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마지막, 한 방울 떨어뜨리면 꽃처럼 피어나는 섬세한 향. 향수 몇 방울로 복식의 마지막을 완성하듯, 맛의 층위를 풍성하게 만들며 매력적인 표정을 이끌어내는 ‘플레이버 오일’의 세계와 홈메이드 플레이버 오일.
요리에 쓰는 향수, 인퓨즈드 오일과 언인퓨즈드 오일
수프나 파스타, 생선구이에서 스테이크까지 접시의 여백에 떨어뜨리는 오일 몇 방울. 단순한 장식을 넘어 음식에 향을 더함으로써 음식의 표정을 한층 섬세하고 복잡하게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한다.
아무런 향이 가미되지 않은 100%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도 품종과 제조사에 따라 프루티함과 씁쓸함 등 각기 다른 개성의 향을 내는데, 이보다 더 극적인 향을 더하는 것이 다양한 맛과 향의 ‘플레이버 오일(flavored oil)’이다. 고급스러운 트러플 향을 더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트러플오일이 대표적인 플레이버 오일.
최근에는 레몬, 베르가모트, 버베나, 칠리 등 더욱 다양한 향의 오일이 음식에 섬세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요리사와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마치 요리에 쓰는 ‘향수’와도 같은 플레이버 오일은 크게 허브나 말린 고추 등 향을 내는 재료 자체를 오일에 넣고 저장해 향이 우러나도록 하는 ‘인퓨즈드 오일(infused oil)’과 과일 등의 농축액, 혹은 착즙액을 오일과 섞거나 함께 가열해 만드는 ‘언인퓨즈드 오일(uninfused oil)’로 나눌 수 있다.
바질페스토오일을 곁들인 홈메이드 리코타치즈
신선한 리코타치즈에 향긋한 허브오일을 몇 방울 더하기만 해도 풍미가 더욱 근사해진다. 바질페스토를 만들 때 오일을 많이 넣어 보관하는 것도 일종의 ‘언인퓨즈드 허브오일’로, 바질페스토오일을 곁들인 홈메이드 리코타치즈는 빵이나 채소와 곁들여 먹는다.
인퓨즈드 오일
로즈메리타임오일
재료 말린 로즈메리·말린 타임 3줄기씩, 올리브유 2컵
1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말린 로즈메리와 타임을 넣고 올리브유를 부어 서늘한 곳에 1~2일가량 두면 향이 배어난다.
* 말린 로즈메리와 타임 대신 생로즈메리, 타임을 넣어도 되지만 보관 기간은 짧아진다.
* 로즈메리만 넣거나 타임만 넣어도 되고, 같은 방법으로 세이지나 버베나 등 취향에 맞는 허브를 넣어 만들 수 있다.
토마토오일
재료 방울토마토 20개,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올리브유 3컵
1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꼭지를 뗀 다음 반 갈라 설탕과 소금을 뿌려 버무린 뒤 채반에 올려 햇빛에서 3일간 말린다. 식품건조기로 건조시키거나 60~70℃의 오븐에 넣고 1~2일가량 말려도 된다.
2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말린 토마토를 넣고 올리브유를 부어 서늘한 곳에 1~2일가량 두면 향이 배어난다.
오렌지오일
재료 오렌지 2개, 소금 약간, 올리브유 2½컵
1 오렌지는 껍질을 벗겨 따뜻한 소금물에 넣고 1시간가량 재운 뒤 채반에 널어 상온에서 4시간가량 완전히 말린다.
2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말린 오렌지를 넣고 올리브유를 부어 서늘한 곳에 1~2일가량 두면 향이 배어난다.
인퓨즈드 오일 + 언인퓨즈드 오일
귤후추오일
재료 귤 2개, 검은 통후추·흰 통후추 20알씩, 마늘 1쪽, 카놀라유 2컵
1 귤은 껍질을 베이킹소다로 깨끗이 씻어 4~6등분해 식품건조기에 6~7시간가량 또는 60℃ 오븐에서 8시간가량 말려 반건조 귤을 만든다.
2 달군 팬에 검은 통후추와 흰 통후추를 볶다가 마늘과 카놀라유를 더해 80℃가 될 때까지 가열한다.
3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반건조 귤을 넣고 ②를 한 김 식혀 부은 뒤 뚜껑을 닫고 서늘한 곳에 1~2일가량 두어 사용한다.
언인퓨즈드 오일
바질페스토오일
재료 생바질 잎 100g, 잣·호두 ¼컵씩, 마늘 1쪽, 파르메산치즈 10g, 소금 1작은술, 올리브유 2컵
1 바질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2 달군 팬에 잣과 호두를 살짝 볶고 마늘은 끓는 소금물에 데쳐 물기를 제거한다.
3 모든 재료를 한데 담고 핸드블렌더로 곱게 갈아 바질페스토오일을 만든다.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넣고 냉장고에 보관한다.
레몬칠리오일
재료 레몬 1개, 마른 고추 5개, 생바질 잎 5장, 옥수수유 2컵
1 소스 팬에 재료를 모두 넣고 80℃가 될 때까지 가열한 뒤 불을 끄고 한 김 식힌다. 고운 면포에 걸러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고 사용한다.
* 바질 잎은 생략하거나 취향에 맞는 다른 허브로 대체해도 되고, 레몬만 넣어 만들면 레몬오일이 된다.
칠리깻잎오일
재료 고춧가루·대파 10g씩, 깻잎 2장, 양파 20g, 검은 통후추 5알, 현미유 1컵
1 대파와 깻잎, 양파는 큼직하게 썬다.
2 소스 팬에 고춧가루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160℃에서 양파와 대파 등에서 나오는 수분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끓인다.
3 고운 면포에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 기름을 부어 드립 커피 내리듯 기름을 내린다. 한 김 식힌 뒤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양파오일
재료 양파 ¼개, 마늘 2쪽, 현미유 2½컵
1 소스 팬에 모든 재료를 넣고 150℃가 될 때까지 가열하다 150℃가 되면 약한 불로 줄여 2분가량 더 끓인 뒤 불을 끄고 한 김 식힌다. 고운 면포에 걸러 소독한 밀폐 유리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Savory Brunch with Flavored Oil
다양한 플레이버 오일의 섬세한 향으로 넘실대는 브런치 테이블.
귤후추오일을 곁들인 연어구이와 로즈메리타임오일을 곁들인 매시트포테이토
향긋한 자극과 부드러운 달콤함이 배어나는 귤후추오일을 부드러운 연어구이에 흩뿌렸다. 기름진 연어 살에 어우러지는 산뜻함이 기분 좋다. 부드럽고 묵직한 매시트포테이토에는 허브 향의 오일을 더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맛에 표정을 더한다.
토마토오일을 곁들인 경수채샐러드
아삭아삭, 싱그러운 질감의 경수채에 진한 향의 토마토오일을 더했다. 드라이드 토마토와 말린 칼라마타올리브의 짭짤한 감칠맛, 산뜻한 경수채를 진한 토마토 향이 한데 감싸 어우른다.
Dramatic Dinner With Flavored Oil
다양한 향의 오일로 새로워진 디너 테이블.
레몬칠리오일을 곁들인 알리오올리오
세몰리나 밀을 밥알 모양으로 만든 파스타 오르초(orzo)로 향긋한 알리오올리오를 만들었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매콤한 고추의 맛이 어우러진 레몬칠리오일에 알알이 씹히는 오르초가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양파오일과 양파크루통을 곁들인 단호박크림수프
양파크루통의 바삭한 질감, 양파오일의 진한 감칠맛이 부드럽고 달콤한 단호박수프와 어우러져 흔한 단호박수프를 특별하게 바꾼다.
오렌지오일과 빵
구운 빵과 함께 다양한 플레이버 오일의 맛과 향을 즐겨도 좋다. 오렌지껍질을 넣어 만든 오렌지오일은 상큼한 향으로 입맛을 돋운다.
Brustchetta Plate with Flavored Oil
갖가지 재료를 올려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는 브루스케타. 재료에 따라 플레이버 오일을 바꿔 뿌리면 재미가 더하다.
칠리깻잎오일을 더한 곶감프로슈토브루스케타
프로슈토와 멜론의 조합을 좋아한다면 곶감에도 도전해보자. 달콤하고 끈적거리는 곶감과 짭짜름한 프로슈토의 조화가 재밌다. 여기에 매콤한 칠리깻잎오일을 더하면 ‘달고, 짜고, 매운’ 맛의 향긋한 트라이앵글이 완성된다.
포르치니오일을 더한 치즈크루통리가티
진한 버섯 향이 일품인 말린 포르치니버섯으로 포르치니오일을 만들었다. 짭짤한 치즈칩으로 속을 채운 리가티 파스타에 포르치니오일을 뿌려 녹진한 감칠맛 폭탄이 와인 안주로 제격.
레몬오일을 더한 블루베이크림치즈아보카도브루스케타
부드럽고 리치한 아보카도에 새콤달콤한 블루베리를 올렸다. 상큼한 레몬오일이 기름진 아보카도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레몬오일을 더한 블루베리 크림치즈 아보카도브루스케타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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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아보카도 1개, 블루베리·레몬오일 ½컵씩, 소금 약간, 바게트 슬라이스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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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크림치즈
생크림 ½컵, 크림치즈 100g, 달걀노른자 1개분, 소금 약간
- 1
볼에 생크림과 달걀노른자를 넣고 거품기로 잘 젓다가 소금을 넣는다. 실온에 두어 말랑말랑해진 크림치즈를 더해 고루 섞는다.
- 2
아보카도는 반 갈라 과육만 발라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볼에 담는다. 블루베리를 함께 넣고 레몬오일과 소금을 넣어 살살 버무린 다음 그대로 2시간가량 두어 마리네이드한다.
- 3
살짝 구운 바게트 위에 생크림크림치즈를 바르고 마리네이드한 아보카도와 블루베리를 모양내 올린다. 마리네이드하고 남은 레몬오일을 살짝 뿌려 낸다.
포르치니오일을 더한 치즈크루통리가티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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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콘치글리오니 리가티 8개, 소금 1큰술, 레몬 ¼개, 시판 포르치니오일 2작은술(트러플오일로 대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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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루통
생모차렐라치즈·체더치즈 50g씩
- 1
생모차렐라치즈와 체더치즈는 가늘게 채 썬 뒤 기름종이를 깐 오븐 팬에 1작은술씩 올려 18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6~8분간 녹인 뒤 한 김 식혀 치즈크루통을 만든다.
- 2
물 1L에 소금과 레몬을 넣고 팔팔 끓으면 콘치글리오니 리가티를 넣고 8분가량 알덴테로 삶는다.
- 3
삶은 콘치글리오니 리가티의 물기를 제거하고 적당히 부순 치즈크루통으로 속을 채운 뒤 포르치니오일을 뿌려 낸다.
칠리깻잎오일을 더한 곶감프로슈토브루스케타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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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곶감 4개, 프로슈토 4장, 바게트 슬라이스 4쪽, 칠리깻잎오일 2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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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짝 구운 바게트에 곶감을 올리고 프로슈토로 잘 감싼 뒤 칠리깻잎오일을 살짝 뿌린다.
양파오일 단호박크림수프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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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단호박 ¼개, 감자 1개, 양파 30g, 양상추 20g, 버터 10g, 물 2½컵, 우유 1½컵, 생크림 1컵, 양파오일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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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크루통
양파 1개, 옥수수전분·식용유 적당량씩
- 1
크루통 재료의 양파를 작게 깍둑썰기 한 뒤 전분을 묻혀 170℃의 기름에서 튀긴다. 건져 100℃의 오븐에서 3시간가량 말린다.
- 2
단호박과 감자는 찜기에 넣고 부드럽게 찐 뒤 껍질을 제거한다. 양파와 양상추는 가늘게 썬다.
- 3
달군 소스 팬에 버터를 두르고 양파와 양상추를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단호박과 감자, 물, 우유, 생크림을 더해 끓인다.
- 4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인 뒤 뭉근히 끓이다가 어느 정도 농도가 나면 핸드블렌더로 곱게 갈아 고운체에 내리고 다시 소스 팬에 담아 소금으로 간하고 한소끔 더 끓인다.
- 5
수프를 볼에 담고 양파크루통을 올린 뒤 양파오일을 모양내 뿌린다.
레몬칠리오일을 곁들인 알리오올리오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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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오르초 200g, 마늘 5쪽, 양파 30g, 말린 페페론치노 4개, 레몬칠리오일 ½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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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르초는 끓는 소금물에 넣고 10분가량 삶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 2
마늘 2쪽은 얇게 편으로 썰어 그대로 두고 3쪽은 얇게 편으로 썰어 130℃의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다. 양파는 잘게 다진다.
- 3
팬에 레몬칠리오일 ¼컵을 넣고 달군 뒤 편으로 썬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어 향을 내며 볶다가 페페론치노와 오르초를 넣어 함께 볶는다.
- 4
페페론치노의 매운 향이 올라오고 오르초와 레몬칠리오일이 한데 잘 어우러지면 불에서 내린다. 남은 레몬칠리오일을 더해 오일이 유화되도록 잘 휘저은 뒤 접시에 옮겨 담고 튀긴 마늘을 뿌려 낸다.
요리의 마지막, 한 방울 떨어뜨리면 꽃처럼 피어나는 섬세한 향. 향수 몇 방울로 복식의 마지막을 완성하듯, 맛의 층위를 풍성하게 만들며 매력적인 표정을 이끌어내는 ‘플레이버 오일’의 세계와 홈메이드 플레이버 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