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백숙을 끓일 때 몸에 이로운 나뭇조각을 함께 푹 고아 가족의 건강을 보살폈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이상재 교수는 한약재로도 잘 사용하지 않는 나뭇조각을 요리에 활용한 우리네 할머니의 지혜로운 조리법에 착안하여 약이 되는 육수 재료를 소개한다.
1 느릅나무
흔히 ‘코나무’라 불리는데 느릅나무를 끓이면 끈적끈적한 것이 콧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때문인지 비염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조선 시대에 나온 책에 느릅나무 껍질을 가루 내어 쌀가루와 섞어서 떡이나 전병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는 염증이나 종양을 줄여주는 효능이 알려져 암 환자들이 먹는 약재 중 하나다. 느릅나무를 넣고 국물 내어 각종 요리의 밑국물로 활용한다.
2 오갈피(오가피)
한방에서 오갈피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가시오갈피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가시오갈피 잎 모양이 인삼의 잎 모양을 닮은 것처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주로 오갈피술로 담가 마시는데 닭이나 오리를 골 때 함께 넣으면 잡냄새를 없애주고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
3 골담초
노란 꽃이 예쁘게 피는 골담초는 예로부터 민간요법에 많이 쓰인 나무다. 어혈을 풀어주고 관절염에 효과가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다. 주로 술을 담그거나 골담초 삶은 물로 식혜를 만들어 먹는다. 골담초와 물을 담고 국물을 우려 국이나 찌개를 만들 때 밑국물로 사용한다.
4 뽕나무
뽕나무는 나무 전체가 약재로 쓰인다. 뿌리껍질인 상백피(桑白皮)는 알레르기 예방에 좋고, 잔가지인 상지(桑枝)와 잎을 말하는 상엽(桑葉)은 끓여 마시면 노폐물 배출을 도와 다이어트 차로 알려져 있다. 열매인 상심자(桑子)는 보혈작용으로 여성에게 특히 좋다. 여린 뽕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담기도 한다. 잘 알고 있는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로는 주스를 만들거나 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 이처럼 약재료 혹은 식재료로 사용되는 뽕나무를 닭백숙에 넣어 끓이면 붓기를 빼주고 관절염 등의 효과가 있다. 이름하여 상계탕(桑鷄湯)이라 하는데, 상계탕 전문 식당도 있다.
5 엄나무(음나무, 응개나무)
옛날에는 집집마다 마당에 엄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다고 한다. 뾰족한 가시가 많이 나 있어 잡귀를 물리친다는 믿음에서다. 전염병을 막아준다고 믿어 엄나무 가지를 대문에 걸어두기도 했다. 집집마다 있으니 쉽게 구할 수 있어 엄나무를 삼계탕에 넣고 함께 끓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엄나무를 넣은 백숙을 ‘응개닭’이라 부르는데 옻닭만큼 유명하다. 봄에 엄나무 새순으로 나물을 무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엄나무 껍질을 약으로 쓴다. 해동피라고 하는데 관절이나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6 계피나무
독특한 향이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삶을 때 조금만 넣어도 잡내를 없애줘 많이 사용되는 재료다. 또 수정과를 만들 때 주재료로 쓰이는 계피는 몸을 따듯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냉증에 좋다.
7 헛개나무
헛개나무는 술독을 풀어주는 작용 때문에 음주를 과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원래는 헛개나무 열매를 사용하는데, 열매는 귀하고 비싸서 최근에는 나무로 대용하기도 한다. 주전자에 물과 함께 끓여 차처럼 마시거나, 육수로 우려내 밑국물을 사용한다. 단, 너무 진하게 달이거나 장복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TIP
국물 요리의 밑국물에 나무를 사용할 때는 주재료의 맛과 향이 가려지지 않도록 약간만 사용한다. 또한 많은 양을 넣고 국물을 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므로 주의한다.
할머니들은 백숙을 끓일 때 몸에 이로운 나뭇조각을 함께 푹 고아 가족의 건강을 보살폈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이상재 교수는 한약재로도 잘 사용하지 않는 나뭇조각을 요리에 활용한 우리네 할머니의 지혜로운 조리법에 착안하여 약이 되는 육수 재료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