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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예뻤다

On October 23, 2019

김고은은 예뻤다. 예쁜 척해도 예쁘고 예쁜 척하지 않아도 예쁘고, 그게 전부 진짜여서 예뻤다. 특유의 빛을 내는 여배우 김고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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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잘 웃었다. 몸을 배배 꼬며 웃기도 하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박장대소하기도 했으며, 영화 속 모습처럼 앙증맞게 웃기도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이는 건, 아마도 또래의 성공한 스타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했고, 진짜였다.

그녀가 최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상대 배우는 정해인.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핫한 배우들이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남녀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춰나가는 과정을 그린 레트로 감성의 정통 멜로다. 1994년 10월 1일 시작, 2007년 4월 15일까지 KBS FM을 통해 13년간 방송된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그 시절 소중했던 추억과 가슴 아픈 첫사랑,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명곡들이 영화 전반에 깔린다.

더구나 이 영화가 김고은에게 특별한 건, 데뷔작 <은교>(2012)의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고은은 데뷔작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정 감독은 지금의 김고은을 만든 은인인 셈이다. 김고은과의 두 번째 작업을 끝낸 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감독으로서도 김고은은 굉장히 좋은 배우다. 내 작품이긴 하지만 김고은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나이나 경력, 그 이상을 연기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지금 내 욕심으로는 김고은과 언젠가 또 한 번 좋은 영화를 다시 만들고 싶다."

컴맹에 손편지 쓰는 게 취미라는 김고은과의 '아날로그스러운' 인터뷰.


주연배우로서 영화를 본 소감은요?
뭐랄까, 약간 괴로운 상태에서 봤어요. 순간순간 아쉬움이 보이니까요. 언론 배급 시사회 때는 늘 괴로운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전작 <변산>에서도 멜로 라인이 있었고, 이번엔 정통 멜로를 하게 됐어요.
<변산>에서는 영화 막바지에 멜로가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 시간에 걸쳐 멜로의 흐름이 있어서 감정적으로 공감을 많이 했어요. 2000년대에는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고, 그게 끊어지면 연락이 단절돼버리잖아요. 미수의 그 심정이 공감돼 가슴이 아팠어요.


고은 씨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성향인가요?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휴대폰도 잘 활용하지 못해요. 그리고 손편지 쓰는 걸 좋아하고요. 친구들 생일이나 가족, 특별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이 아닐 때 손편지를 써요.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 아무 날도 아니야." 그럼 받았을 때 기분 이 더 좋잖아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신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제 첫사랑요? 그분, 잘 지내시려나?(웃음) 영화 속 첫사랑은 첫사랑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사랑이에요. 저의 첫사랑은 이들에 비하면 아픔이 크지는 않았어요. 귀엽고 풋풋한 사랑이랄까요. 근데 첫사랑의 기준이 뭐예요?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정지우 감독과는 데뷔작 <은교>를 같이 했어요. 그리고 7년 뒤 재회했고요. 어땠나요?
<은교> 때는 제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오히려 감독님이 저를 더 조심스럽게 대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유리구슬 다루듯 대해주셨어요. 처음이라 이것저것 위치를 확인하느라 시선도 행동도 어색했는데, 감독님은 그런 의식하는 것들이 제가 가진 장점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셔서 배려를 해주셨죠. "고은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여. 우리가 쫓아갈게" 하고요. 그때는 다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근데 회를 거듭하고 여러 작품을 찍으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사실 감독님과는 그동안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뵙고 사는 얘기, 고민 등 제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지냈어요. 7년 만에 처음 만나면 낯설었겠지만 그동안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친근하고 편한 상태에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친분이 있는 사이라 캐스팅 비화도 궁금해요.
작년 초쯤이었나? 툭 던지듯 "대본 보내줄 테니 한번 읽어봐" 하셨어요. 서로 그동안의 교감도 있고, 대본과 모니터링도 서로 종종 해주었던 터라 그런 개념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조금 지난 다음 감독님이 얼굴 한번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늘 그렇듯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는데, "시나리오 어떻게 봤어? 그거 고은이가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하시는 거예요. "저요? 저는 뭐, 감독님이 하시면 잘할 수 있죠." 그렇게 짧은 대화가 오가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죠. 감독님이 지금의 저를 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 감독만의 장점은 뭔가요?
연출자로서 훌륭한 점은 당연히 모두가 아는 부분일 테고, 특히 배우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우가 연기가 잘 안 될 때 그게 얼마나 답답한지, 지금 심정이 어떤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아세요. 사실 배우들은 현장에서 주절주절 자기 말을 하진 않아요. 혼자 삭이는 게 많죠. 저 같은 경우는 늘 괜찮아 보이게 행동하는 편인데, 감독님이 언젠가 "고은아, 그러지 말고 힘들면 얘기해" 하시는 거예요. "괜찮아요" 했더니 "안 괜찮잖아" 하시더라고요. 감독님만 아시는 섬세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작보고회 때 눈물을 보였어요(당시 정 감독이 "처음 김고은을 봤을 땐 '호기심 천국'으로 똘똘 뭉친 아이 같았다. 이후 여러 기회로 얼굴을 종종 보게 됐는데 고민 많은 어른이 됐다는 게 느껴지더라. 일상 속 고민이 영화에 잘 나왔다"라고 전하자, 김고은이 왈칵 눈물을 쏟은 것이다).
그날 감독님이 일련의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받으시는 순간, 눈물이 차올랐어요. 촉이 왔죠. 아닌 게 아니라 화면에 얼굴이 부어 보일까 봐 전날 밥을 굶어서 조금 예민해진 것도 있을 거예요.(웃음) 그동안 저는 감독님에게 주저리주저리 속마음 얘기를 많이 했어요.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고, 이런 작품을 하고 있고, 요즘 이런 고민이 있고 등등….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가 이제는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하는 순간, 지난 8년의 시간이 스쳤던 것 같아요. 늘 제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셨던 감독님의 표정이 떠올라 눈물이 났어요.


슬럼프를 겪은 시기도 있나요?
이쪽 일을 하다 보면 한 번씩 찾아오는 그런 것…, 그럴 때 저는 스스로에게 야박했던 것 같아요. 힘들 수도 있는 시기에 힘들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이고, 자기 학대를 했어요. '넌 운이 진짜 좋은 거야, 감사할 줄 알아야지(왜 힘들다고 해?)' 하고 말이죠. 그렇게 그 시기를 보내니 그다음엔 자존감이 무너지더라고요. 드라마 <도깨비>가 끝나고 쉬고 있을 때가 그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변산>을 찍으면서 어느 정도 극복했고요.


성공 뒤 공허함 같은 건가요?
전혀요. 사실 <도깨비>의 성공을 몸소 체감하진 못했어요. 제게 <도깨비>는 다른 여느 작품과 별다르지 않았어요. 뭐, 제가 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팬들이 막 몰리거나 그런 걸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가.(웃음)


그 과정을 다 겪은 지금은 어떤 감정 상태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그 과정에 있어요. 예전에 저는 스스로 자존감이 강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쉽게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했죠. 근데 겪어보니 오만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굉장히 멘탈이 약하거나 쉽게 흔들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왜 그런 걸로 상처를 받아?'라고 했던 것들, 이제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공감 능력이 높아졌죠.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됐죠. 한번 무너지는 건 쉬운데 다시 쌓는 건 어렵고 또 방법도 모르고, 시간도 걸려요. 그걸 겪었고, 그 성장통 속에 지금도 있고요. 저는 이 일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예요.


<도깨비> 이후 슬럼프가 왔고, <변산>으로 극복했고, 이번 작품이 끝나면 어떨 것 같나요?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왕이면 흥행도 됐으면 좋겠고요.(웃음) 많은 사람을 얻은 작품이에요.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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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가 찾아 왔을 때 저는 스스로에게 야박했던 것 같아요. 힘들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이고, 자기 학대를 했어요.
'넌 운이 진짜 좋은 거야, 감사할 줄 알아야지' 하고 말이죠. 그 시기를 보내니 그다음엔 자존감이 무너지더라고요.
드라마 <도깨비>가 끝나고 쉬고 있을 때가 그 시기였던 것 같아요.

캐릭터 해석은 어떤 방법으로 하나요?
인물에 접근할 때 그 인물의 전부를 이해해야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계가 오는 순간이 있어요. 그래서 그냥 받아들여요. '왜 이러지?' '이해가 안 되는데?' 하고 파고들기보다는 '이 인물은 이렇고 상황은 이렇구나, 지금의 감정은 이렇구나' 하고 제 생각을 빼는 작업을 해요.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인물에 가까이 가 있더라고요.


화보에서나 영화에서나 상대 배우 정해인과 케미가 좋아 보여요.
그렇게 보여야 하잖아요.(웃음) 이제는 친해져서 친오빠, 아니 친구 같은 느낌이 더 강해요. 실제로도 촬영할 때 호흡이 좋았어요.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상대가 불편한 걸 못 견뎌하는 스타일이에요. 워낙 배려심이 강하고 긍정적이어서 현장이 늘 화기애애했어요.


애초에 상대가 정해인이라고 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반가웠어요. 드라마 <도깨비> 때 극 중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거든요. 제 첫사랑으로 출연했답니다.(웃음) 이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감독님이 저를 섭외하시고 몇 달간 연락이 없으셔서 제가 이 작품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긴가민가했어요. 그러다가 정해인 씨와 캐스팅 얘기가 오간다고 들었을 때, '아, 내가 이 작품을 하는구나' 했죠.


첫인상은 어땠나요?
다시 만날 때는 영상통화로 처음 만났어요. 그때가 제가 <변산>을 홍보하고 있을 때라 미용실에서 헤어 스타일링을 받고 있었는데, 감독님에게서 전화가 온 거예요. 정해인 씨와 같이 있다고 하시기에 영상통화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하고 인사를 했죠. 그리고 그날 스케줄을 끝내고 다 같이 미팅을 했어요. 유쾌한 분위기에서 많은 얘기가 오갔죠.


실제로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시작은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 아니에요. 이상하게 쑥스럽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부끄러움이 사라져요. 솔직한 편이에요. 아니, 솔직해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말해요. 쌓아두지 않고 매일매일 충실하게 마음을 표현해요. 밀당 안 해요.


촬영하면서 특별하게 와 닿았던 순간이 있었나요?
극 중 '현우'의 자취방에서 있었던 소소한 순간들이 특별하고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도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비단 연인이 아니라 친구, 가족과도 큰 사건보다는 소소했던 기억들이 오래 남고 아름답죠. 곱창에 소주 한잔 마시며 이것이 행복이지, 했던 시간들요.(웃음) 언젠가 제 친구의 생일에 친구들이 다 모여서 칠첩반상을 만들어보자 해서 이것저것 함께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런 기억이 오래 남더라고요. 촬영장에서 특별했다기보다 '미수'와 '현우'에게 이 순간이 특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요?
맛있는 거 먹을 때! 예전부터 그랬어요. 저는 고수 빼고 못 먹는 게 없어요. 아, 요즘은 돌멍게에 빠졌어요.(웃음)


정해인 씨가 출연한 전작 <봄밤>을 봤나요?
친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봤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는 드라마를 많이 보진 않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드라마 폐인이 돼요. 훅 빠져 보는데, <봄밤>도 빠져서 봤어요.


차기작이 뮤지컬 영화 <영웅>이에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9월 4일 첫 촬영에 들어가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노래 녹음을 하러 가야 해요. 가수분들, 존경합니다.(웃음) 제가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건 좋아하는데, 노래방 이외의 공간에서 하는 건 너무 어렵더라고요. 벼랑 끝에 몰려 있어서 자다가도 노래 생각에 벌떡 일어날 지경이에요.(웃음)


친한 배우들이 누군지 궁금해요.
도연 선배, 해일 오빠, 지민 언니, 지아 언니, 려원 언니요. 엄청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선배가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 연락드려서 보는 분들이에요.


흥행이나 숫자에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인가요?

저번부턴 받았어요. 흥행이 안 되니까.(웃음) 저 목말라 있어요. 많이 봐주세요.

김고은은 예뻤다. 예쁜 척해도 예쁘고 예쁜 척하지 않아도 예쁘고, 그게 전부 진짜여서 예뻤다. 특유의 빛을 내는 여배우 김고은의 이야기.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BH엔터테인먼트

2019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하은정
사진
B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