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살던 20대 시절, 가끔씩 토요일 점심 무렵이 되면 동네 골목에 로스트치킨을 파는 작은 트럭이 나타났다. 냄새가 기가 막힌 이 로스트치 은 인근 정육점 주인이 아침 일찍 가게에서 한가득 구운 어린 통닭을 동네를 돌며 판매하는 것으로 이 로스트치킨에 차갑게 식힌 스페인산 화이트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이 토요일의 작은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그 맛,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도 아니고 동네 로스트치킨이지만 아직까지도 침샘을 자극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의 골목에서 팔던 그 로스트치킨 속에는 타임 줄기 다발과 작은 감자가 가득 차 있었다. 감자가 불룩 채워진 치킨의 배를 가르면 순식간에 타임 향기가 온 방 안에 감돈다.

형언할 수 없는 내음에 재빨리 바삭바삭한 영계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입에 넣고 다음은 포슬포슬한 감자를 한 입, 그리고 화이트와인을 한 모금 마시다 보면 어느새 한 마리를 모두 먹어 치우게 된다. 그 환상적인 치킨 속에 들어 있던 타임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절부터 용기와 품위, 우아함을 상징하는 허브였다. 유럽, 특히 프랑스 지역의 요리에는 빠질 수 없는 허브로 고기 누린내나 어패류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향을 더한다. 필자의 지중해 요리 수업에도 빠지지 않는 허브라 마당에 키우며 사용한다.

다년생 식물이라 햇볕과 통풍이 좋으면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으니 한 번 키워볼 만 하다. 타임은 350여 종의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그냥 ‘타임’으로 부르는 ‘커먼타임(common thyme)'과 산뜻한 레몬 향이 더해진 레몬타임 정도다.

커먼타임은 소금에 절인 삼겹살이나 소시지, 살라미 등의 육가공품 요리에 자주 쓰이고 프랑스 요리책에 반드시 등장하는 ’부케가르니(스튜나 부야베스 등의 요리에 향을 더하는 향신료 다발. 로즈메리나 세이지, 타임 등을 다발로 묶어 만든다)와 남프랑스 요리의 필수 재료 ‘에르브 드 프로방스(잘게 자른 다양한 드라이 허브를 섞은 허브 믹스)’에 빠지지 않는다.

레몬타임의 경우 고기보다는 해물, 채소와 궁합이 좋다. 봄에 아스파라거스를 올리브유에 살짝 볶고 레몬타임을 조금 뿌리면 화려한 향의 한 접시 메뉴가 된다. 타임을 넣은 로스트치킨만큼이나 매력적인 향을 풍기는 지중해풍 레서피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