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큰 태풍 없이 지나간 덕분에 풍작을 이룬 벌판에서는 수확이 한창이다. 농민의 땀과 정성이 담긴 햇곡식은 셰프에게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음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어윤권, 박민재, 김기호 셰프가 햇곡식으로 완성한 창작 요리.
가을 곡물로 만든 탈리아텔레, 밤수프를 곁들인 광어카르파초
은행과 자연송이를 곁들인 한우안심스테이크
“미식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맛은 물론 음식의 향을 즐기게 됩니다. 식재료 고유의 은은한 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좋은 재료를 선택해야 하고,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한 테크닉이 필요하지요. 알알이 영근 햇밤으로 부드럽게 만든 수프를 광어카르파초에 곁들여 새로운 맛의 조화를 꾀했어요. 입안 가득 고소하게 퍼지는 햇밤수프와 쫄깃한 광어회는 의외로 궁합이 잘 맞습니다. 칼국수를 만드는 것처럼 세몰리나 밀가루에 조, 수수 등의 가을 곡물을 갈아 넣어 투박한 탈리아텔레를 만들었어요. 보기엔 거칠어 보여도 꼭꼭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꽃게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쌉싸래한 맛이 매력적인 은행은 올리브유에 살짝 볶고, 옥수수는 씹는 맛이 좋도록 찐 다음 한우스테이크와 함께 그릇에 담았습니다. 묵직한 메인이지만 향긋한 가을 곡물을 곁들여 식사를 끝내면 더부룩하지 않고, 몸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 거예요.”
어윤권 셰프는…
2006년 청담동 골목에 오픈한 이탈리아 부티크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에서 감각적인 예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11
문의 02-3443-0717
보리채소샐러드
서리태블루테를 곁들인 오리구이
“한 가지 음식을 만들더라도 단맛, 짠맛, 신맛, 쓴맛 4가지 맛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톡톡 튀는 씹는 맛이 좋은 보리를 갖은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앙증맞은 샐러드 재료로 재해석했습니다. 보리의 고소함, 건살구와 오렌지의 달콤함, 채소의 아삭함을 올리브유로 한번 감싼 뒤 살짝 뿌린 타바스코 소스의 매콤함과 땅콩버터의 기름진 맛을 더하면 환상적인 맛이 탄생합니다. 파이 시트는 보리샐러드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반죽으로 구웠습니다. 함께 먹으면 샐러드에서 느낄 수 없는 바삭함을 선사하지요. 프랑스에서는 흔히 렌틸콩으로 블루테소스를 만들어 육류와 가금류 요리에 곁들이는데요, 우리네 서리태를 블루테로 응용해봤습니다. 오리 가슴살을 촉촉하게 구운 뒤 서리태블루테를 더하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박민재 셰프는…
프랑스에서 쌓은 요리 경험을 바탕으로 정통 프렌치를 더욱 쉽고 편안하게 해석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비앙에트르’의 주방을 이끌고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화동 106-5
문의 02-720-3959
녹두도너츠
가을정원
“흔히 먹는 녹두전 대신 녹두 간 것만 부치고 반죽에 넣던 돼지고기, 김치, 달걀, 고추를 고명 삼아 그릇에 각각 담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각 식재료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순수한 녹두 고유의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함께 곁들인 녹두퓌레는 녹두전과는 또 다른 고소한 맛이 납니다. 또한 녹두전을 부칠 때도 도넛 모양으로 찍어 소소한 재미를 더했어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을정원’은 이맘때 한창 물이 오른 곡식, 채소, 과일을 한데 아우른 요리예요. 씹을수록 달면서 감칠맛이 좋은 햇곡식을 찜통에 찐 다음 참기름으로 마무리했고, 나머지 재료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조리하거나 날것으로 올렸습니다.”
김기호 셰프는…
한식 고유의 맛을 유지하되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분자요리를 접목해 새로운 한식을 선보이는 한식 퓨전 레스토랑 ‘초록바구니’를 운영하고 있다.
위치 서울 용산구 이촌동 300-267
문의 02-790-3421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큰 태풍 없이 지나간 덕분에 풍작을 이룬 벌판에서는 수확이 한창이다. 농민의 땀과 정성이 담긴 햇곡식은 셰프에게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음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어윤권, 박민재, 김기호 셰프가 햇곡식으로 완성한 창작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