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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국내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을 만났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주먹의 크기보다 주먹을 휘두르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UpdatedOn April 27, 2024

 

“전작의 빌런들이 기세나 악바리 근성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고 했다면,
4편에서는 기술적으로 더욱 완성된 빌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이 백창기와 마석도의 대결을 좀 더 기대할 수 있게요.”

 

<범죄도시> 1~3편을 보면서 늘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맞는 게 어렵습니까, 때리는 게 어렵습니까?
둘 다 어렵지만, 때리는 게 더 힘듭니다. 때리는 건 액션이고, 맞는 건 리액션이잖아요. 상대방이 내 주먹을 맞고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실제로 그만큼 힘을 써야 돼요. 보통 한 명만 쓰러뜨리는 경우가 거의 없고요. 그래서 체력 훈련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에 <범죄도시4> 연출을 맡으셨습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됐죠.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뜨거웠어요. 장면마다 관객분들께서 저희가 기대한 반응과 호응을 보내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아임다” “진실의 방으로” 같은 대사는 한국인이 아니면 특유의 유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저희도 그 부분이 조금 신기했어요. 스토리 맥락으로 해당 장면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기자님께서 말씀하셨듯 특정 언어만으로 통용되는 유머가 있으니까요. <범죄도시>에는 특유의 코미디 요소가 있잖아요. 그 점이 외국 관객에게도 잘 통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범죄도시>는 한국에서 유일한 현재진행형 ‘천만영화 시리즈’가 됐죠. 그만큼 유리한 점도 있지만 부담감도 컸을 것 같습니다.
<범죄도시>는 장점과 특징이 확실한 프랜차이즈 영화예요. 관객이 <범죄도시>에 기대하는 것 역시 확실해졌고요. 그런 점에서 부담보다 유리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잘하는 걸 더 잘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범죄도시 4>를 준비하면서 이전 시리즈와 똑같이 하고자 했던 점과 바꿔보자 했던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바뀔 수 없는 건 마석도죠.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누아르나 액션의 비중이 더 커지거나 작아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건 결국 마석도잖아요. 갑자기 마석도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어요. 다만 <범죄도시4>에서는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걸 취합해서 보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액션, 코미디, 누아르의 밸런스가 좀 더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범죄도시> 1~3편까지는 전부 무술감독으로 참여하셨죠. 4편 연출은 어떻게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마동석 배우님이 먼저 제안하셨어요. 저희 둘이 <황야>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요. 사실 <황야>는 <범죄도시3>보다 먼저 촬영했어요. 동석 형님과는 오래전부터 같이 작업을 해왔는데, 제가 <황야>를 연출하는 걸 보면서 확신이 생기셨던 것 같아요. <황야>를 찍던 도중에 저한테 제안하셨죠. “<범죄도시4> 같이 찍어보자”고요.

제안 받고 어떠셨어요?
“네? 저요?” 딱 이런 기분이었어요.(웃음) <범죄도시3> 촬영 시작도 안 했을 때였거든요. 3편 연출은 이상용 감독님으로 정해져 있었고, 저도 무술감독으로 확정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3편을 찍자마자 곧장 4편 촬영에 들어가야 된다고 해서 더 놀랐죠.

<범죄도시> 연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빌런 배우 선정일 것 같습니다. 나름의 선발 과정이 있습니까?
한 명이 정하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의견을 나눠요. 여러 스태프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죠. 시리즈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잡힐 때쯤 배우를 내정하고 캐스팅에 들어갑니다.

각 캐릭터마다 조선족 조폭(장첸), 해외 납치범 (강해상), 부패한 현직 경찰(주성철) 등 설정이 있잖아요. 캐릭터 설정과 배우 선정 중 무엇이 먼저 진행되나요?
동시에 진행합니다. 캐릭터의 뼈대가 잡힐 때쯤 메인 빌런 배우를 생각하죠. 해당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배우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캐릭터나 시나리오를 조금 더 손보고요.

<범죄도시4>에서 김무열 배우가 연기한 ‘백창기’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죠. 앞서 나왔던 세 명의 빌런과 비교했을 때 백창기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이번 작품은 액션적인 부분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어요. 전작의 빌런들이 기세나 악바리 근성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고 했다면, 4편에서는 기술적으로 더욱 완성된 빌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이 백창기와 마석도의 대결을 좀 더 기대할 수 있게요. 단순한 응징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걸 위해서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는 콘셉트를 넣었죠.

허명행 감독은 실제로 엄청나게 큰 주먹의 소유자다. 이 손으로 마동석과 팔씨름을 여러 차례 했다고.

허명행 감독은 실제로 엄청나게 큰 주먹의 소유자다. 이 손으로 마동석과 팔씨름을 여러 차례 했다고.

허명행 감독은 실제로 엄청나게 큰 주먹의 소유자다. 이 손으로 마동석과 팔씨름을 여러 차례 했다고.

무술감독은 운동선수처럼 부상이 잦다. 허명행 감독 역시 손, 무릎, 어깨, 허리 수술하지 않은 곳이 없다.

무술감독은 운동선수처럼 부상이 잦다. 허명행 감독 역시 손, 무릎, 어깨, 허리 수술하지 않은 곳이 없다.

무술감독은 운동선수처럼 부상이 잦다. 허명행 감독 역시 손, 무릎, 어깨, 허리 수술하지 않은 곳이 없다.

팬들 사이에서는 ‘장첸이랑 강해상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이야기도 많잖아요. 싸움 실력만 놓고 본다면 네 명의 빌런 중에 누가 최고일까요?
백창기죠. 영화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전투력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빌런입니다. 그만큼 마석도에게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기도 하고요.

감독님께서는 정두홍 무술감독님의 제자로도 유명하죠. 액션 스쿨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나요?
일단 격기 종목은 거의 다 배웁니다. 모터사이클, 자동차, 승마, 스킨스쿠버, 검술, 레펠까지 영화에 필요한 거의 모든 액션 스킬을 배워요. 어떤 작품이든 투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스턴트맨이 참여하는 스펙트럼이 되게 넓어요. 차 사고 장면이 없더라도, 무단횡단 장면에 저희가 들어갑니다. 촬영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된 부분도 책임지고요.

사실상 특수부대 요원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네요. 스턴트맨 한 명이 어떤 현장에나 투입 되기까지는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저희 서울액션스쿨에서 이번에 28기를 받았어요. 1년에 한 기수씩 받고, 총 6개월 과정입니다. 하루에 4시간씩 수업하죠. 처음부터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배우 지망생과 스턴트맨 지망생. 교육은 똑같아요. 다만 수료하면, 스턴트 배우를 지망했던 친구들은 테스트를 한 번 더 거쳐서 저희 액션팀으로 흡수하죠. 그리고 천천히 현장을 다닙니다. 다만 현장에서 무술감독과 빠르게 의사소통하고 웬만한 장면을 모두 소화하는 수준이 되려면 보통 4년 이상 걸립니다.

스턴트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 점에서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셨어요?
저는 없습니다.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컸어요. 배우보다 저희 직업이 훨씬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감독님께서 종종 단역으로 출연한 역할은 일종의 아르바이트 개념이었겠네요.
그렇죠. 종종 액션 장면을 소화해줄 단역 배우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무술팀에 “대사 잘 치는 애 있으면 데려와라” 하고 요청하거든요. 그때마다 저는 “알바하러 간다”고 했어요. 그렇게 단역을 종종 맡다 보니 나중에는 액션 없는 역할도 꽤 섭외가 들어왔어요.

실제로 <올드보이>의 ‘장도리 장면’에 나오셨죠. 또 기억나는 작품 있으세요?
시트콤 <논스톱>에서 전진 배우 학교 선배로 출연한 적 있어요. 같이 축구하고 사우나 하는. 한 연속극에서는 구혜선 배우 맞선 상대로 집에 과일 바구니 사 들고 가는 역할도 맡았어요. 그 외에 대부분은 주인공 납치했다가 다른 주인공한테 얻어맞는 불량배 역할이었어요.(웃음)

액션 연기에 특히 도움이 되는 종목이 있습니까?
영화 무술은 종합 무술과 비슷해요. 그런 점에서 합기도가 도움이 됩니다. 낙법, 발차기, 관절기, 호신술까지 아우르니까요. 실제로 선배님들 중에 합기도를 오랫동안 수련하신 분들이 많아요.

감독님께서도 합기도를 배우셨나요?
아니요. 저는 태권도 했습니다.(웃음)

처음 액션 스쿨에 들어가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열아홉 살 때 정두홍 감독님을 처음 뵀어요. 고등학교 친구 중에 배우가 있었거든요. 어느 날 동네에서 그 친구를 우연히 마주쳤는데 운동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액션 스쿨에서 영화 무술을 한대요. 신기하잖아요. 따라서 구경 갔다가 정 감독님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날 생각했어요. 나 저거 하고 싶다. 그렇게 1년 뒤 스무 살 되고 액션 스쿨에 들어갔죠.

그전까지 ‘어른이 되면 이런 일 해보고 싶다’ 했던 건 없으셨나요?
전혀요. 다만 무의식적으로 액션 영화에 대한 동경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중학생 때 <장군의 아들> 시리즈를 정말 많이 봤어요. 30번은 돌려 봤을 거예요. 액션 영화, 특히 한국 액션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선배님들이 영화 무술 하는 모습 보고 단번에 매료된 거죠.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은 얼마나 되나요?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만 따지면 120편 정도 됩니다. TV 드라마는 따로 세보지 않았는데요. 제가 출연한 것까지 합치면 200편 훨씬 넘죠.

지금까지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작품 중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정두홍 감독님 밑에서 제가 처음으로 현장에서 영화 무술을 지도한 게 <달콤한 인생>이에요. 두 번째가 <주먹이 운다>. 그리고 공동 무술감독으로 제 이름을 처음 올리기 시작한 작품이 <중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전우치>였어요. 이 세 작품이 정말 어려웠죠. 세 작품을 마치고 나니까 무서울 게 없더라고요.

<중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전우치> 모두 액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죠.
<중천>은 액션 콘티 만드는 데만 10개월 걸렸어요. 그때 촬영, 편집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웠죠. 워낙 와이어 액션도, CG도 많은 작품이었으니까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00% 아날로그 액션물이잖아요. <전우치>도 스턴트 액션 비중이 정말 큰 작품이었고요. 커리어 초창기에 큰 프로젝트를 4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저도 모르게 훅 성장했어요.

그만큼 고됐지만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액션 영화는 지금까지도 별로 없거든요. 그 시기를 보내고 나니까 일이 확실히 수월해졌어요. 액션 종합 세트 같은 작품들을 했으니까,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맡더라도 제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진 거죠.

요즘 흔히 ‘젊은 MZ 세대는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한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스턴트맨은 워낙 힘든 일인데, 그런 점에서 업계에서 달라진 분위기는 없습니까?
있죠. 분명히 세월이 지나면서 발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다만 그런 건 있어요. 저희는 직업 특성상 분위기가 너무 해이해지면 사고가 나요. 본인들도 그걸 아니까 금방 자세가 바뀝니다. 굳이 예의범절을 따로 가르치지 않지만, 같이 몸 섞으면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후배 간에 가벼운 행동이 없어지죠.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개인적으로 꼭 여쭙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마동석 배우님과 팔씨름해본 적 있으십니까?
있어요. 되게 많이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한 게 벌써 7~8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허명행 감독이 <범죄도시4> 촬영 현장에 늘 들고나니던 아이패드. 화면에 보이는 건 <범죄도시4> 대본 첫 페이지다.

이기셨습니까?
한 번도 못 이겼어요. 동석이 형은 뭐랄까. 그냥 다른 사람이에요.(웃음) 저도 어디 가서 팔씨름으로 거의 안 져요. 그런데 동석이 형한테는 한 번을 못 이겼어요. 워낙 타고난 힘이 좋아요. 보디빌딩도 오래 하셨고요. 동석이 형은 늘 악력기를 갖고 다니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그걸 한 번을 못 해요. 저는 2~3번 정도 하는데, 동석이 형은 7~8번 하시더라고요.

현역 격투기 선수들은 <범죄도시> 속 마동석 배우 복싱 실력에 감탄하더라고요.
실제로 형님이 복싱을 오래 하셨어요. 프로 데뷔까지 준비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다만 복싱을 잘하는 것과 액션 장면을 잘 찍는 건 별개입니다. 마동석 배우의 펀치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그 피지컬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스크린에서 강력하게 보이는 건 또 다른 숙련된 기술 덕이에요. 이제는 그 기술까지 몸에 밴 거죠.

한국은 지금까지 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타뎀, 빈 디젤 같은 덩치 큰 근육질 배우가 거의 없었잖아요. 그런 점에서 마동석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연기를 잘하세요. 마동석 하면 커다란 주먹을 휘두르는 마석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면 마동석 배우는 오래전부터 진한 감정 연기를 해왔거든요. 그리고 매번 ‘진짜처럼 보이는 연기’를 하고요. 그건 그 배우가 갖고 있는 유연함과 순발력에서 나오거든요. 피지컬도 압도적이죠. 다만 압도적인 피지컬만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배우이기 전에 인간 마동석이 갖고 있는 위트가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마블리라고 하잖아요. 그런 양면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는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기 힘들죠.

현장에서 후배 무술감독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습니까?
액션 동선을 만들 때 움직이면서 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움직이면서 하지 마라. 어떤 뜻이죠?
합을 짠다고 하죠. 현장에서 액션 동작을 그리는데, 그 안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게 돼요. 내 한계치를 벗어나지 않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지금 110kg인데 점프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하지만 머릿속으로 장면을 먼저 그리다 보면, 배우가 1.5m 점프해서 천장에 달린 무언가를 잡고 발차기하는 장면을 그릴 수 있잖아요. 건물 짓는 거랑 비슷해요. 머릿속으로 설계를 먼저 하지, 벽돌을 쌓으면서 디자인하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영화감독은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작품마다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다르잖아요. 그 임무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감독이죠. 감독마다 자기 색깔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해야 하니까요. 코미디 영화를 의뢰했는데 내가 누아르 좋아한다고 누아르 코미디를 찍으면 그건 틀린 거잖아요.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되 자기 색깔까지 담아낼 수 있다면 좋은 감독 아닐까요?

좋은 무술감독은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하세요?
무술감독은 시나리오 파악을 잘해야 됩니다. 액션은 감정의 극대화잖아요. 말로 안 되는 걸 몸으로 풀어내는 게 액션이니까요. 만일 말로 충분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면 액션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우리나라 액션이 특히 그런 면이 강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액션 신 전후로 이야기의 상황과 전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싸움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싸우는 이유도 중요한 거네요.
그럼요. 저는 늘 그런 생각으로 일했고, 후배들에게도 강조해요. 싸움에 집중하지 말고, ‘왜 싸우는지’ ‘지금 두 사람이 싸움까지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라고. 그 전제가 충분히 깔리지 않았다면 싸우지 말아야 될 것이고, 싸우는 장면이 꼭 필요하다면 명분을 반드시 깔아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2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계속 영화를 찍고 싶어요. 무술감독이든, 연출 감독이든 제 역할은 상관없어요. 그저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무술감독은 시나리오 파악을 잘해야 됩니다.
액션은 감정의 극대화잖아요. 말로 안 되는 걸
몸으로 풀어내는 게 액션이니까요.
만일 말로 충분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면
액션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우리나라 액션이 특히 그런 면이 강하고요.”

 


허명행 감독의 인생 영화 5

<장군의 아들 1>, 임권택, 1990
대사를 다 외울 만큼 돌려 봤던 영화. 돌이켜보면 제가 스턴트맨을 꿈꾸게 된 것도 무의식적으로 <장군의 아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모든 장면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강렬했어요. 모든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첫인상을 남긴 1편을 가장 좋아합니다.

<천장지구>, 진목승, 1990
지금도 여전히 찾아 보는 영화. <천장지구>에 담긴 특유의 감성이 있어요. 나이를 먹고 일상이 바빠지면 감정이 메말라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봅니다. 그때마다 매번 처음 이 영화를 봤던 때가 생각나요.

<살인의 추억>, 봉준호, 2003
그냥 너무 잘 찍은 영화잖아요. 각본, 연기, 연출, 촬영 모든 게 탁월하죠. 특히 <살인의 추억>에는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코미디가 담겼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특별한 영화고요.

<올드보이>, 박찬욱, 2003
당시 저는 스턴트맨으로 참여했던 작품이라 시나리오를 볼 수 있었는데요. 그 내용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영화를 봤을 때는 그 시나리오가 훨씬 더 다채롭고 짜임새 있게 완성되어 있었고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2008
무술감독으로 참여했던 작품. 당대 국내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서 엄청나게 고생하면서 찍었던 영화예요.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로 도전적인 상업 영화 기획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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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y 신동훈

202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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