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쎈이 선정한 2013년 푸드 트렌드 리스트
Late Dining
외식업이 발달하면서 이제 대중은 레스토랑에서 정한 런치, 디너 타임이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에 반발이라도 하듯 파인다이닝급의 음식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이 ‘레이트 다이닝’. 말 그대로 밤늦게까지 음식을 주문, 판매하는 업스케일 레스토랑이다. 밤에 영업하는 음식점 대부분이 파인다이닝과는 거리가 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나 주점, 고깃집 일색이었다면 레이트 다이닝은 ‘언제 어디서나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의 바람을 수용한 곳이다. 특히나 간단한 요깃거리에 와인을 곁들이는 문화가 점차 퍼지면서 레이트 다이닝은 그 인기를 더하고 있다. 최현석 셰프의 ‘엘 본 더 테이블’은 이태원에 레이트 다이닝 콘셉트의 2호점을 냈으며 게스트로 펍 형태의 프렌치를 내놓은 압구정동의 ‘루이쌍크’는 아예 점심엔 운영하지 않고 저녁과 밤에만 운영하며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레이트 다이닝이다.
Mini mini
바야흐로 싱글들의 시대다. 현재 대한민국 4가구 중 1가구, 전체 인구의 9퍼센트가량이 1인 가구의 싱글족으로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싱글족을 위한 미니 주방 가전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냉장고와 밥솥은 물론 한 번에 1~2잔의 적은 양만 추출할 수 있는 미니 커피메이커까지 가전업체들이 싱글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 ‘건강하고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을 꾸려가는 데 관심이 높은 싱글층은 가족 부양의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식문화와 문화생활에 높은 관심으로 구매 파워도 높다. 싱글일수록 더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관심이 높은 만큼 대형 마트의 식품 코너에서도 이들을 공략한 소포장 신선 식품 코너를 늘리고 있으며 1인용 테이블을 마련하는 외식업체도 늘고 있다. 여기에 ‘소식 문화’의 확산으로 일반적인 1인분의 양까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Nuevo Tapas
우리나라에도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스페인 퀴진, 스페인 음식이 무엇인지 생소한 대중마저 자기도 모르는 새 ‘타파스’를 먹고 있을 정도로 타파스는 특급 호텔의 업장부터 동네의 소규모 레스토랑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스페인에서 술에 곁들이거나 식사하기 전 간단하게 먹도록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메뉴를 통틀어 지칭하는 타파스는 다양한 메뉴를 소량씩 즐기는 ‘테이스팅 키친’과 ‘와인 앤 다인’ 문화와 맞아떨어져 가공할 파급력으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페인 클럽’, ‘봉고’, ‘오스테리아 마티네’ 등이 본격 스패니시 타파스 레스토랑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창의적이고 새로운 ‘누에보 타파스’로의 발전은 스페인 레스토랑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진행 중이다. ‘레이트 다이닝’을 지향하는 ‘엘 본 더 테이블 이태원점’의 셰프 최현석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타파스 타임’으로 정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반짝이는 작은 그릇들을 내고 있으며 가스트로 스타일의 술집 ‘쉐플로’에서는 안주 메뉴에 타파스를 올려 미식가들의 단골 술집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에는 어디에 가서도 타파스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Originality
어느샌가 파인다이닝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으며 세계 식문화 트렌드의 영향권이 된 우리나라, ‘수비드 조리법’이 유행이라고 하면 곧 강남 일대의 레스토랑에서 손쉽게 수비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식문화의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각자의 퍼스낼러티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로 ‘오리지널리티’가 재조명받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은 읽어내되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 내려고 하는 맛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만 봐도 그렇다. 최대한 외국의 입맛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식보다는 한식의 특장점을 부각시키며 그것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려는 쪽이 인정받고 있다. 이제 퓨전은 ‘고유의 색을 지워나가기’가 아니라 ‘고유의 색을 표현하기’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년 뉴욕에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정식’의 임정식 셰프만 봐도 그렇다. 그는 ‘2012 마드리드 퓨전’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 퓨전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를 선보였다. 뉴요커들에게 사랑받는 ‘정식’의 메뉴는 삼겹살을 콩피해 장아찌소스의 밥 위에 올려낸 것이다. 같은 사람이 조리해도 세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를 냈다면 ‘정식’은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오리지널리티’를 위해 셰프들은 이제 국내 구석구석 산골 마을을 떠도는 중이다.
Pop-up eateries
지난해 외식업계와 트렌드에 민감한 미식가들 사이에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화려하게 등장한 팝업 레스토랑이다. 대형 식품업체나 외식 브랜드에서 프로모션을 위한 일시적 이벤트로 시작된 팝업 레스토랑이 이제는 가장 핫한 트렌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된 것. 팝업 레스토랑의 가장 큰 장점은 트렌드에 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소비자의 반응도 빠르게 느낄 수 있는 ‘즉각적 소통’에 있다. 대중에게 사랑받을 메뉴인지 팝업 레스토랑에서 시험해 본 후 반응이 오지 않으면 즉각 폐기할 수도 있고 수정 사항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트럭을 타고 다니며 공원이나 도서관, 휴양지 등지에 즉석 팝업 레스토랑을 차려 대중과 만나는 젊은 셰프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실력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1:1 소통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요리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착한 팝업 레스토랑’도 줄을 잇고 있는데 뜻이 있는 이들이 모여 기간을 정해 ‘프로젝트 레스토랑’을 꾸려 사람들을 끌어모아 그 수익을 기부하는 ‘착한 일일 레스토랑’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정민의 주최로 하루 동안 진행된 <팝업떡볶이가게>는 수익금 전부를 시각장애인을 위한 아트 프로그램에 기부하는 프로젝트로 참가자들은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문화를 겪으며 시각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관심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13년에는 더욱 다양한 팝업 레스토랑이 불시에 대중을 찾아갈 것이다.
Quinoas
7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고대 작물이 전 세계의 주방에서 가장 주목받는 ‘핫한 작물’이 되었다. 20~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페루 등 남미 지역에서 ‘가난뱅이의 곡물’로 천대받던 것이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없어서 못 파는 황금 작물이 된 것. 퀴노아에는 어떤 곡물보다도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식이 섬유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완전식품으로 인정받는다. 식물성 단백질이 14~18%가량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당단백질 라이신 함량도 다른 곡물의 두 배에 달해 우유와 유사한 아미노산 구성으로 FAO(UN 식량농업기구)에서는 모유와 대체 가능한 영양 성분으로 평가 했다. 또한 높은 철분 함량과 함께 산화에 강한 불포화지방산 함유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해도 그 영양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글루텐 프리로 소화에도 좋아 우주인을 위한 식량 원료로도 개발하고 있다니 과연 ‘첨단을 달리는 고대 작물’인 셈이다. 사실 우리가 섭취하는 퀴노아는 엄밀히 말해 곡류가 아닌 씨앗에 해당하며 쌀알보다 작은 이것을 물에 불리고 삶아 샐러드에 섞어 먹거나 빵 반죽에 넣기도 하고 쌀에 섞어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해외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고마운 곡물로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Roots
전 세계 셰프들이 뽑은 2013년에 주목해야 할 식재료 부문에 뿌리채소가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지의 정기를 그대로 담아 자연주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뿌리채소는 특히 채식 요리와 마크로비오틱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다소 투박한 모양에 씹는 질감이 살아 있는 뿌리채소는 한식에도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이지만 이제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샐러드에서도 이탤리언 레스토랑의 파스타에서도 만날 수 있다.
Small luxury
한 달 전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의 에르메스 명품 매장 옆, 새로운 매장이 오픈해 사람들이 긴 줄을 이뤘다. 새로 오픈한 매장은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마카롱 숍 ‘라뒤레’, 세계 최고의 마카롱을 만드는 것으로 인정받는 150년 역사의 파리 카페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한입 크기의 이 자그마한 디저트는 1개에 3천5백원, 마카롱을 포장하는 박스는 8천원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을 자랑한다. 이제 이러한 식품을 소비하고 맛보는 것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작은 사치로서 작용한다. 한 개에 3천5백원이 비싼 가격임은 분명하지만 절대로 먹지 못할 가격은 아니다. 명품 가방이나 디자이너 가구처럼 한 달 월급을 다 쏟아붓지 않아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명품 음식’이다. 일반 대중들도 음식에서만큼은 최고의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영역에서는 실속을 찾으면서 특정 용품에는 돈을 쓰는 데 아끼지 않는 것을 유통업계에서는 ‘로케팅 소비’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두드러진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는 <2012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로케팅’을 소비 시장의 화두로 제시하며 내수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소매시장 전체의 성장률은 주춤하겠지만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편향 소비가 강화될 것이라 분석했다. ‘최고의 가치’를 찾는데 가장 접근성이 높은 식품 분야의 로케팅 소비 심화 현상은 청담동 SSG 푸드마켓이나 갤러리아의 고메이 494의 폭발적 인기가 반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식품업체는 앞다퉈 프리미엄 식품을 판매하는 럭셔리 콘셉트의 식재료, 디저트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T.V COOKING SHOW
푸드 전문 채널 ‘올리브’가 처음 개국했을 때 사람들은 요리 전문 채널이 과연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였지만 작년 한 해 올리브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가 대중들의 입에 바쁘게 입에 오르내렸다. 공중파에서도 요리에 관한 특집 다큐들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속속들이 크랭크인에 들어갔고 장수 프로그램 <잘 먹고 잘사는 법>은 이제 어머니들의 필수 교양 프로그램이 되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열풍이 더욱 두드러져 <마스터 셰프>의 미국판은 유명 드라마들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점 그 수준이 높아가는 식문화와 그에 대한 관심은 ‘더 재밌고, 더 새로운’ 푸드 콘텐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Union-City farmer
착한 소비와 착한 음식’이 퍼져 나가면서 생활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기업에서 유통하는 식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로컬푸드를 이용해 푸드마일리지를 줄이자는 ‘푸드마일리지’ 운동이 퍼져 나가는 가운데 지금은 아예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도시 농부’ 바람이 불고 있다. 도시 농부는 비단 개인뿐 아니라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요리를 하는 셰프들에게도 퍼지고 있어 농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텃밭을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미국의 유명 셰프 댄 바버가 운영하는 ‘블루 힐 앳 스톤반스’는 맨해튼에서 불과 45분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2만3천 피트에 달하는 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유기농 채소 재배뿐만 아니라 가축을 키우며, 업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식사하기 전에 자기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키워지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된다. 이기적이지 않은 농장, 자연 고갈이 아닌 회복을 위한 농장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그는 ‘자신의 농장에서 자란 식재료’, ‘채집’을 주제로 착한 음식의 전도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농부 운동이 조합이나 협회,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레스토랑의 주인부터 소비자까지 다양한 구성원으로 도시 농부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Vegan
소셜테이너로 변신 중인 이효리가 채식을 선언하는 등 갈수록 많은 셀렙들이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선포하고 ‘동물 보호’와 함께 채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대중에게 설파하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제 힘을 펼치지 못했던 채식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한국 채식협회에서는 현재 1% 이내인 채식 인구가 잠재적 채식 인구까지 합쳐 20%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에 따라 채식 레스토랑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어 ‘마크로비오틱 카페’나 ‘채집 레스토랑’, ‘사찰 음식 전문점’ 등 그 분야도 세분화되고 있다. 작년 한 해 큰 사랑을 받은 대안스님의 음식도 이러한 채식 열풍과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채식인들에게 한국은 외식하기 어려운 나라이며 채식 메뉴의 퀄리티와 다양함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채식 메뉴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Whole food
마트의 가공 상품 코너를 보다 보면 ‘○○가 통째로 들어간’, ‘통째로 갈아 만든’ 등의 수식이 달린 상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예전에는 손질해 제거했던 껍질과 잔뿌리, 채소의 꼭다리에 사실 가장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과 지구를 위해 음식을 소중하게 섭취해야 다는 철학이 ‘통째로’ 열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X-file
종편 채널 개국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이라는 3%를 기록한 채널 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file’이 화제다. 외식업체에 암암리에 퍼져 있는 ‘숨기고 싶은 음식의 명암’을 파헤치고 그러한 꼼수를 배제하고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착한 식당’까지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다음 날이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은 안 좋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들썩인다. 날로 늘어가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건드린 이 프로그램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국적을 바꾼 식재료와 과도한 조미료 사용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간다. 사람들이 모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 일 줄은’ 몰랐던 것을 드러내 사람들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이 프로그램에서 내건 나쁜 식당의 요건을 두루 충족시키는 식당에 사람이 몰리고 착한 식당은 방송을 타기 전에는 인기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건강에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그 가격에 그 양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자극적인 맛에 싸고 푸짐한 식당에 몰리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재료의 맛을 살린 건강하고도 정직한 음식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혀는 여전히 조미료에서 해방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극적이고 싸고 푸짐한 음식이 미덕이었던 과거에서 맛있고 건강하며 정직한 음식이 미덕인 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에 서 있다. 식당 주인과 소비자가 서로 물어 뜯고 싸우기만 한다면 해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조미료에 길든 대중의 입맛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적절한 가격에 정직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하다.
Yame-Yori
어느 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웹툰 하나가 진지하고도 엄격했던 요리 콘텐츠 시장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수상한 토끼가 매번 한가지 메뉴에 도전하는 ‘야매요리’가 그것. 집에 없는 식재료는 레서피에서 과감히 빼거나 집 안 찬장에 있는 메뉴로 대체하고 계랑은 ‘아빠 숟갈’로 통일한다. 오븐 요리는 전자레인지나 전기밥솥을 이용한다. 음식 만들기는 너무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끼던 독자들에게 과격할 정도로 ‘막 나가는’ 레서피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그런데 결과물은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 물론 가끔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오지만 그마저도 재미있다. 야매요리의 인기 이후 KBS의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도 역시 야매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의 ‘야매’는 ‘야간매점’의 줄임말이다. 요리와 담을 쌓고 지낼 것 같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빠르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야식 메뉴를 선보이고 거기에 점수를 매긴다. 이러한 야매요리의 열풍은 높아지는 식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파생된 하나의 문화로 볼 수 있다. 요리가 메인 트렌드가 되면서 기존의 요리 콘텐츠와는 또 다른 키치적인 서브컬처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수준 높은 식문화 콘텐츠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식생활과 동떨어진 콘텐츠에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 요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요즘 누구나 집에 생허브 한두 종류씩을 갖추고 계시죠? 이 재료를 다 섞어서 오븐에 돌리면 간단하게 완성이에요’라고 말하는 요리 프로그램 앞에서 허브도 안 키우고 오븐도 가지고 있지 않은 다수의 대중은 채널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식문화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층위의 콘텐츠와 문화가 두루 발전하는 것이 옳다.
Zest flavor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신맛’ 즉 ‘산미’를 부각시킨 요리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산미를 요리에 적절히 사용하는 서양 요리의 영향으로 언제부턴가 우리의 입맛도 신맛을 찾게 되었다. 작년 한 해 길거리에서만 파란색의 ‘블루 레모네이드’를 시도 때도 없이 마주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레스토랑에서는 발사믹식초를 졸여낸 발사믹리덕션을 모든 샐러드에 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스테이크와 피자 등등 종류를 불허하고 발사믹리덕션이 ‘만능 서양 소스’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대중들이 ‘신맛’을 알게 되고 찾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메인 요리의 식재료로는 잘 사용하지 않던 레몬과 라임도 각 가정의 냉장고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을 생각해 공장에서 만들어진 식초 대신 천연 레몬즙을 사용하는가 하면 식초 음료가 음료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신맛에 눈을 뜬 대한민국, 2013년에도 ‘신맛’을 내세우는 히트 상품이 생겨날 것이다.
에쎈이 선정한 2013년 푸드 트렌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