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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여자 한복선의 맛있는 시 한 편

동치미

On November 15, 2013

입동 전후
김장김치 중 가장 먼저 담글 것이 동치미
동글동글 아기주먹만한 단단한 무
소금 뿌려 사나흘 두어 절였다
소금물 해서 붓고 삭힌 고추 실파 갓을 넣고
한 달쯤 두면 쩡하니 시원하게 삭은 맛이다
궁중 동치미는 유자 석류로 호사했다

밥상보시기에 아작한 동치미 착착 썰어 담고
항아리 속 얼음 깨어
쏴한 국물과 담아내면
동치밋국 한 술 뜨고 진지 드신다
시루떡 삶은 고구마
그 옆에도 동치미

집집마다 겨울철 연탄불 중독으로
아침마다 어지러울 때
온 식구 동치밋국 한 사발씩 마신다
동치밋국은 명약이다.

효창동 집
땅속에 묻어 둔 동치미
그 집에 갔었다

<밥하는 여자> (2013년, 에르디아)

한복선 선생
궁중음식의 대가인 고 황혜성 교수의 둘째 딸로 태어난 한복선 선생은 어머니로부터 궁중음식을 사사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이며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삶의 또 다른 혜안을 찾기 위해 동양화와 함께 시 창작을 꾸준히 수학해온 그이는 계간 <문파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해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평생 ‘밥하는 여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과 철학을 담은 시집 <밥하는 여자>를 펴냈다.

Credit Info

사진제공
서울문화사 자료실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