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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꿈꾸는 이 시대 농부를 만나다 (4)

On October 04, 2013

대지에 씨앗을 뿌리고 기다린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는 동안 땅을 갈지조차 않고 그저 지켜본다. 현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무위의 농법이자 철학, 이 거대한 이해와 기다림의 농법을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 2년여간 기록한 이들이 있다.

We are farmers_5

요시카즈 가와구치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자연농법과 철학을 이어가는 이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요시카즈 가와구치는 마사노부를 이어 자연농법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나라 지방에 위치한 그의 자연농 체험장인 ‘아카메 자연농 학교’에는 전 세계에서 매달 3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방문해 숙식하며 자연농법을 체험하고 간다.

농사의 철학을 담는 다큐멘터리 팀 ‘자연농(Final Straw)’

대지에 씨앗을 뿌리고 기다린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는 동안 땅을 갈지조차 않고 그저 지켜본다. 현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무위의 농법이자 철학, 이 거대한 이해와 기다림의 농법을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 2년여간 기록한 이들이 있다. 안정적인 직장도 그만두고 오로지 사람들에게 ‘자연농’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푸른 눈의 미국인 패트릭과 한국인 강수희 팀이 바로 그들이다.

무위의 농법, 자연농

땅도 갈지 않고 화학비료도 주지 않은 땅에서 농작물이 자란다. 이 밭은 다양한 미생물과 곤충, 잡초가 뒤엉킨 작은 생태계다. 일본의 식물생태학자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1940년경 지구와 먹는 이 모두를 위한 새로운 농법을 시도한다. 그 원칙은 오직 4가지, 자연을 공경하고 땅을 갈지 않으며 화학비료와 퇴비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학 기술을 활용해 발전해온 현대 농법과는 달리 자연을 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생태를 보전하는 것. 자연이 농작물을 기르고 사람은 그것에 봉사한다. 무위자연의 근위로 돌아간다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구심적인 농법으로, 최종적으로는 자연이 간직한 이치와 조화, 질서의 세계 속에서 참다운 인간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연을 인간이 제어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서양의 세계관을 환경이나 식량문제 등 현대사회에 불거진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인간도 자연의 하나라는 겸손한 세계관을 바탕에 둔 농법으로서, 나아가서는 환경오염과 식량난, 빈부 격차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1 다큐멘터리 ‘자연농’팀의 패트릭 라이던(Patrick Lydon)과 강수희.
2 국내에 최초로 자연농을 알린 자연농부이자 저술가 최성현. 홍천에서 자연농 쌀을 재배하며 그 이야기를 담은 저서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산에서 살다> 등을 내어 국내 자연농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농을 카메라에 담다

2011년 가을,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크니컬라이터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며 휴가차 전 세계를 여행하던 패트릭은 인터넷에 올라온 강수희 씨의 환경 사진을 보고 감명받아 메일을 보냈고 한국을 방문해 직접 만나게 된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환경 보존에 열정적이던 강수희 씨와 자신의 웹진‘소사이어티’를 운영하던 패트릭은 홍천에서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최성한 농부를 찾아가 인터뷰하면서 ‘자연농’이 단순한 농법을 넘은 거대한 철학임을 깨닫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하게 된다. 다니던 직장까지 포기하며 2년여의 세월을 바칠 정도로 자연농에 빠지게 된 것은 자연농이 지구의 환경과 기후 문제뿐 아니라 현대인의 딜레마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항상 제어하고 조절해 ‘발전’하는 것만을 강조하지만 그 폭력적 과정에서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 발전이 최상의 가치가 되다보니 사람들은 항상 불만족스럽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하려 하지 않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자연을 바라보고 전체의 조화를 이해하면서 자신도 그중의 일부라고 깨달을 때 진정한 생명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농(Final Straw)’ 다큐멘터리에는 자연농을 실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한국의 농부들이 기록되었다. 지난 2년 동안의 여정 끝에 촬영을 마무리하고 올가을 최종 완성을 목표로 현재 편집 중이다.

그런데 패트릭과 강수희 씨는 이 작품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 자신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온라인에 무료로 올려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자연농을 접하고, 나아가 자연과 먹을거리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작품을 ‘자연농에 대해 탐구하는 다큐멘터리영화이지만 지속 가능성에 관한 현대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며 지혜롭게 답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철학적 여정’이라 소개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이가 농사를 짓는 것도, 모든 농부가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자연 속의 존재로서 자연과 먹을거리의 근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지금보다 깨어 있고 행복하며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작은 변화를 맞이해 그것이 하나의 흐름이 되기를 소망할 뿐이다.

Agriculture & Design 자연을 디자인하다

‘최근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 불고 있는 농산품 디자인의 혁신 열풍이 반갑다. 고귀한 땀의 결실인 농산물을 선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더불어 독창적인 디자인을 통해 생산자의 신념을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 고메이494

‘갤러리아 식품관 ‘고메이494’는 전국의 재료 산지와 연계해 만든 PB제품을 판매한다. 프리미엄 부티크를 지향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고메이494만의 모던한 블랙, 베이지 컬러를 우리 농산물 제품 디자인에도 접목했다. 소규모 가족을 위해 쌀이나 곡식, 양념소스, 소금 등을 최소 단위로 포장해 판매한다.

유기농 백태: 경북 영양에서 수확한 유기농 백태를 투명한 용기에 담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선반에 세워두면 한눈에 찾기 쉽고, 보관하기도 좋다. 500g 1만4백원.

2 저스트주스

‘저스트주스’는 유기농 과일과 채소의 영양소 보존을 위해 열을 가하지 않는 첨단 초고압 살균 방식으로 착즙한 주스를 만든다. ‘좋은 음식이 더 좋은 삶의 시작’이란 믿음으로 오랫동안 유기농, 무농약 과일을 고집한 국내 농가들의 과일을 앙증맞은 크기의 음료로 담아냈다. 주스 고유의 색깔이 잘 보이는 투명한 용기에 상큼한 오렌지 컬러로 눈에 띄게 제품명을 새겼다.
준스 한라봉: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 피로 해소에 좋은 한라봉에 감귤과 사과를 넣어 상큼한 맛을 강조했다. 190mL 4천9백원.

3 허니스푼

30년 넘게 벌을 기른 아버지와 디자이너인 딸 이민진 씨가 설립한 허니스푼은 천연 벌꿀에 아버지의 사랑과 생활의 편리함을 담았다. 얇고 긴 병에 꿀을 담아 투박하지 않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며 어디서든 쉽게 짜 먹을 수 있는 튜브 꿀과 다양한 종류를 맛볼 수 있는 세트 상품을 판매한다. 아카시아 꿀, 야생화 꿀, 밤꽃 꿀, 꽃가루 등의 꿀을 접할 수 있다.
튜브허니: 프리미엄 아카시아 꿀이 앙증맞은 투명한 튜브에 담긴 제품.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해 야외에서도 유용하다. 빵에 발라 먹거나 차로 즐길 때 짜서 먹으면 편리하다. 110g 8천원.

4 농부로부터

‘농사는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쌈지농부 천호균 대표와 20년간 유기농 기술의 보급과 발전에 힘써온 사단법인 흙살림 이태근 대표가 함께 기획한 농산물 유통 매장 ‘농부로부터’는 농부가 정성 어린 손길로 땅에서 일군 먹거리를 통해 소비자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쌈지길의 간판 글자로 유명한 이진경 쌈지농부 아트디렉터의 손 글씨체는 농부가 주인공임을 표현한 것. 국내산 토종 곡물, 된장·간장·김치·효소 등 숨 쉬는 발효 식품, 유기농 과일, 아이들을 위한 쌀 과자와 주전부리 등을 판매한다.
유기 찰흑미 :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경기 안성에서 재배한 유기농 찰흑미. 500g 6천원.

5 파머스파티

‘파머스파티’는 자연을 벗 삼아 농부와 디자이너가 함께 새로운 생태 문화를 창조하는 네트워크다. 일교차가 큰 경북 봉화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사과가 대표 작물로 매년 8월 말부터 주문할 수 있는 사과는 싱그러운 사과나무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상자에 담겨 배송된다. 사과를 수확하거나 착즙하는 실제 과정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믿고 구입할 수 있다.
믿고 마시는 파파사과즙: 맛좋은 파파사과 중 당도가 높은 사과만 골라 직접 세척한 뒤 반으로 잘라 속의 상태를 확인하고 착즙한 100% 사과즙. 200mL(15개입) 3만원.

6 피시앤피시

피시앤피시는 어시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박세형 씨와 디자인 경영을 전공한 그의 아들 박창현 씨가 운영하는 생선 가게다. 수산물을 간편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제안하는 프리미엄 냉동 수산물 브랜드로, 외면당하는 수산물 시장을 살리고자 생선 포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포장만 뜯으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머리와 내장은 제거하고 반 마리씩 진공포장한 뒤 급속 냉동 처리했다. 고등어, 삼치, 은갈치, 옥돔 등 다양한 생선을 판매한다.
오션스 11세트 : 고등어, 삼치, 갈치와 옥돔까지 4가지 생선을 모두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세트. 함께 포장된 마늘가루, 카레가루, 로즈메리가루 등은 기호에 따라 뿌린 뒤 구우면 된다. 11마리 8만4천원.

7 요리하는 진소스

조리기능장 최진흔의 노하우로 만든 ‘요리하는 진소스’는 콜리플라워, 아스파라거스, 목이버섯, 마늘·구기자, 마늘종, 셀러리 등의 피클 제품, 절인 올리브, 바질페스토, 로라허브 등 서양 소스, 낙지오징어볶음이나 된장찌개용 소스를 개발해 판매한다.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군더더기 없는 투명한 유리병에 식재료를 차곡차곡 담아 병만으로도 자체 디자인 제품이 되었다. 갤러리아 식품관,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SSG 푸드마켓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연근오미자피클: 도톰하게 썬 연근과 오미자 우린 물을 섞어 만든 상큼한 맛의 피클. 꽃처럼 물든 연근을 그냥 먹어도 좋고 샐러드에 곁들여도 된다. 320g 1만6천5백원.

8 디자인농부

전북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생산, 유통, 홍보, 마케팅, 판매를 한 번에 진행하는 농산품 온라인 쇼핑몰이다.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달팽이를 패키지에 그려 넣어, 느리지만 꾸준한 삶은 사는 모습을 담아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재배한 정직한 쌀과 잡곡, 들깨와 참깨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디자인 잡곡 5종 세트: 단백질 함량이 높은 찰보리쌀, 찹쌀·현미· 찰보리·찰기장 등이 포함된 혼합 8곡, 비타민 B1, B2가 풍부한 찰흑미, 찹쌀, 현미찹쌀로 구성된 종합 세트. 각 500g 2만5천원.

9 인시즌

‘인시즌’은 생산지에서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도시에서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판매한다. 충북 괴산에서 배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이소영 씨와 그가 홍대 국제디자인경영대학원 과정에서 만난 동료 김현정 씨가 론칭했다. 젊은 두 여성이 만나, 농부가 만든 원료뿐 아니라 제품 가공 까지 할 수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농산물과 전통적인 발효 기술을 담기 위한 제품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천연 발효 배식초 : 천연 발효 배식초는 산에서 채취한 산야초를 6년간 저온 숙성시켜 만든 산야초 발효 효소의 찌꺼기를 퇴비로 사용해 농원에서 기른 배를 3년 이상 숙성시켰다. 375mL 3만원.

10 효종원

효종원은 경북 문경에 있는 오미자 농장으로 이원규 대표와 두 아들이 힘을 합쳐 농사를 짓고 제품 개발과 디자인까지 맡고 있다. 해발 500~700m에서 수확한 오미자는 청, 액상 차, 앰풀, 말린 것 등 다양하게 가공돼 심플한 모습의 패키지에 담겨 판매된다. 깔끔한 모양의 포장에는 싱그러운 오미자 열매가 그려 있고, 유니크한 글씨체로 효종원 오미자를 나타냈다.
오미자청: 신맛, 단맛, 매운맛, 쓴맛에 짠맛까지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로 만든 추출액으로 물, 탄산, 주류에 섞어 마시면 된다. 500mL 3만8천원.

대지에 씨앗을 뿌리고 기다린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는 동안 땅을 갈지조차 않고 그저 지켜본다. 현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무위의 농법이자 철학, 이 거대한 이해와 기다림의 농법을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 2년여간 기록한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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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강태희
에디터
이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