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놀이터 삼아 캠핑을 즐기는 여성 캠핑 크루 ‘마고걸스’.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경남 밀양의 기회송림으로 그녀들을 따라나섰다. 걸스 캠핑에서는 뭘 하고 뭘 먹을까?
캠핑장에 모이면 여고생마냥 작은 일에도 웃음꽃이 핀다.
우리나라에서 캠핑은 거친 남성들의 취미 생활 혹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야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동안 불었던 럭셔리 캠핑 열풍으로 고가 장비로 무장한 캠핑족도 상당수. 이들 사이에서 여자들끼리만 캠핑을 즐기는 캠핑 크루 마고걸스는 여성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캠핑장에 도착해 서둘러 텐트를 치고 바비큐와 술자리를 이어가는 남들과 같은 캠핑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그녀들의 캠핑 철학이다.
자주 마시는 물과 커피 등은 상자에 담아두면 찾기 편하다.
감성 캠핑, 어른들의 소꿉놀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동안 그들의 보금자리가 될 공간을 꾸미는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텐트를 치고 타인의 집과 헷갈리지 않도록 텐트 입구에 이니셜도 달아둔다. 준비한 갈런드를 나무에 걸고 무겁지 않은 양모 펠트 등의 소품으로 꾸미면 ‘마고 빌리지’가 완성된다. 그러고 나선 놀이 삼아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떨어진 나뭇가지로 만든 젓가락. 젓가락 집에 넣어 목에 걸고 있으면 짝 잃은 젓가락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나쁜 꿈을 물리치고 좋은 꿈은 지켜준다는 인디언 부적 드림캐처나 태양의 에너지를 모아주는 선캐처를 만들고 우쿨렐레를 배우는 것.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줄넘기, 연날리기도 의외로 재미있어 마치 여고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또 테마를 정해 캠핑을 축제처럼 즐기기도 한다. 생일이나 웨딩, 크리스마스, 핼러윈 등이 그렇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마고걸스 멤버들이 많은데 웨딩 캠핑을 통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캠핑 의자에 앉아 레몬과 로즈메리를 넣은 탄산수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여자들이 모여 각자의 로망을 실현하는 캠핑
캠핑 시작 4년 차에 접어든 마고걸스. 일본의 캠핑 문화를 접한 이지영 씨가 획일화되고 문턱 높은 국내 캠핑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어 친구들을 모은 것이 마고걸스의 시작이다. 점점 규모가 커져 현재 5명의 운영진이 있고, 40명이 모여 캠핑을 한 적도 있다.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는데 때로는 40대 주부나 여자 어린이가 참여하기도 한다.
‘캠핑’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재밌다. 자연 속에서는 마음도 이야기도 잘 통해 쉽게 친구가 된다. 정기 모임은 분기별 한 번꼴이지만 그중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매주에서 한 달에 한 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캠핑을 이어가고 있다. 여자 혼자 캠핑을 한다면 위험하겠지만 ‘여자들’이 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걸스 캠핑의 가장 큰 장점. 여자끼리라 더 편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다.
냄비받침으로도 쓸 수 있는 마고걸스 이름을 새긴 도마.
마고걸스는 각자 자기 몫을 준비해 떠나는 미니멀 캠핑을 지향한다. 스스로 캠핑을 즐기다가 다른 사람과 나누기도 하는 것이 이들의 캠핑법. 주변 캠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경계하고 지나치게 피곤하지 않게 소소한 놀이를 즐긴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캠핑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밤에는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만 바라보다 가거나 모닥불 앞에 앉아 ‘불멍’의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한때는 캠핑에 빠져 매주 캠핑장으로 떠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삶과의 균형을 지키며 캠핑을 즐기고 있다는 마고걸스. 멤버들 중에서도 각자 느끼는 캠핑의 소중한 순간은 다르다. 어떤 이는 텐트를 친 뒤 마시는 한 캔의 맥주에서, 어떤 이는 아침 일찍 상쾌한 공기 속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으로 캠핑을 추억한다.
달걀샌드위치
감성 캠핑의 팁은 캠핑용 제품보단 자연스러운 나무, 예쁜 색의 법랑 제품을 사용하는 것.
캠핑에선 뭘 먹지?
캠핑에서는 오픈샌드위치나 카나페처럼 만들기 쉽고 빠르게 준비 가능한 요리가 좋다. 맛있는 잼이나 크림치즈, 초콜릿잼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 음식도 각자 1인분씩만 준비하고 나눠 먹는다. 직접 만든 앞치마를 두르고 평소 숨겨두었던 요리 솜씨를 뽐내기도 하는데 커리는 빼놓을 수 없는 캠핑 메뉴. 불만 있다면 간단히 끓여 만들 수 있고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도 가능하다. 집에서 만들어 와도 쉬이 상하지 않는다. 마고걸스 멤버들이 전국 각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맛집 메뉴를 사와 나누기도 한다. 그곳에 가보지 않고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를 한자리에 모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것을 먹더라도 이왕이면 예쁘게 먹자는 것이 그녀들의 생각. 예쁘게 세팅해 음식을 즐기는 것도 이들에겐 하나의 놀이다. 때로는 주위에 떨어진 벚나무 가지를 칼로 다듬고 삶은 뒤 기름을 발라 젓가락을 만든다. 그다음 실로 젓가락 집을 떠 목에 건다. 이렇게 하면 짝 잃은 젓가락을 찾아 헤매거나 다른 사람의 젓가락과 바뀌는 일이 없고 설거지도 줄어든다. 언제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완두콩커리
캠핑장에서는 드립백을 사용해 보다 편하게 커피를 즐기는 것도 방법.
캠핑을 떠나자
‘캠핑 전도사’를 자처하는 마고걸스. 여성들인 만큼 솔로 캠핑 모드로 무게를 최소화하고,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침낭은 꼭 필요하지만 고가 제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전용 제품이 아니더라도 콤팩트한 조리도구와 작은 테이블, 의자 등 본인에게 필요한 것 위주로 짐을 꾸린다. 필요한 것은 만들어 쓰거나 기존 제품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내는 재미도 있다. 알록달록한 법랑이나 나무 식기는 감성 캠핑을 돕는 아이템. 오토캠핑이라면 조금 무겁더라도 집에서 쓰던 물건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바구니에 담아둔 재료는 곧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한다. 냉장고가 따로 필요 없는 채소류는 좋은 재료가 된다.
하지만 백패킹이라면 무게를 최소화하는 티타늄 소재의 경질 코펠, 쉽게 칠 수 있는 1~2인용이나 산악용 경량 텐트로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값비싼 특수 소재의 아웃도어 의상보다는 편안한 일상복으로 멋을 내는 것이 마고걸스 스타일이다. 이들 역시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땐 짐이 많았는데 직접 부딪혀 체득한 노하우로 더 여유로운 캠핑을 즐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의 힐링을 꿈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정작 캠핑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들은 ‘일단 떠나라’고 말한다. 침낭이 없으면 이불을 들고서라도. 장비가 아닌 즐거운 놀이와 유연한 마음가짐이 즐거운 캠핑의 길로 인도할 테니까.
마고걸스의 심벌인 버섯 모양으로 만든 마고카프레세.
마고카프레세
마고카프레세
에쎈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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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방울토마토 6개, 스트링치즈 2개, 바질 잎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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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발사믹식초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양파 간 것 ½큰술, 다진 마늘 ½작은술, 마요네즈 약간
- 1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반으로 썬다.
- 2
스트링치즈는 1~1.5cm 길이로 자른다.
- 3
접시에 자른 치즈를 세우고 방울토마토를 올린 뒤 소스 재료를 잘 섞어 뿌린다.
- 4
바질 잎을 올리고 젓가락을 이용해 마요네즈로 토마토에 하얀 점을 찍는다.
완두콩커리
에쎈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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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병아리콩·완두콩·홀토마토 200g씩, 양파 큰 것 1개, 고형 커리 4조각, 초콜릿 2조각, 버터 1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플레인 요구르트 1팩, 물 600mL,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 1
병아리콩은 물에 4시간 이상 불려 준비한 뒤 끓는 물에 20분간 삶는다.
- 2
완두콩은 소금을 약간 넣고 찬물에서부터 끓인다. 완두콩이 익어 떠오르면 건져낸다.
- 3
양파는 씻어 채 썬다.
- 4
냄비에 버터를 넣고 중간 불로 녹인 뒤 채 썬 양파를 넣고 갈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 5
다진 마늘을 넣고 후춧가루를 뿌린 뒤 살짝 볶는다.
- 6
홀토마토와 물을 넣고 가열해 끓어오르면 중간 불에서 5분 정도 더 끓인다.
- 7
불을 끄고 커리를 넣어 녹인 뒤 콩을 넣고 약한 불에서 5~10분 정도 끓인다.
- 8
초콜릿을 넣고 섞어 그릇에 담고 요구르트를 올린다.
달걀샌드위치
에쎈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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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식빵 4장, 삶은 달걀 5개, 오이·브로콜리 ½개씩, 마요네즈 3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 1
오이는 얇게 저민다.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심지부터 넣고 데친다.
- 2
완숙으로 삶은 달걀을 으깬 뒤 소금, 후춧가루, 마요네즈 2큰술을 넣어 잘 섞는다. 달걀은 너무 잘게 으깨지 않는다.
- 3
마른 팬에 식빵 양면을 구워 한 면에 마요네즈를 얇게 바른다.
자연을 놀이터 삼아 캠핑을 즐기는 여성 캠핑 크루 ‘마고걸스’.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경남 밀양의 기회송림으로 그녀들을 따라나섰다. 걸스 캠핑에서는 뭘 하고 뭘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