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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경주의 재발견

같은 곳을 여행해도 루트와 순서, 할애하는 시간에 따라 그 감동과 묘미는 180도 달라진다. 경주 여행이 이토록 색다르게 느껴지는 데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의 남다른 감각과 선구안 덕분이다.

On January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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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교과서나 백과사전 속, 누구나의 빛바랜 수학여행 사진 안에 박제된 곳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만큼 발길이 닿는 어디든 문화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경주는 그렇게 과거에 머문 도시로 각인돼 있다. 신라 천년 고도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 건물 고도 제한을 한 탓도 있을 터. 그래서일까? 사실 경주라는 도시는 흥미진진하거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역사 공부를 위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의무감으로 찾는 필수 관광지였으니.

다시 찾은 경주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복합문화공간’. 이 도시가 이렇게 다채로운 곳이었나 싶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와 함께하는 여행이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는 익숙한 곳의 낯선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춰 조상의 뿌리를 찾고 역사를 되새김질하는 일은 서울 중심으로 이뤄져왔어요. 이제 그 트렌드가 지방에서도 제대로 빛을 발할 때가 됐죠. 경주가 그 표본이에요. 현대적인 터치와 감각을 더하면 이렇게 세련될 수 있으니 말이죠.” 박물관 유리벽 속에 갇혀 있는 과거가 아니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여전히 돌담 너머 땅 위에 뿌리내린 경주 최부자댁,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과 월정교, 그리고 첨단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로 가득 찬 경주엑스포대공원까지. 경주가 이렇게나 버라이어티하다니! 경주를 가보지 않은 이는 드물지만, 경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전히 불국사나 석굴암인 사람이라면 경주는 한 번 가고 두 번 더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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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간다면 경주엑스포대공원

일단 경주에서 단연코 들러야 하는 곳으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경주월드나 보문관광단지를 지나며 스치듯 경주타워를 본 것으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을 다 봤다며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1~2시간의 짧은 일정을 이곳에 할애하는 것도 금물! 온종일 머무르며 구석구석 둘러보고 앉아보고 만져보고 느껴볼 것을 강권한다. 사실 찬찬히 제대로 보려면 2박 3일도 부족하니까(요즘 입소문을 타고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는 관람객이 많아지는 추세도 이를 방증한다).
아이들과 함께 들른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고대 화석들이 살아 숨 쉬는 듯 전시된 자연사박물관과 3D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는 첨성대영상관을 추천한다. 미디어 아트를 관람할 수 있는 천마의 궁전, 엑스포기념관과 엑스포문화센터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친환경 역사 키즈 카페 콘셉트의 ‘화랑아 놀자’는 미취학 어린이를 위한 체험존으로 인기 만점이다. 경주솔거미술관 가는 길에 있는 유럽풍 정원 ‘시간의 정원’과 화랑광장, 아사달 조각공원 등은 산책로로도 손색없다. 경주솔거미술관 방문 전후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2km에 달하는 휴식과 체험의 공간 비움 명상길은 전국 최초로 선보인 맨발 둘레길로, 밤에는 신화와 전설의 세계로 안내하는 홀로그램과 루미나이트 워크가 펼쳐진다.

 

“엑스포는 행사 이후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경주엑스포대공원은 계속적인 시설 투자와 콘텐츠 발굴로 경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단언컨대 하루 종일 둘러보아야 할 정도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합니다.” 

by 경주엑스포대공원 대표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랜드마크, 경주타워

경주엑스포대공원의 가장 상징적인 곳은 바로 경주타워. 2007년 완공된 건축물로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으로 넣어 중간이 빈 형태이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다. 높이는 82m로 아파트 30층에 달하며, 충남 아산 구정아트센터, 제주도 핀크스 포도호텔, 제주방주교회 등으로 알려진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디자인한 건축물. 경주타워는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면 그 위용이 남다르다. 앞에서 건축물 전체를 조망할 때, 빈 공간 아래에 섰을 때, 그리고 측면에서 볼 때 각각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다만 한 가지 변함없는 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롯이 담은 그 웅장함에 비견할 만한 것을 찾기 힘들고, 몇 마디 말로 형용하기도 참 어렵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꼭대기의 2개 층을 둘러볼 수 있다. 경주엑스포대공원과 보문관광단지, 경주월드가 한눈에 들어오는 압도적인 전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콘텐츠도 다양한데 20분에 한 번씩 스크린이 내려와 신라 문화에 대한 동영상이 상영되고, 신라 수도 경주를 재현한 도시 미니어처, 폭 1m짜리의 아찔한 스카이워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페선덕’이라는 넓고 개방감이 뛰어난 휴게 공간도 지나치지 말 것. 드넓은 공원에서 잠시 쉬어 가기에 최적의 장소다(경주에서 워케이션을 한다면 이곳을 최고의 명당으로 소개하고 싶을 정도).

  

“소산 박대성 화백의 경주솔거미술관과 이타미 준의 경주타워가 잡아주는 무게감이 남다르죠.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밤의 경험도 놓치지 마십시오. 일몰 후 펼쳐지는 야간 산책 루미나이트는 또 다른 세상을 선사할 것입니다” 

by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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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화백의 한국화 해외 전시가 이뤄지며 큰 흥행과 호평을 거두고 있습니다. 경주의 남산 자락에서 수묵화를 연구하며 구축한 자유로운 예술 세계가 빛을 발하고 있죠. 경주솔거미술관에서는 봄까지 화백의 신작 <코리아 판타지>전이 열립니다.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과 예술 세계로의 문화 여행을 추천합니다.” 

by 경주엑스포대공원 대표 류희림


건축물,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경주솔거미술관

경주엑스포대공원이 입소문을 탄 데는 경주타워와 함께 경주솔거미술관이 큰 축을 차지한다. 신라시대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따서 2015년에 개관한 이곳은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이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건립이 추진됐다. 박대성 화백의 ‘신라 몽유도원도’는 한국 수묵화 중 최대 작품으로 가로 12m, 세로 5m에 달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작품이다. 아트에 조예가 깊은 방탄소년단(BTS) RM이 소산의 팬으로 유명한데, LA와 인사동 전시뿐 아니라 지난해 2월에는 직접 이곳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신라 몽유도원도’를 감상하는 RM의 사진이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 입구부터 RM이 관람한 길을 따라 놓인 보라색 관람 유도 발자국들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경주솔거미술관은 경주엑스포대공원의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야 하는 길이 좀 되는 편. 이곳에 위치하는 이유는 공원 내 호수 아평지 옆에 미술관을 건축하기 위해서였다고. 보통의 미술관은 한 점이라도 작품을 더 걸기 위해 창을 없애거나 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창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특히 제3전시실 창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생샷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고즈넉한 중정, 사계절과 호수를 오롯이 담는 창, 그리고 소산 박대성의 작품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남산 아래 저 소나무, 소산 박대성 화백

경주엑스포대공원 안 경주솔거미술관에 가면 누구나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스케일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그의 작품 세계는 어떤 말로도 예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만난 박대성 화백은 그의 그림과 똑 닮아 있다. 철학과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정도. 경주에서 소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남산 삼릉 작업실에서 함께한 화백의 눈빛은 명료했다. 매일 맨발로 소나무숲을 오르며 받은 기운과 작품 세계에 대한 곧은 의지는 여느 청년 못지않았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고 수행의 길을 걸으면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박대성 화백. 6·25전쟁으로 5살 어린 나이에 부모와 한쪽 팔까지 잃는 시대적 아픔을 내재한 그는 초인적인 노력으로 예술혼을 펼쳐왔다. 중국과 대만에서 전통 수묵화를 익혔고, 1990년대에는 미국 뉴욕에 머무르며 현대미술을 공부하기도 했다. 화가로서 명성을 얻은 중년 이후에는 붓글씨 연습을 통해 글씨와 그림이 하나 되는 서화 일체를 구현하고 있다. 이는 소산 화풍의 독창성과 직결되는 지점이다.

1990년 이후 경주 남산 자락 삼릉 근처에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불국사, 석굴암, 남산 등 신라의 대표적인 문화 유산이 녹아들어 새롭게 재탄생하거나 재해석되고 있다. 박 화백의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 배우 유준상과는 인생의 스승과 제자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RM이 전시를 관람한 일화는 물론이고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를 각별히 아낀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독일, 카자흐스탄,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에서도 그의 수묵화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박대성 화백의 미술 세계와 한국화 연구 관련 서적이 미국에서 발간됐을 정도. 전시를 보러 온 어린아이가 작품을 훼손한 사건에 대가다운 아량을 베푼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해와 달이 함께하고, 제주도부터 백두산까지 한국 전체를 담은 작품. 기존 ‘신라 몽유도원도’보다 2m 이상 큰 신작에 몰두하고 있던 그의 붓끝은 여전히 힘이 넘친다.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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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경주 최부자댁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이 이곳에서 흐른다. 경주 최부자댁은 17세기 초반부터 12대로 이어지며 부를 이어온 ‘경주 최씨’를 의미한다. 경주 교동 교촌마을에서 뿌리내린 최부자댁은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독립운동을 후원하고, 광복 후엔 전 재산을 모두 털어 사학을 설립했다. 지금도 경주 교동마을에 가면 경주 최씨 고택이 보존되고 있다. 겸재 정선부터 추사 김정희 등 수많은 정승과 독립운동을 하던 임시정부 일원이 드나든 사랑채, 문 하나 돌 하나 귀한 유물인 안채, 수만 가지의 기록을 간직한 곳간까지 고스란히 후손들에 의해 보존·연구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87칸 한옥으로 주변 향교의 용마루보다 높지 않도록 키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현재 경주 최부자댁 옆에는 ‘경주최부자아카데미’가 교육& 체험기관으로 운영되며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촌안길 27-40 관람 시간 09:30~17:30(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054-774-0202

 

“최부잣집은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향교와 맞닿아 있습니다. 향교의 권위를 위해 땅을 파서 집을 낮춰지었다니 가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곳간의 수많은 나무 궤짝에는 뛰어난 가치를 지닌 사료들이 가득한데, 우리의 역사를 반증하는 사연과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by 경주최부자아카데미 상임이사 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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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두 얼굴, 월정교

경주 교촌 한옥마을에서 경주 최부자댁을 둘러봤다면, 지척의 월정교도 놓치지 말것. 원효대사가 요석공주와 만나기 전 월정교에서 물에 빠졌다는 설화 속 공간으로 조선시대에 없어진 것을 10여 년간 고증과 복원을 진행해 2018년 완공했다. 2층에는 교량의 복원 과정을 담은 영상물과 출토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월정교는 낮과 밤이 너무 다르다. 낮에는 월정교의 자태를 오롯이 볼 수 있어 좋고, 밤의 월정교는 또 다른 매력으로 유혹한다. 강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월정교의 야경을 담기 위한 인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참고로 월정교 앞에 중간 돌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월정교 전체를 담을 수 있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가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야경이 백미라고 칭송한 곳이기도 하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274 관람 시간 09:00~22:00(연중 개방) 관람료 무료 문의 054-772-3843

 

“첨성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교촌 한옥마을. 고즈넉한 달빛과 함께 하는 야간 산책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매혹적인 자태의 월정교와 단아한 한옥마을, 신비로운 아우라의 유적지를 지나 황리단길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by 우먼센스 편집장 서지아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
사진
서지아
2023년 02월호

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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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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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