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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장혁 15년 연기인생 고백

‘마초’인 줄만 알았던 장혁이 우리 곁에 친근하게 돌아왔다. 일요일 예능 <진짜 사나이>에 나온 한껏 풀어진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어, 장혁에게 이런 면도 있었어?’라는 반응이다. 얼마 전엔 자신의 인생을 담은 에세이집을 내고 대중 앞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가 들려주는 ‘진짜 장혁’은 어떤 모습일까?

On October 16, 2013


배우 장혁은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최근에는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를 통해 흥행몰이에 나섰다. 또 얼마 전에는 자신의 연기와 인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 <열혈남아>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에세이 발간도 모두 ‘장혁’이란 배우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깊은 울림이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고, 어떤 역이든 소화해낼 수 있는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지금 장혁은 연기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거친 남자’ 떠나 ‘풀어진 남자’로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TV에 군복을 입고 나와 철없는 아이처럼 깔깔깔 웃는다. <진짜 사나이>를 촬영할 때면 30대 초반의 늦깎이로 경험한 군 생활 2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한다. 얼마 전엔 그가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고 남자다운 모습을 과시하며 현역 군 장병과 씨름경기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짐승남’ 장혁이 벌일 환상적인 경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장혁은 그 경기에서 1초 만에 패하며, ‘1초 굴욕’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시청자들은 이런 그의 의외의 모습에 열광했다. <진짜 사나이>는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며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지 걱정을 했다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나를 놓을 수 있게 해준 좋은 프로그램이지요. <진짜 사나이>를 예능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현장과는 다른 예능이란 공간에서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대중 앞에 ‘강한 남자’로만 기억되는 것이 싫었다. 데뷔 때부터 줄곧 반항아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아온 영향이 컸다. 그의 데뷔작인 드라마 <모델>에서도, 영화 <짱>에서도, 드라마 <학교>까지도 그렇다. 당시에는 반항기 있고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사랑받을 때였고, 한창 주가를 올리던 그가 맡을 캐릭터는 한정돼 있었다. 한 번 고착된 이미지는 여간해선 바꾸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가 갖춘 완벽한 몸매는 ‘강한 남자’라는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켰다.

지난 시간 동안 참 많은 역할을 맡아왔고, 다양한 사람을 그려냈다. 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장혁’의 모습은 언제나 거칠고 남성성 짙은 마초 같은 이미지뿐이었다. 점점 더 그 이미지가 굳어져 더 이상의 새로운 연기를 보이지 못한 채 연기의 폭이 줄어들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해결 방안은 하나, 내가 변하는 것뿐이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표현해야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중략)
사람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 순간에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지, 그 변화가 나를 더 발전시키는 방법이 될지는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만일 변화의 필요성이 느껴지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면, 한 번쯤 뒤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어디서 왔고, 어떤 걸음걸이로 걸어왔으며, 얼마만큼의 보폭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따져보면 앞으로 내디뎌야 할 발걸음에 대한 확신이 생겨날 것이다. 여태까지의 연기들을 쭉 둘러보며 ‘절제’된 연기의 필요성을 느꼈던 나처럼 말이다.
-<열혈남아> 中


배우로서의 삶, 이제는 삶을 이루는 뼈대가 되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히 찾아온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사실 장혁은 어려서부터 ‘체육 교사’를 꿈꿔왔다. 언제나 운동은 공부보다 재밌었고, 자신도 있었다. 건축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1년에 몇 번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빴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장혁은 저녁 땐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직업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체육 교사’라는 직업은 장혁이 잘할 수 있는 일이면서 원하는 조건을 충족해주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입시를 앞둔 어느 날, 부모님은 체육대학 진학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체육대학에 교수로 있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뒤의 일이었다. 결국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반대로 장혁은 꿈을 잃고 한동안 방황했다. 한 선생님은 장혁에게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미술 공부를 권했지만 그마저도 내키지 않았다. 매일 몸을 실컷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운동하던 장혁에게 가만히 앉아 그림만 그리는 일은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연극부 친구가 연극학원을 함께 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 친구를 따라 연기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미술학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동적인 에너지, 운동을 할 때 느꼈던 열정이 느껴졌다. 장혁은 그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그는 서울예전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그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같이 면접을 본 배우 류승수는 합격했지만, 그는 탈락한 것이다. 결국 그는 부산의 한 대학교 방송연예과에 입학하고 1년을 보냈다. 하지만 서울예전의 학생이 되리라는 목표를 꺾지 않았고, 다시 한 번 시험을 치른 후 기어코 합격했다.
신인 시절, 작품을 하나라도 따내기 위해 여러 오디션을 보며 그는 늘 불안했다. 오디션에서 합격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설사 합격했다 하더라도 투자를 받지 못한 영화는 중간에 어그러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당시 IMF로 인한 경제적 혼란 속에서 장남이라는 위치는 그의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절하게 매달렸다.
장혁은 당시 숱하게 많이 당한 ‘거절’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더 강하게 단련시켰다. 이전까진 어떻게 하면 오디션장에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것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파악해서 그들이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그는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열심히’ 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행동은 결국 ‘잘’하기 위한 과정이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촬영이 진행될 때마다 열심히는 했던 것 같다. 다른 것 하나 없이 그저 열심히. 대본을 손에서 내려놓지도 않고 혼자서 읽고 또 읽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 연기 동아리에서의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었다. 숲을 볼 수 없는 좁은 시야도 문제였지만, 마인드도 건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작품으로 데뷔를 하면 이제는 나도 ‘배우’라는 생각에 취해 다른 배우들과의 유기적인 연기를 보지 못했고, 연출자와 연기자, 연기자와 연기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고려하지 못했다.
-<열혈남아> 中


장혁은 분명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연기라는 건 결국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다 같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그러면서 후배들을 위해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사회가 그리 녹록지 않으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충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행동은 더 이상 사회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뛰어들었던 첫 촬영 현장은 연기 연습을 하던 학교 동아리와는 차원이 달랐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배우 지망생을 바라보는 교수님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잘 해내기 위해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만 하는지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진짜 준비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열혈남아> 中


영화 <감기>로 돌아오다
장혁은 지난 8월 17일 영화 <감기>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극 중 죽음의 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진 시민과 수천 명의 감염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지구’를 그려낸다. 장혁은 <감기>의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과 인연이 깊은데, 이번 영화는 2003년 그가 연출한 영화 <영어완전정복>에서 호흡을 맞춘 후 10년 만에 함께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사실 장혁은 2003년 당시 <영어완전정복>의 시나리오를 읽고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기대했던 김성수 감독풍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전작 <비트>나 <태양은 없다>와 같은 느와르풍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 장혁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일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고, 감독님이 이 영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김성수 감독이 나를 원한다!’는 생각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다. 또, 코미디 장르의 캐릭터도 처음이었기에 한 번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비록 자신이 원한 대로 영어권 나라에서 킬러들이 겪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장혁은 김 감독과 함께 처음으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고 한다. 김성수 감독은 이번 영화 <감기>의 시나리오 각색 단계부터 일찌감치 장혁을 주연배우로 점찍었다. 장혁 역시 시나리오를 받아들고는 ‘지구’ 캐릭터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았음을 알아챘다. 김 감독은 장혁에게 이번 영화에서는 ‘지구’를 연기하지 말고 ‘장혁’을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장혁은 자기 자신을 연기할 기회를 얻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본래 연기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캐릭터 분석인데, ‘분석하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 오케이 사인을 받기 힘들었다고는 것이다. 영화 <감기>는 개봉 일주일 만에 2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장혁. 그의 도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페이퍼북
참고서적
<열혈남아>(페이퍼북)
2013년 09월호

2013년 09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페이퍼북
참고서적
<열혈남아>(페이퍼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