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올라온 푸른 대파에는 아삭아삭 물오른 봄의 진액이 가득하다. 지중해의 식탁에서 영감을 얻어 싱그러움 가득한 대파를 주재료로 봄 맛을 냈다.
리크, 푸아로, 칼솟… 대파
서양 파 ‘리크’는 우리의 대파와는 좀 다르다.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리크는 대파보다 흰 대 부분이 통통하고 전체 길이는 짧다. 매콤한 맛과 더불어 단맛을 지니고 식감이 좀 더 아삭거린다. 주로 흰 대 부분을 사용하고 푸른 대 부분은 질겨 사용하지 않는다. 지중해에서는 대파를 요리의 맛과 향을 더하는 향신채소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요리의 주인공으로도 즐겨 사용한다. 프랑스에서는 푸아로, 스페인에서는 칼솟으로도 부르며 가장 대표적인 요리로는 프랑스의 전통 가정식인 비네그레트소스를 곁들인 푸아로와 스페인의 칼솟 직화구이 ‘칼솟타다’가 있다. 특히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의 타라고나 주에서는 매년 1월부터 3월까지 칼솟타다 축제를 대대적으로 열어 전국의 미식가들을 끌어모은다. 이 지방의 명물인 ‘칼솟’을 뿌리째 숯불에 구워 숯검정이 된 껍질을 잡고 불 향 스며들어 다디단 진액이 가득한 흰 부분을 그대로 쑥 뽑아 로메스코소스에 찍어 먹는다. 저마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뜨끈하고 미끄덩한 대파 줄기를 통째로 입에 넣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리가 입춘에 오신채의 하나로 움파를 즐기며 청량한 봄기운을 느끼듯 지중해에서도 파 요리로 봄을 맞이하는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리크를 활용한 수프와 파이 등을 즐기다가 잎사귀가 질겨지는 겨울을 지나 다시 연한 잎이 오르는 봄이 되면 부드러운 리크를 볶아 바게트에 얹어 구워 먹기도 한다.
봄 대파와 올리브유, 크림
추위를 뚫고 봄에 나오는 대파는 유난히 키가 크고 싱싱하며 아삭거려 서양 요리로 변형해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서양 육수의 기본이 되는 부케가르니에 사용해도 좋지만 주요리로 즐기면 색다르다. 대파를 서양 요리로 활용할 때 올리브유나 크림 등과 매칭하면 궁합이 좋다. 올리브유나 버터로 소테해 먹어도 좋고 크림과도 잘 어울려 크림을 넣은 수프나 파이, 키슈 등을 만들어도 좋다. 치즈와도 잘 어울려 대파를 볶아 잘게 자른 단단한 빵과 섞어 치즈를 넣고 그라탱으로 만들 수도 있다. 토마토, 파슬리, 비트, 타임, 흰살 생선, 사과, 머스터드 등도 지중해 연안의 대파 요리에 함께 사용하기 좋은 식재료이다.
대파와 비네그레트소스
프랑스의 어느 가정에나 흔하게 즐겨 먹는 클래식한 대파 요리. 단순한 조리법이지만 산뜻하게 입맛을 돋운다. 대파를 살짝 데쳐 연한 질감을 살리고 산뜻한 비네그레트소스를 끼얹어 잠시 매리네이트했다 먹으면 입안에 부드러운 봄기운이 살랑댄다. 샐러드처럼 즐기거나 곡물로 만든 바게트, 캉파뉴 등의 식사 빵과 곁들인다.
대파 비시수아즈
신선한 크림과 걸쭉한 감자에 싱그러운 대파의 맛이 어우러져 풍미가 그만이다. 차갑게 식혀 먹으면 산뜻한 파의 단맛이 더욱 또렷해진다. 아직 꽃샘추위가 두렵다면 따끈하게 데워 먹어도 상관없다.
타임을 곁들인 대파오븐구이
싱싱한 대파를 잘라 허브 몇 줄기 얹어 높은 온도의 오븐에 넣고 굽기만 해도 근사한 봄 향기가 난다. 살짝 그을린 겉면에서는 캐러멜화된 대파의 감칠맛이, 촉촉한 속살에서는 따끈한 진액이 가득 배어 나온다. 가벼운 레드와인을 곁들여 초봄의 망중한을 즐겨도 좋겠다.
대파베이컨 키슈
갓 구운 키슈 향기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생크림과 달걀로 부드러운 속을 만들고 베이컨과 대파를 송송 썰어 넣은 뒤 파르메산치즈를 잔뜩 뿌려 구우면 농후한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대파가 더딘 봄을 재촉한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올라온 푸른 대파에는 아삭아삭 물오른 봄의 진액이 가득하다. 지중해의 식탁에서 영감을 얻어 싱그러움 가득한 대파를 주재료로 봄 맛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