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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배우, 고현정과 인터뷰하는 맛

고현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낯의 그녀는 주저함이 없었다.

On October 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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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톱10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고현정의 역대급 변신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기 위해 김모미 캐릭터를 나이별로 3명의 배우가 맡았으며, 고현정을 비롯해 신인 배우 이한별, 가수 출신 배우 나나가 열연했다. 고현정은 극 중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진 중년의 김모미 역을 맡았다. 교도소의 왕으로 군림한 안은숙의 눈 밖에 나 힘든 수감 생활에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교도소 밖에서 온 편지 한 통에 결국 탈옥을 결심한다. “하나의 역할을 3명이 나눠 연기한다는 포인트가 오히려 흥미로웠다”는 고현정은 “30년 넘게 연기를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봐왔던 모습과 표정을 쓰지 않는 데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고현정이 아니라 모미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열연 뒤에 숨은 노력을 밝혔다. 이어 “나의 10대, 20대, 30대, 40대를 생각해보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한 인물의 삶을 세 배우가 나눠 연기하면 그때그때를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고현정은 드라마 <모래시계> <선덕여왕> <대물> <여왕의 교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셀 수 없는 명작으로 가득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톱스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비중이 크지 않은 <마스크걸>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에게도 놀라움을 안겼다. 김 감독은 “극 중 아스팔트에 얼굴을 대고 있는 장면도 있고, 스턴트 배우가 해야 할 만한 장면도 있었는데 과감히 몸을 던지더라”면서 “얼굴을 흙이나 피로 뒤덮는 분장을 한 상태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고현정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3인 1역이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에 대해 김 감독은 “많은 분이 우려를 표했지만 고현정, 나나, 이한별 배우가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 작품을 하면서 내린 결정 중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고현정을 직접 만났다.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선’에 뽑힌 뒤 지금껏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살아온 그녀는 여전히 스타의 오라가 풍겼다.

“항상 2등이었지만 그것도 운이 좋았다”

<마스크걸>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기사로 보는 것 외에는 실감을 잘 못 하고 있다. 지인들이 연락을 해오거나 제작 발표회 때 언론 반응을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집안에 경사가 난 것처럼 좋다.(웃음)

출연 과정을 듣고 싶다.
소속사를 통해 출연 제안을 받았고,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SNS 등 나를 알릴 수 있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는지조차 얘기할 곳이 없는데, 평소에 하고 싶어 했던 장르물을 만나게 돼서 좋았다.

분량이 적다. 감독조차 ‘분량이 적어서 (고현정이) 해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분량보다도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3명의 배우와 협업하는 것도 좋았고, 내 나이대 역할이라 더 좋았다. 그리고 분량이 적어서 오히려 편했다. 그동안 작품을 할 때마다 분량이 많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여러모로 내게는 새로운 접근이었다.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특별한 건 없었다. 다만 내가 그동안 연기할 때 나왔던 표정을 어떻게 하면 안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부분을 생각하고 임했는데, 결국 그 어떤 표정도 나인 것 같더라. 개인적으로는 극 중 병원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인 것 같아 만족한다.

3명의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부담은 없었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고민하진 않았다. 내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보다 작품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더 신경을 썼다.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내가 잘 서 있나 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다른 2명의 모미는 어땠나?
훌륭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첫 촬영을 할 때 그동안 후배들이 촬영해둔 것들을 볼 걸 그랬다. 사실 일부러 보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극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내가 촬영한 것도 모니터를 안 하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내게 주어진 것만 잘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봤어야 했나 싶다. 그만큼 두 배우가 잘했다. 특히나 이한별 씨는 데뷔작이라고 들었는데, 오버하지 않고 어쩜 그리도 연기를 잘하는지 놀랐다. 나나 씨는 이미 모미로 예열돼 있는 상태였고, 집중도가 높았다. 대단한 배우들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내가 몸이 아팠을 때 우연히 유튜브로 웃긴 콘텐츠를 봤는데 그 순간은 아프지 않더라. 결국 심리적인 게 크다. 뭐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후회되는 건 없나?
내가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다른 배우들과 붙여놓고 보니 다들 월등히 잘해서 특훈을 받고 더 과격하게 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웃음) 그럼에도 너무 좋다.

이 작품엔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염혜란, 안재홍 등 연기 잘하는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다들 대단했다. 오죽했으면 내가 염혜란 씨에게 “자기가 ‘마스크걸’ 아니야?” 할 정도로 훌륭했다. 안재홍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숨 걸고 연기하더라.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에 대한 갈망이 큰 것 같다.
이번 역할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고, 분장도 과하다 싶을 만큼 푸석하게 했다. 마지막 장면의 경우에는 심플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극 중에서 나는 한 아 아이의 엄마로 나온다. 그동안 모성을 다룬 작품이 얼마나 많았나. 모성에 대한 이 작품만의 표현법이 있었다. 진하다고 생각하면 다시 덜어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조금의 여지도 없이, 절대 부드러움 없이 말이다. 그 부분에 집중했다.

이 작품은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다룬다. 결국 주인공은 성형으로 해결한다.
평상시에 뉴스나 여타 매체를 보면 이 사회가 외모 지상주의가 아예 없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 나 역시도 그 부분에서 자유로운 직업군이 아니다. 어찌 보면 늘 외모 평가를 받고 있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나는 이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기보다 인정하는 편이다. 칭찬해주시면 기분이 좋고, ‘주름이 있네’ 하시면 ‘이걸 또 보셨구나’ 싶다. 이겨내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내가 몸이 아팠을 때 우연히 유튜브로 웃긴 콘텐츠를 봤는데 그 순간은 아프지 않더라. 결국 심리적인 게 크다. 뭐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엔 내가 좀 괜찮은 줄 알았다.(웃음) 연예계를 떠났다가 컴백했을 때도 그게 다 외모 덕인 줄 알았다. 모질게 떠난 것에 비해 많이들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물론 외모 덕을 안 본 것도 아니다. 한데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외모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항상 2등이었다. 미스코리아 때부터 대표작에서도 그랬는데 운이 좋아서 그런지 주인공처럼 비쳤다. 이렇게 장르물에 출연하게 된 것도 운이고,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운이다. 소비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운이라고 생각한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빈껍데기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때는 연기를 (내 인생에서) 떼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되더라. 이 작품은 내게 특별하다. 배우 고현정의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연기보다 개인사가 회자되는 경우가 많았다. 작품을 하면 개인사가 더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사가 내 연기를 덮는 느낌 말이다. 한데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다. 몇 년 동안 몸이 안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나를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루한 표현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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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발표회에서는 ‘얼태기(얼굴+권태기)’라는 표현도 썼다.
내가 요즘 ‘저 얼굴이 내 얼굴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똘망똘망한 얼굴이 아니었다면 좀 더 다양한 역할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와중에 이 작품을 만나서 신기했다. 내 얘기를 할 창구가 없었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알고 출연 섭외가 들어와 너무 좋았다. 더불어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어우러져 연기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느꼈다. 집에 있을 땐 멍하게 있을 때가 많은데, 더 늙기 전에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 안에 밝음도 많다.

무척 솔직하다. 덧붙여 센 이미지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이미지를 만든 공범임을 인정한다.(웃음) 실제로 전혀 아니지도 않으니 왜곡된 건 아니다.

과거에 “연예인은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라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파도 하고 후회도 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여러 환경 때문에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경험은 가족에게 말해줘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요즘은 그 도마가 더 커지고 넓어진 느낌이다. 후배들이 걱정된다.

“개인사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평생 연기자라는 한길을 걷고 있다. 고현정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한때는 연기를 (내 인생에서) 떼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되더라. 이 작품은 내게 특별하다. 배우 고현정의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분량은 적었지만 그 일원으로 함께 호흡할 수 있어 좋았다. 사실 그동안은 연기보다 개인사가 회자되는 경우가 많았다. 작품을 하면 개인사가 더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사가 내 연기를 덮는 느낌 말이다. 한데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다. 몇 년 동안 몸이 안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나를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루한 표현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연기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진 않았지만 결국 나는 연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거듭 말하지만 (배우로서) 많이 쓰이고 싶다.

미담이지만 <마스크걸>을 촬영하면서 스태프에게 편의점에서 골든벨을 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작들을 촬영할 때도 편의점 신이 있으면 종종 하는 루틴이었는데, 새삼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일이 잘되려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오랜만에 컴백했는데,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다룬다. 콤플렉스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특별히 나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든다. 모성애를 구구절절 표현하지 않고 시처럼 잔잔하게 끝낸 지점이 아름다웠다. 그 부분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3년 10월호

2023년 10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