자들이 구두 속에 넣고 다녔다고도 한다. 또 진정 효과가 있어 이가 아플 때 타라곤을 씹기도 했다. 지금은 약용보다는 음식에 향을 내는 역할로 사용되는데 특유의 아니스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 은은하게 풍기는 매콤한 풍미가 고기나 생선의 비린내를 줄이고 버터나 크림 등을 먹었을 때 입안에서 미끈거리며 남는 기름기를 개운하게 정리하는 효과를 낸다.
간단하게 시판 마요네즈에 다진 타라곤과 흰 후춧가루를 살짝 넣고 섞어 생선튀김이나 삶은 달걀, 찐 채소, 새우, 게에 곁들이거나 머스터드드레싱에 함께 넣어도 좋다. 또는 송아지나 닭고기, 돼지고기, 흰살 생선, 새우 등을 굽다가 버터에 타라곤을 넣고 녹여 소스를 만들어 곁들이면 산뜻하고 은은한 향과 맛이 더해진다. 오믈렛이나 스크램블드에그, 에그샐러드 등 달걀 요리에 다진 타라곤을 살짝 넣으면 특유의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화이트와인식초나 현미식초 등에 타라곤을 줄기째 넣고 뚜껑을 닫아 일주일간 실온에 그대로 두면 타라곤 향이 근사하게 밴 타라곤식초가 된다.
일주일 후 타라곤만 빼면 향이 배어든 식초 자체는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하고 각종 해산물 요리에 뿌려 먹거나 샐러드드레싱으로 두루 활용하기 좋다. 이번에 소개하는 타라곤을 넣은 스페인풍 오믈렛은 만들기도 간편하고 풍미도 빼어나니 한 번 따라 해보길 권한다.
타라곤 잎을 넣은 토마토초리소오믈렛
- 나카가와 히데코는…
대사관 셰프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등 지중해 등지에서 살며 다양한 ‘맛’을 체득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매력에 빠져 귀화하고 지중해의 건강 요리를 기본으로 한 일본 가정식 등을 전하는 쿠킹 클래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셰프의 딸>, <지중해 요리> 등이 있다.
토마토초리소오믈렛
에쎈 | 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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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달걀 6개, 감자 2개, 토마토·양파 1개씩, 초리소 5cm 1조각, 다진 타라곤 잎 2큰술, 올리브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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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얇게 나박나박 썰고 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토마토는 사방 1cm 크기, 초리소는 0.5cm 크기로 깍둑 썬다.
- 2
볼에 달걀을 넣어 곱게 풀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다진 타라곤을 넣어 고루 섞는다.
- 3
넓은 팬을 달궈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감자를 볶다가 감자가 노릇해지면 접시에 옮겨 담는다.
- 4
같은 팬에 양파를 넣어 볶다가 투명해지면 토마토와 초리소를 넣어 재빨리 볶는다.
- 5
④에 감자를 다시 넣고 섞은 뒤 달걀물을 부어 중간 불에서 30초간 그대로 두었다가 뚜껑을 덮고 약한 불로 줄여 3분간 더 익힌다.
- 6
큰 접시로 팬을 덮고 뒤집어 접시에 오믈렛을 올린 다음 팬 바닥에 닿지 않았던 윗면이 아래로 가도록 다시 팬에 담아 약한 불에서 1분가량 더 익힌다.
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매달 <에쎈> 독자들을 위해 허브 향 가득한 테이블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