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이달의 책들

피렌체 수트 거장의 책, 도쿄에서 태어난 음악 천재의 책, 그리고 오늘날의 서울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책.

UpdatedOn May 02, 2023

3 / 10
/upload/arena/article/202304/thumb/53578-513524-sample.jpg

 

리베라노

한태민, ARCHIVIO

<리베라노>는 ‘수트 장인’ 안토니오 리베라노에 관한 다큐멘터리이자 헌사입니다. 왜 이런 기록을 남길 생각을 했습니까?
내가 동경하는 사람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올해 제 나이가 만 50세입니다. 패션 일을 시작한 지 딱 20년 됐어요. 올해를 터닝 포인트로 삼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삶의 모티브가 되는 분을 생각하게 됐죠. 그 생각이 안토니오 리베라노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어요. 특히 남성복 문화가 잘 발달한 일본에서 왜 그토록 이 사람을 존경하는지, 무엇이 그를 존경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안토니오 리베라노는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습니까?
일을 시작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리베라노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궁금증이 생겨 그가 운영하는 ‘리베라노 앤 리베라노’에 갔는데 당시 제게는 모든 옷들이 너무 비쌌어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 편집숍 샌프란시스코 마켓을 열면서, ‘이 업계에서 최고는 누구일까’ 찾아보니 이번에도 리베라노의 이름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리베라노에게 옷을 맞추러 갔습니다. 그때 나눈 대화가 너무 즐거웠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고 2012년에 함께 트렁크 쇼를 열었습니다. 제게 트렁크 쇼는 리베라노와 나흘간 함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10년 동안 내가 알게 된 인간 리베라노의 면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리베라노의 반응은 어땠나요?
웃죠, 웃더라고요. ‘나한테 와서 책 쓰겠다고 한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사진만 찍어가더라’ ‘왜들 그렇게 사진을 찍어가는지 모르겠다’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책은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쓴 책인가요?
저는 피렌체를 무척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도시를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도 기억할 수 있는 걸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길을 걸어갈 때는 어디까지 걸어왔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수트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저도 좋아합니다만 수트를 입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리베라노와 한 대표님을 비롯한 신사복 업계 종사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냥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 왔을 때가 2005년 말이었어요. 그때는 아무도 한국에서 수트를 안 입었습니다. 그 후로 어느 날 사람들이 수트를 입기 시작하더니 곧 잦아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수트가 유행하는 게 웃긴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래식보다 K-팝을 듣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그렇다고 클래식과 재즈가 없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수트는 언제까지고 남아 있을 걸 알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기록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왜 책이라는 형태여야 했습니까?
‘얼마나 아름답게 기록하느냐’보다 ‘얼마나 깊게 이야기를 기록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책은 물리적으로 우리 곁에 남잖아요. SNS에 사진 올려서 기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 청미래

    류이치 사카모토가 2009년 쓴 회고록. 류이치 사카모토는 기본적으로 시원시원하게 사는 사람인 모양인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한다.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은 일본 음악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성장하는 과정인 동시에, 전쟁이 끝난 20세기 후반이라는 시대가 어떻게 부풀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이 나왔다 절판된 뒤 절묘하게도 고인의 부음 후에 다시 출간되었다.

  • 20세기 청춘

    구가인, 모로

    이제는 40대 초반이 된 1980년대 초반생의 시대 회고록. 기자인 저자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겪은 일들에 대해 소상히 적고 개인적 감상과 객관적 근거를 더했다. 이런 책의 특성상 사람들마다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내용이 전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생이라는 분류상 MZ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가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멋지고 훌륭한 커리어가 좋은 삶과 연결되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깨달음을 얻으려면 여러 가지 일을 겪어야 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CREDIT INFO

Editor 박찬용, 주현욱
Photography 강진규

2023년 05월호

MOST POPULAR

  • 1
    가구 보러 왔습니다
  • 2
    배우 송중기의 무수한 인생작 중 캐릭터 VS 본캐의 입장 차이
  • 3
    가자! 촌캉스
  • 4
    이민기, “제 나이에 맞게 역할을 해내는 배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5
    루이 비통 X 송중기

RELATED STORIES

  • LIFE

    가격대 별 '자토바이' 입문 가이드

    지금 가장 스타일리시한 교통수단.

  • LIFE

    연기 없는 저녁

    아이코스는 ‘IQOS Together X’ 이벤트를 통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그 이야기 속에는 꽤 진지하고 유쾌한 미래가 있었다.

  • LIFE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한국에서 만나는 미국식 중국의 맛.

  • LIFE

    가자! 촌캉스

    지금 이 계절, 촌캉스를 떠나야 할 때.

  • LIFE

    봄의 공기청정기

    미세먼지가 걱정스러운 계절이라 모아본 오늘날의 공기청정기 4종.

MORE FROM ARENA

  • FILM

    폭스바겐 x 아레나

  • LIFE

    고터의 미래

    공상과학 같은 버스터미널을 지으면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INTERVIEW

    탐험가 로버트 스완

    로버트 스완은 남극점과 북극점을 모두 정복한 최초의 인간이다. GPS도 통신 장비도 없던 35년 전 그는 썰매를 끌며 세상의 끝을 걸었다.

  • FASHION

    MASK BOYS

    정체 모를 가면 위로 형형하게 빛나는 주얼리.

  • LIFE

    살아 있는 노포

    깊이가 확실하게 남다른 요리를 내어주는 식당을 골라내려면 어떤 조건을 내걸어야 할까 . 재료? 자극의 정도? 음식 장르?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요리라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깊은 맛을 우려내는 노포 10곳을 꼽았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