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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서른 여덟 번째

동상이몽(同床異夢)

On November 03, 2014


부부라고 해서 늘 한마음 한뜻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동상이몽을 하면서도 서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이거나 재혼 부부라면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더욱 약할 수밖에 없다.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던 A씨는 친구 소개로 B씨를 만났다. B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아들을 한 명 키우고 있었다. 외로이 살면서 집안에서 나는 웃음소리와 사람 냄새가 그리웠던 두 사람은 생활비도 아낄 겸 한집에서 살게 되었다.

중학생인 B씨의 아들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없이 외롭게 자라온 터라 A씨를 ‘아버지’라 부르며 잘 따랐고, A씨도 자신의 친아들처럼 끔찍하게 잘해주어 늘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다.

A씨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행여 자신이 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이 재혼으로 인해 잘못될까 걱정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A씨는 B씨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고 살고 있던 집도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살기 시작한 직후 B씨 앞으로 명의를 이전해주었다.

돈 관리며 재산 관리를 B씨에게 믿고 맡겼으며 살던 집이 좁다고 해서 전세로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도 했다. 이사하느라 1억원을 대출하기도 했다. A씨가 바깥일이 바빠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고 티격태격 다투기도 했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가 출근한 사이 B씨가 집안 살림을 대부분 다 챙겨 아들과 함께 이사 간 뒤 행방을 감추었다. A씨가 B씨 명의로 이전해준 집은 몇 년 전에 이미 처분했고, B씨 명의의 살고 있던 집도 애초부터 전세가 아니라 월세였음을 알게 되었다. A씨는 그야말로 월세집에 1억원이란 빚만 떠안은 채 혼자 남은 것이다.

A씨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경제적으로 좀 힘든 것 외에는 크게 불만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믿었는데, 자신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몇 달 뒤 힘들게 수소문해 B씨를 찾았지만 “더 이상 함께 못 살겠다”고 했고, 몰래 팔아버린 집 이야기를 했지만 “나와 같이 살기로 한 대가로 내게 준 것이 아니었느냐”라는 답만 돌아왔다. “집은 왜 월세냐?”고 묻자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바쁜데 전세를 얻을 돈이 어디에 있었느냐?”며 모르는 척 외면했다.

결국 B씨는 A씨와 만나 중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키운 뒤 1억원의 빚만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B씨가 집을 나가자 사실혼 관계도 끝났고, 명의신탁을 했다고 주장할 증거도 없으며, 주장해본들 법적으로는 명의신탁이 금지되어 있는지라 집에 대한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었다.

야금야금 사라진 전세 보증금도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나서 써버린 곳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결국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만 형편이 되고 말았다. 물론 함께했던 추억은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 ※이 변호사의 어드바이스

    A씨와 B씨의 경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이므로 헤어지면 곧 남남이 되고 만다. 사실혼 부부일지라도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는 가능하다. 하지만 부부 중 한쪽이 재산관리를 상대방에게 모두 일임하고 무심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한다면, 이혼을 의식한 상대방이 오랜 기간 재산을 계획적으로 은닉한다면, 이를 찾아 분할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살면서 재산에 대해 함께 상의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뢰하며 살 정도의 돈독한 부부애가 아닐까?

 

글쓴이 이명숙 변호사는…
24년 경력의 이혼·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현재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자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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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일러스트
김민아
2014년 11월호

2014년 11월호

기획
정희순
일러스트
김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