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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의사의 맛있는 이중생활

On October 15, 2013

한남동에서 마쯔야마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조희칙 씨(54세)에게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근처에서 자그마한 오사카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이기도 한 그이. 8년이 넘도록 결코 쉽지 않은, 의사와 셰프의 길을 병행해온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까다롭고 고집스런 원칙주의 요리

첫째, 오사카에서 맛볼 수 있는 정통 요리를 만든다. 둘째, 일본에서 공수한 장과 조미료를 사용한다. 셋째, 무엇보다 주방의 위생에 신경 쓴다. 요리하는 의사 조희칙 씨의 오사카 요리 전문점 ‘야스라기’ 운영 철학이다. 실제로 그의 철저한 위생 관념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나가거나 해고당한 주방 보조가 여럿.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혼자서 요리한다. 자기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의사인 것과 요리하는 데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말하는 그이지만, 위생에 유독 신경 쓰는 것은 물론 사시미를 뜨는 단련된 칼 솜씨는 뭔가 다른 데가 있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그는 시장으로 향한다. 그날그날 사용할 재료를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는데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지 않는다. 혼자 요리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어묵이나 하루 정도 숙성해야 더 맛있는 오코노미야키 반죽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주문을 받은 뒤 만든다. 채소를 미리 썰어놓으면 빨리 만들 수 있지만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가스도 주문이 들어오면 돼지고기를 썰기 시작하는 식이다. 저녁 7시 이후엔 사시미, 조림이나 어묵요리, 구이, 튀김, 샐러드, 식사로 이어지는 주방장 특선 코스 요리인 오마카세를 낸다.

1 한남동에 위치한 오사카 요리 전문점 ‘야스라기’ 내부.
2 혼자 요리하기 때문에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찾아달라 당부한다.

고향의 맛, 오사카 요리를 알리고 싶다

재일 교포 3세인 조희칙 씨는 ‘천하의 부엌’이라 일컬을 만큼 요리가 발달한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아버지와 부딪치는 것이 싫었던 그는 한국에서 공부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만 18세가 되던 해 한국에 왔다. 일본에서는 풍족하게 자랐지만, 당시 한국에는 쌀과 채소 등 먹거리가 부족했다. 하숙집의 밥은 맛이 없고 근처에는 기껏해야 한식당이나 중국집이 전부였는데 어렸을 적 먹은 음식이 그리워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게 됐다. 그 후 의대에 다니며 방학 때마다 일본에 건너가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웠다. 어려서부터 단련된 미각은 요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렇게 30년 넘게 하다 보니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렀다.
오사카 요리는 맑은 간장으로 간한 뒤 소금으로 마무리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채소를 볶을 때도 센 불에 살짝 볶아 재료가 무르지 않게, 신선함을 살린다. 어묵, 야키소바,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등이 대표적 오사카 요리. 그는 어묵을 먹을 땐 간장을 찍지 말고, 겨자를 발라 먹거나 그냥 먹을 것, 국물은 짜니까 먹지 않기를 권한다.

3 사골 국물에 채소와 해산물을 더한 야스라기짬뽕이 인기가 많다.
4 일본에서 여름철에 많이 먹는 중국식 냉면.

요리, 힐링의 포인트가 되다

낮에는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환자가 부를 때면 밤이든 휴일이든 달려가야 하니 개인 시간이라곤 전혀 없다. 그럼에도 요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오사카 요리를 알리겠다는 사명감과 자신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책임감 때문. 아픈 환자들과는 친해지기 어렵지만, 요리사로 지내면서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어 좋다. 가끔은 단골손님의 집에 초대되어 대접을 받기도 한다. 편안함이라는 뜻의 ‘야스라기’에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히 쉬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은 실제로 의사들이 수술 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그 역시 직업으로 남을 치료하지만,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즐거움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으로 삼기도 한다. 60세 이후엔 고향 오사카로 가서 한국 가정식 식당을 차릴 생각이다. 아마도 그가 차리게 될 식당은 오사카의 한국인 사랑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SHOP INFO
메뉴 오마카세 3만원~7만원, 스키야키 4만원, 야스라기짬뽕 1만4천원
영업시간 17:30~22:00, 일요일 휴무
위치 한남동 638-4 2층
문의 02-749-5675

한남동에서 마쯔야마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조희칙 씨(54세)에게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근처에서 자그마한 오사카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이기도 한 그이. 8년이 넘도록 결코 쉽지 않은, 의사와 셰프의 길을 병행해온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Credit Info

포토그래퍼
정문기
에디터
박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