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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허담의 약초 이야기

약이 되는 가을무

On October 29, 2015

저장성이 좋은 가을무는 예부터 겨울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장철 배추 속을 묵묵히 채워 맛이 깃들게 하고, 깍두기나 동치미, 무말랭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반찬이 되기도 하며, 각종 조림이나 국에 시원하고 달큼한 맛을 낸다. 게다가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해 떨어진 면역력을 높여 천연 약재로 그만이다.

 

약으로 쓰인 나박김치

과거에는 무를 나복(蘿葍), 혹은 내복(萊葍)이라고 불렀다. 나복의 음이 변해 나박이 되면서 무로 담근 김치를 나박김치라 부른다는 설이 있기도 하고, 무를 나박나박하게(얇게) 썰었다고 하여 나박김치라는 이야기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내복(萊葍)이 ‘오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폐가 위축되어 피를 토하는 것과 여윈 것,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 조선 중종은 역병을 예방하기 위해 나박김치를 먹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겨울에 무를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는 옛 속담처럼 무는 쓰임새만큼이나 효능도 다양하다.

버릴 것이 없는 무

무를 사용한 뒤 남아 음식물 쓰레기로 취급받던 무청의 효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햇볕에 말린 무청은 영양 성분이 농축된 시래기로 재탄생해 겨울 별미가 된다. 시래기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철분, 칼슘 등이 풍부해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거칠고 질기다는 이유로 벗겨내기 쉬운 무의 껍질에는 무의 속보다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으므로 껍질 역시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밥상 위의 천연 소화제

화가 잘 되지 않을 때 무는 천연 소화제가 된다. 무에는 섬유질이 많아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소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풍부해 녹말 분해를 돕기 때문에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밥상에 무가 들어간 반찬은 궁합이 잘 맞는다. 무가 밀독(밀가루 독)을 푸는 데도 좋다고 하여 예부터 국수와 무를 함께 먹곤 했다. 짜장면에 단무지를 먹고, 메밀국수에 무를 갈아서 곁들이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항염, 항암 효과가 있는 시니그린

최근에는 무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시니그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예부터 민간요법으로 기침, 가래에 무즙을 먹곤 했는데 실제 시니그린이 항염 및 거담 작용을 해 기침, 가래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결장암, 식도암, 위암 등 각종 암의 예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 의해 알려져 있다.

how to eat 무차로 즐기기

무로 음식을 만들기가 번거롭다면 무차를 미리 만들어두어 틈틈이 마시면 무의 영양 성분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먼저 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 말린다. 말린 무를 팬에 담고 약한 불에서 갈색이 되도록 볶는다. 볶은 무 2~3g을 찻잔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3~5분 정도 우려 마시면 된다. 겨울철에 감기나 기침, 가래 증상이 있다면 무와 생강을 채 썰어 꿀에 재워두었다가 차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Credit Info

기획
양연주 기자
허담(태을양생한의원 원장)
사진
최해성
디자인
손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