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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밴

에릭&조안나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UpdatedOn Septembe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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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조안나

Eric&Joana @desfenetressurlemonde

에릭과 조안나는 건축가였다. 그들은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누구나 겪는 불행과 좌절이다. 둘은 오랜 시간 공부했고, 대행 업무를 병행하며 학교를 졸업했다. 일에만 매진한 삶이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살았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을 위해 일해야만 했고, 압박과 책임감이 뒤따랐다. 자신을 혹사시키는 삶이었다. 일상이 회의감에 젖어갈 때 그들은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침 그들은 직접 개조한 오래된 차량 몇 대를 갖고 있었다. 긴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꿈은 있었고, 그 일탈의 결말은 현실 복귀였다. 어쩌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더 적절한 시기가 오리라는 기대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원한 삶을 살 수 없으리라는 불안이 엄습했다. 결국 에릭과 조안나는 프랑스의 아파트를 떠났다. 가진 물건은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2015년 6월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캐나다에서 구입한 건 밴이었다. 밴은 에릭과 조안나를 모험으로 이끌었다. 밴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 그들에게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도로에 던져졌고, 마냥 달렸으며, 발견하고 만나고 살았다. 이후 로드 트립은 진정한 삶의 방식이 되었다.

폭스바겐 T3 웨스트팔리아 1984
에릭과 조안나는 직접 개조한 1978년형 폭스바겐 T2 콤비를 소유할 정도로 클래식카 팬이다. 그들은 미 대륙 횡단을 위해 폭스바겐 콤비를 원했다. 기계식 차량인 데다 크기가 작아 어디든 이동하기 좋고, 이상적인 웨스트팔리아 인테리어도 적용됐으니까. “콤비는 로드 트립의 전설적인 모델인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에릭이 말했다. 그들은 2015년 7월 1984년식 폭스바겐 T3 웨스트팔리아를 구입했다. 이름은 ‘포포’라고 지었다. 웨스트팔리아는 두 개의 더블베드가 제공된다. 하나는 바닥에, 다른 하나는 루프톱 텐트다. 주방에는 싱크대와 냉장고, 조리대도 있다. 수납장도 많고. 갑작스레 도로에 내던져진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포에게 더 큰 사랑을 주었다고 한다. “5년이 지난 지금 포포는 더욱 새로워졌어요. 자연과 모험은 그에게 제2의 청춘을 주었거든요.” 그들은 도로를 달리며 더 쉽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결정해왔다. 보조 배터리를 추가했고, 냉장고도 전력 효율 좋은 걸로 바꿨다. 도로 위에서 일하기 위해 어닝과 솔라 패널도 추가했다.

독립심
“밴 라이프에 중요한 건 독립심이에요.” 에릭은 내 차에 확신을 갖고,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니 대처할 줄 알아야 하니까. 밴은 내 라이프스타일과 여행, 능력, 필요성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포포는 그들보다 더 나이가 많은 오래된 차다. 그들은 차의 소음에 주의를 기울이며, 정비에 필요한 부품과 장치를 싣고 다닌다. 이외에도 샤워에 쓰는 워터 리저브 장치나, 전자제품 사용을 위한 전기 시스템, 주유소가 없는 지역을 여행할 때 필요한 가솔린 제리캔도 탑재했다. “많은 짐이 필요하진 않아요. 로드 트립의 핵심은 자율성이죠.”

진정한 자유
그들은 포포와 함께 16만5천 킬로미터를 달렸다. 캐나다와 미국 50개 주, 멕시코, 벨리즈와 과테말라까지 여행했다. 잊을 수 없는 만남과 경이로운 풍경의 연속이었다. 알래스카의 거친 풍광과는 사랑에 빠졌고, 미국 서부는 마음속에 평생 남을 예정이다. 다채로운 풍광의 유타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고, 멕시코의 풍경과 친절함은 언제나 놀랍다. “우린 벨리즈 정글에서 인디애나 존스 놀이와 과테말라 화산의 색감을 사랑해요.” 인생에서 정착하고 싶은 곳으로는 유타를 꼽았다. 거대한 풍광, 자연 속 보물은 셀 수 없이 많고, 국립공원도 다양하다.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경치와 다른 행성에 온 듯한 풍광도 인상적이다. “밴에서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짜 파라다이스가 펼쳐져요. 그것도 무료로요. 언제든 원하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진정한 자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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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나의 집
만일 노마딕 라이프를 한 단어로 규정한다면, 그건 자유일 것이다. “간소화된 삶,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해선 자유로워야 해요.” 에릭은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면 진정한 가치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밴 라이프를 시작한 후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게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험과 추억이면 충분하다. 행복은 캠프파이어와 아름다운 산을 하이킹하는 것이다. 도로 위의 삶은 매일 그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가치관도 달라져요. 삶과 자아를 재조명할 기회를 주죠. 세상이 달리 보일 거예요.” 그들은 밴 라이프가 인생에 대해 더 많은 생각, 감사, 이해를 하도록 해준다고 했다. 내 주변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타인과 행인에게는 개방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는 밴에서 생활하지만 달리 보면 자연과 함께 사는 거예요.” 여행 전에도 그들은 세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전 세계를 집으로 삼으니 세상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세계를 잘 보호해야 하며,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깨달았다.

세상은 여전히 밝고
에릭과 조안나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곳을 발견하고, 그들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여행한다. 믿을 수 없는 순간과 우연한 만남은 모두 모험의 일부다. 인상적인 사건은 모두 만남에서 비롯된다. 뉴멕시코 엘 말파이스에 도착했을 때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근처 맥도날드에 들렀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무언가를 주려고 했다. 몇 분 뒤 그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더니 매 날개를 건넸다. “당신들에게 행운을 줄 거예요. 그리고 당신, 아내, 캠퍼 밴을 보호해줄 겁니다.” 그 남자는 조안나에게 직접 제작한 목걸이도 선물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말투와 행동은 불쾌했기에 에릭은 꽤나 흥분한 상태였다. 남자가 사라진 뒤 주차장에서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남자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그는 우리에게 최선을 다했어요.” 에릭은 세상에는 여전히 밝은 면이 있음을 깨달았다.

여행은 살아가는 것
장시간 운전에 지치지 않았다. “사실 저희는 운전을 사랑해요. 사막과 숲을 건너고, 수십 킬로미터의 풍광이 우리를 뒤따르죠.” 때로는 지평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바람에 길을 잃기도 했다. 그들은 운전이 명상 같다고 말한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호기심과 목마름은 우리를 자극하죠.” 5년간 세상을 떠돈 그들이 정착하지 않는 것도 목마름 때문이었을까. 에릭은 여행이 세계, 다양한 문화, 또 다른 현실을 열어준다고 한다. 그는 구스타브 나도(Gustave Nadaud)의 문장을 인용했다. “머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며, 여행하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 에릭은 도로가 테라피라고 한다. 살아 있는 느낌을 주고, 밴으로 이동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들에게 포포는 어떤 의미일까. “발견을 위한 도구예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움직이는 집이라 할 수 있죠. 자유이기도 하고요.” 그들의 다음 행선지는 팬아메리칸 하이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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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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