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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손준호의 육아일기! 주안아, 아빠가 과격해서 미안해

주안이와 나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중이다.

On October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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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요즘 주안이와 나 사이에 뭔가 새로운 공기와 기운이 소리 소문 없이 들어온 기분이다. 딱히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뭔가 있는 게 맞다.

하루는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주안이가 요즘 생각이 깊고 커진 것 같아요. 말하고 표현하는 게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 같은데, 어때요?” 아내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다. 앞서 말했듯 나 역시 성장하는 주안이를 느끼고 있는 중인데,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어리고 귀여운 아들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주안이는 그 나이대가 할 수 있는 충분한 의사표시를 내게 했는데 결국 내가 내 방식대로 사랑하고 표현하면서 약간의 불편함이 서로에게 생겼던 것 같다. 주안이가 어릴 때는 아빠가 원하는 대로 혹은 표현하는 대로 바로 흡수됐지만 지금은 분명히 상호 작용이 필요한 때다. 그 간극을 좁히고자 요즘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아내에게 슬쩍 주안이가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한번 물어봐달라고 했다. 아내의 힌트를 듣고 나서 다시 주안이와 마주했다.

“아빠의 사랑 표현이 너무 과격해서 미안해.”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에 대화를 사과로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꼭 껴안으며 말하고 싶었지만 아내에게 내가 주안이를 껴안을 때 너무 꽉 안아서 답답해한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꾹 참았다. 주안이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잠깐은 괜찮은데 (아빠가) 너무 길게 안으면 답답해서 그냥 빠져나가고 싶어져. 물론 잠깐은 괜찮아, 좋아.”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주안이에게 물었다. “아침마다 안으면서 깨워주는 건 괜찮아?” 그건 좋다고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아빠는 어리고 작은 주안이도 귀엽고, 지금의 의젓한 주안이도 사랑스러워. 시간이 지나서 아빠보다 훌쩍 큰 주안이가 돼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거야”라고 말하며 나도 모르게 주안이를 꼭 안아주며 볼을 비볐더니 “그만! 이런 게 답답하고 싫다고!” 하며 벗어나려 했다. 결국 나는 “조금만 표현하겠다” 약속했고, 주안이는 “아빠를 이해하고 기다려보겠다”고 화답했다. 극적 협상을 이뤄낸 것이다.

사실 나도 주안이 나이 즈음에 ‘엄마, 아빠가 왜 내 맘을 몰라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지.’ ‘왜 저렇게 강요하듯 말씀하시지?’ 아마 주안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드니 오히려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키워드는 ‘공감’이다. 그 공감 역시 주안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주안이가 요즘 좋아하는 SNS 세상의 핫한 밈들을 나도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아빠’의 조건도 내 기준이 아닌 주안이의 기준에 맞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2023년 10월호

2023년 10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