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른 바에서 멋모르고 라프로익을 시켰다. ‘아일레이 위스키’라 처음 접한다면 힘들 것이라는 바텐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에 술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다니. 그래서 한동안 ‘아이리시 위스키’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갑자기 왜 아이리시 위스키냐고? 고백컨대 어디서 들어본 건 있어서 당당하게 라프로익을 시켰지만 실상은 위스키의 ‘위’자도 제대로 몰랐던 탓이다. 비슷한 발음 때문에 얼핏 듣고 둘을 동일시한 것이다. 지난날의 부끄러웠던 기억을 더듬어, 위스키에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위스키의 세계에 뛰어들기 전 준비운동 역할을 해줄 산지별 위스키 기초 안내서.
SCOTCH WHISKY
위스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인 스코틀랜드, 수준급 브랜드들의 고향이다.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주원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크게 몰트위스키, 그레인위스키, 블렌디드위스키로 나뉜다. 물, 몰트(보리 맥아), 효모만 사용해 단식 증류기로 제조한 경우 몰트위스키라 칭한다. 이 안에서도 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원액만 담느냐, 2개 이상의 증류소에서 생산된 원액을 블렌딩하느냐에 따라 싱글 몰트와 블렌디드 몰트로 나뉜다. 싱글 몰트의 경우 스코틀랜드 내에서도 생산된 지방에 따라 하이랜드·아일레이·로랜드·캠벨타운·스페이사이드 등으로 구분 가능하다. 그레인위스키는 몰트와 다양한 곡물을 베이스로 연속식 증류법으로 제조한 것. 이 역시 싱글 그레인과 블렌디드 그레인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블렌디드위스키는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해 만든 것이다. 또 알아둘 것이 있다면 피트다. 스카치위스키의 풍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피트는 맥아를 건조시킬 때 연료로 활용되는 자연 퇴적물로 이탄이라고도 한다. 요오드의 맛, 스모키 향을 내는 큰 요소 중 하나다.
대표 브랜드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로얄 살루트, 아드벡, 보모어, 글렌피딕, 라프로익, 맥캘란 등
AMERICAN WHISKY
우리에게 익숙한 버번위스키는 아메리칸 위스키의 한 종류다. 미국에서는 버번위스키 외에도 테네시 위스키, 라이위스키, 콘위스키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스트레이트위스키와 블렌디드위스키를 생산한다. 버번위스키는 원료 중 옥수수가 51% 이상 포함되어야 하며 연속식 증류기로 알코올 농도 40~50%까지 증류해 만든다. 숙성을 할 때는 반드시 내부를 그슬린 새 오크통에 2년 이상 숙성해야 비로소 버번위스키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버번 카운티에서 생산한 게 아니더라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위스키라면 버번위스키라 칭한다. 버번위스키의 한 종류다, 아니다로 나름 의견이 갈리는 테네시 위스키는 미국 테네시 주에서 생산되며 원료는 버번과 동일하나 증류 후 사탕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테네시 위스키계에서는 잭 다니엘이 독보적인 브랜드다. 콘위스키와 버번위스키의 구분은 숙성에서 차이가 난다. 통 숙성을 안 하거나, 숙성시키더라도 그냥 새 오크통 혹은 내측을 태웠지만 헌 오크통을 사용할 경우 콘위스키라 칭한다. 라이위스키는 호밀을 51% 이상 함유한 위스키를 칭한다.
대표 브랜드 짐 빔, 메이커스 마크, 와일드 터키, 잭 다니엘, 우드포드 등
IRISH WHISKY
현재 위스키의 성지는 스코틀랜드로 여겨지지만 위스키가 처음 탄생한 곳은 바로 아일랜드다. 아이리시 위스키들의 주원료는 몰트와 보리며 그 외 호밀, 밀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2번 증류하는 스카치위스키와 달리 대형의 단식 증류기를 이용하여 3번 증류하는 것이 아이리시 위스키의 큰 특징 중 하나다. 그 증류액을 3년 이상 저장, 숙성한 것을 아이리시 스트레이트위스키라고 한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피트 훈연을 하지 않아 향이 깨끗하고 맛이 부드러워 처음 위스키를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하다.
대표 브랜드 제임슨, 부시밀즈, 미들턴, 파워스 등
CANADIAN WHISKY
캐나다 위스키는 미국의 위스키 산업이 1920년 금주법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미국에서 위스키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이웃 나라 캐나다의 위스키가 미국으로 밀반출되기 시작한 것. 캐나다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주정에 다양한 종류의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오죽하면 캐나다 위스키를 블렌딩의 예술이라 칭할까. 캐나다 위스키는 귀리, 옥수수, 보리, 밀 등 다양한 종류의 곡물로 제조하는데 이 중 귀리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계 5대 위스키 중 가장 순하며 부드러운 향미를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 브랜드 캐나디언 클럽, 크라운 로얄 등
JAPANESE WHISKY
재패니즈 위스키의 역사는 192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코틀랜드에서 유기화학을 공부하던 다케쓰루 마사타카가 스카치위스키 제조 비법을 가지고 일본에 돌아가 도리이 신지로와 함께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세우며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독특한 과일과 훈연 향 그리고 은은한 향신료의 풍미가 느껴지는 싱글 몰트위스키와 블렌디드 몰트위스키, 블렌디드위스키 모두 생산한다. 아일레이 위스키처럼 피트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싱글 몰트위스키도 몇몇 생산한다.
대표 브랜드 산토리 히비키, 산토리 가쿠빈, 야마자키, 다케쓰루, 요이치 등
우연히 들른 바에서 멋모르고 라프로익을 시켰다. ‘아일레이 위스키’라 처음 접한다면 힘들 것이라는 바텐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에 술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다니. 그래서 한동안 ‘아이리시 위스키’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갑자기 왜 아이리시 위스키냐고? 고백컨대 어디서 들어본 건 있어서 당당하게 라프로익을 시켰지만 실상은 위스키의 ‘위’자도 제대로 몰랐던 탓이다. 비슷한 발음 때문에 얼핏 듣고 둘을 동일시한 것이다. 지난날의 부끄러웠던 기억을 더듬어, 위스키에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위스키의 세계에 뛰어들기 전 준비운동 역할을 해줄 산지별 위스키 기초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