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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이영애의 지휘 스승, 진솔의 노력

배우 이영애가 전 세계 단 5%인 여성 지휘자로 변신했다. 그녀가 완벽하게 지휘자로 분할 수 있었던 데는 지휘 스승, 진솔의 노력이 숨어 있다.

On February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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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마에스트라>가 연일 화제다. 동양에서는 볼 수 없던 여성 지휘자의 삶을 깊이 있게 다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마지막회에서 평균 6.8%, 최고 8.0%(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에스트라>를 통해 대중에게 궁금증을 자아낸 여성 지휘자의 삶.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유독 여성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지휘자의 세계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 지휘자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배우 이영애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JTBC 드라마 <구경이>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그녀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다.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지휘자의 세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여성 지휘자 ‘차세음’을 찰떡같이 소화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영애가 <마에스트라>를 통해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받게 된 데는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바로 지휘자 진솔이다. 진솔은 약 1년간 이영애가 차세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혹독한 트레이닝을 이어간 ‘지휘 스승’이다. 극 중 이영애의 짧은 단발머리, 눈에 띄는 캐주얼한 복장은 진솔의 실제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에스트라>의 숨은 주역, 지휘자 진솔과 만나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여성 지휘자의 삶에 대해 들었다.

“지휘자들도 긴장하는 순간, 이영애는 즐기더라”

<마에스트라>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식 자체가 반가웠다. 서양에선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 여성 지휘자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 나왔는데, 동양에선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에스트라>가 여성 지휘자의 존재를 대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

배우 이영애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이영애 배우가 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어필했다더라.(웃음) 드라마 제작팀의 연락을 받고 이영애 배우와 바로 만났다.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 공연 시즌이었는데 이영애 배우가 공연장으로 화분을 보내줬다. 드라마와 음악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1년 동안 이영애에게 지휘를 가르쳤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을 거 같다.
준비와 촬영 기간을 통틀어 1년이 소요됐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부터 시작했다. 지휘 전공자도 단시간 연습해 교향곡이나 클래식곡을 지휘한다는 게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연습을 거쳐야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상 굉장히 빠르게 준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이영애 배우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이영애 배우는 클래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이다. 음악을 생각하는 마음이 통했기 때문에 둘이서 똘똘 뭉쳤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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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진솔은 약 1년 동안 이영애의 '지휘 스승'으로 활약했다. 클래식 기초부터 디테일한 지휘를 트레이닝해 <마에스트라>의 '차세음'을 만들었다.

지휘자 진솔은 약 1년 동안 이영애의 '지휘 스승'으로 활약했다. 클래식 기초부터 디테일한 지휘를 트레이닝해 <마에스트라>의 '차세음'을 만들었다.

트레이닝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했나?
우선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극 중 ‘차세음’을 어떤 예술가로 표현할지 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배우와 함께 대본을 보면서 차세음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갔다. 어떤 지휘자인지, 어떤 마음을 가진 인물인지 파악했다. 대본 속 인물에 실제 지휘자들의 삶과 행동 패턴 등을 대입했다. 극 중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 실제 지휘자들의 인생을 일치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학생 이영애는 어땠나?(웃음)
처음엔 지휘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지휘를 배우면서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어깨 통증을 비롯해 몸이 아프다고 했다. 실제로 지휘라는 게 그렇다. 지휘자들이 통증을 느낄 때 복용하는 약을 배우와 공유했다.(웃음) 이영애 배우 자체가 살살 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최대한 진짜 지휘자처럼 보이길 바랐다. 그래서 통증과 같은 난관을 이겨내고 연기를 하더라. 굉장히 고맙고 뿌듯했다.

지휘자로서 이영애의 재능을 발견한 순간이 있나?
보통 지휘자들도 포디엄(지휘대)에 올라가면 크게 긴장한다. 그런데 이영애 배우는 즐기더라. 첫 연습 영상을 촬영할 때 배우가 그 순간을 즐기고 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여성 지휘자’가 생소한데, 음악계에선 어떤가?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음악계에선 꽤 자연스러운 존재가 됐다. 과거엔 젊은 지휘자는 물론 여성 지휘자도 허용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고했던 진입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마에스트라> 속 차세음이 직면하는 어려움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여성 지휘자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 많다. 신체 조건을 보면 남성은 역삼각형이라 무게중심을 잡는 게 다소 쉬운 반면, 여성은 삼각형이다. 기본적인 신체 조건부터 불리한 거다. 역사에 남은 여성 지휘자들이 공고했던 벽을 부순 거라 생각한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10년 전만 해도 지휘자로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여성 지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아서 두려움도 컸다. 실제로 성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처음에 지휘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여성 지휘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셨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 안에 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을 믿고 나아갔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를 믿었다. 내가 나를 지지하고 믿어야 한다. 진솔이라는 사람을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소설 속 캐릭터라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바라봤는데, 응원하게 되더라.

‘여성 지휘자’로서 진솔의 최종 목표는?
지휘자로서 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을 하면서 살고 싶다. <마에스트라>도 그랬다. 드라마 속 주인공을 코칭할 날이 올 줄 몰랐다. 여성 지휘자로서 귀하게 얻은 경험을 발판 삼아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다.


 지휘자 진솔 

1987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악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의 수많은 오케스트라 무대에 올라 지휘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국립합창단 합창지휘 경연대회에서 수상했다. 국내에선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여러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고, 여러 창작 프로젝트와 창작 오페라 등에 지휘자로 참여하며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CREDIT INFO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tvN·진솔 제공
2024년 02월호

2024년 02월호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tvN·진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