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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묘하고 흥미로운 디자이너

이 사람이 세상에 등장한 후 디자이너가 때로는 뮤지컬 배우나 동화 구연가도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달리와 가우디의 후예답게 자유로운 에너지가 넘치는 디자이너, 바로 하이메 아욘이다.

On June 30, 2017



“놀이는 삶을 유쾌하고 자유롭고 꿈을 꾸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의 경쟁자는 지루함과 권태로움뿐이다.”

이 말을 남긴 사람은 뜨거운 열정의 나라, 스페인 출신이자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인 하이메 아욘(Jamie Hayon)이다. 그는 197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평범한 학생으로 자랐지만 고등학교 시절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 샌디에이고에 가면서 인생의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경험한다. 그곳에서 캘리포니아 특유의 유유자적한 공기와 서핑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스케이트보드와 그래피티 같은 스트리트 스타일에 푹 빠져버렸다.

그 후 마드리드의 디자인 학교(Instituto Europe di Design)와 프랑스 파리의 국립 고등장식미술학교(ENSAD)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7년에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아카데미, 파브리카(Fabrica)에서 근무했고 2000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그는 세상의 수많은 젊은 디자이너 중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엄숙한 이미지의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간 모자> 같은 동화 속 캐릭터처럼 신비롭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자 사람은 물론이고 그의 아이템까지 눈길을 끌게 된 것이다. 이후로 그 이목이 단순한 거품이 아니었다는 걸 고스란히 증명해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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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상하이 콘트라스트 갤러리와의 협업으로 만든 대형 흔들의자 오브제, ‘그린 치킨’. _바카라의 ‘크리스털 캔디’를 제작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예술적인 스케치.

 

기묘하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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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BD 바르셀로나의 ‘쇼타임 컬렉션’ 중 하나인 ‘쇼타임 베이스’. _여러 가지 모양의 다리가 달린 BD 바르셀로나의 ‘멀티 레그 캐비닛’.
 

조금씩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던 그가 국내에 점차 알려진 계기는 바로 BD 바르셀로나의 ‘쇼타임 컬렉션(Showtime Collection, 2006)’ 때문이었다. 그중 ‘멀티 레그 캐비닛(Multileg Cabinet)’은 이름 그대로 다른 모양의 다리가 여러 개인 수납장인데 커다란 나사 또는 로봇 팔 같은 다리가 잔뜩 달린 모습이 당시에는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같은 컬렉션의 ‘쇼타임 체어(Showtime Chair)’는 천장 높이가 웬만한 집에서는 어림도 없을 듯한 높은 안락의자인데, 그 모습이 마치 미래의 작은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자신이 아트 디렉터로 일하기도 한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도자기 제조업체 야드로(Lladro)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작품은 그보다 더한 상상 속의 세계다. ‘더 판타지(The Fantasy)’라는 주제의 작품들은 손끝 하나까지 섬세하게 만들었는데, 이들의 표정을 보면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나른하면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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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프리츠 한센의 ‘로 체어 앤 오토만’.
 

그의 아이템은 이미 디자인의 영역을 지나 예술의 경지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던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하이메 아욘의 아이템은 어쩌면 기묘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그 정도가 순화된 계기가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과의 만남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로(Ro, 덴마크어로 ‘평온함’이란 뜻) 체어는 어떤 스타일의 공간에도 두루 잘 어울린다. 하이메 아욘이 임신한 아내를 위해 디자인했으니 얼마나 안락하고 편안할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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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하이메 아욘 디자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토레 드 마드리드 호텔’. _스틸과 마블, 우드 등 3가지 소재가 믹스된 앤 트레디션의 ‘팔레트 테이블 JH6’.
 

늘 재기발랄한 그가 공간을 디자인하면 어떤 모습일까?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코펜하겐의 ‘래디슨 블루 로열 호텔’(당시는 ‘사스 로열 호텔’)은 디자인 역사상 매우 상징적인 공간이다. 54년 만에 하이메 아욘이 그중 506호실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담담한 잿빛 방 안에 하이메 아욘 특유의 컬러와 패턴이 있는 가구가 채워진 모습은 또 다른 분위기의 북유럽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프리츠 한센의 아날로그 테이블, 파븐 소파와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드롭 체어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최근에는 마드리드의 ‘토레 드 마드리드 호텔’ 전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1952년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에 지은 이 호텔은 그 시절에 보기 드문 고층 빌딩이어서 이전에도 도시의 랜드마크였는데 그의 손길을 거친 후에는 더욱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디자인한 주요 아이템이 한자리에 모인 ‘거대한 하이메 아욘 쇼룸’인 이곳은 여느 호텔과 달리 핑크, 그린, 블루, 골드 같은 톡톡 튀는 컬러와 소재로 뒤덮여 있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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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스톤과 함께 제작한 ‘스톤 에이지 포크’ 시리즈 중 하나인 거울은 아프리카 전통 가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하이메 아욘의 재치와 상상력은 언제나 박람회나 전시회 같은 커다란 규모의 캔버스 안에서 더욱 생생하게 발휘돼왔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비롯해 런던, 뮌헨의 디자인 박물관과 갤러리들,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바젤 아트 페어 같은 큰 규모의 페어까지 예술적인 설치와 전시를 보여준 것이다. 2007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참여한 이탈리아 타일 브랜드 비사자(Bisazza)는 전시장에 하이메 아욘의 어마어마게 큰 피노키오를 한가운데에 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올해의 밀라노 박람회에서도 호주 브랜드 시저스톤(Caesarstone)과 컬래버레이션한 ‘스톤 에이지 포크(Stone Age Folk)’로 어김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40개가 넘는 쿼츠와 스테인드글라스로 구성된 환상적인 패턴의 파빌리온을 세운 것인데,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빛과 얼음의 궁전 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한 이 공간은 사람들을 유년 시절의 추억 속으로 데려다준다. 그동안 하나의 소재에 불과했던 돌과 대리석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기까지 한 하이메 아욘.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걸 더 보여줄까 싶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늘 새로운 걸 보여준다. 하이메 아욘은 늘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이니까.

CREDIT INFO

에디터
김은혜
정윤주
이미지제공
보에, 웰즈, 바카라 코리아, 아욘 스튜디오(www.hayonstudio.com)
2017년 06월호

2017년 06월호

에디터
김은혜
정윤주
이미지제공
보에, 웰즈, 바카라 코리아, 아욘 스튜디오(www.hayon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