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The Critique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당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온전히 당신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알고리즘이 당신과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UpdatedOn October 24, 2018

/upload/arena/article/201810/thumb/40213-337488-sample.jpg


일단 알고리즘이라는, 이 알고리즘스러운 단어는 대체 뭘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수학과 컴퓨터 과학, 언어학 분야 등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자동화된 추론이라는 뜻이다. 당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온전히 당신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클릭 가능성과 해당 콘텐츠에 오래 머무를 가능성, ‘좋아요’와 댓글과 공유가 많이 이루어질 가능성 등을 알아서 계산해 당신의 뉴스피드에 더 노출시켜준다. 그러니 당신이 아이폰을 열어 엄지손가락으로 쭉쭉 올렸다 내렸다 할 때마다 바뀌는 뉴스피드 배열은 당신의 머릿속을 읽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것이다.

당신이 페이스북의 주인이라고? 어림없는 소리다. 페이스북의 주인은 알고리즘과 마크 저커버그다. 페이스북에서 디지털 미디어들은 몇 년간 승승장구했다. 허프포스트와 버즈피드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을 앞지르는 트래픽을 기록했고, 오랫동안 기록을 지켰다. 한국 매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미디어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와 버즈피드 외에도, 또라이 같은 ‘곤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바이스, 정치 콘텐츠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시작한 폴리티코, 복스 등 많은 스타트업 디지털 미디어들이 조명을 받았다.

사람들은 드디어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떠들어댔다. 나 역시 그랬다. 프린트 매체를 그만두고 디지털 미디어로 옮긴 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경력 전환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당시 디지털 미디어를 시작한 사람들의 ‘자뻑’ 및 ‘타뻑’은 놀라운 경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2018년 6월 29일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변경한다고 엄포했다. 핵심은 이거다. 뉴스 사이트나 광고가 아니라 사용자의 친구나 가족이 올린 포스트를 더 많이 노출시키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초창기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시도다. 그러자 순식간에 페이스북을 통한 미디어들의 트래픽이 격렬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트래픽이 추락하자 수익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당신은 디지털 미디어를 운영한다. 디지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그러니 지면에 광고를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돈을 버는 방법은 2가지다. 페이지에 뜨는 배너 광고, 그리고 네이티브 애드다. 네이티브 애드는 일종의 맞춤 광고다. 기사와 같은 방식으로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핫했느냐면 한 5년 전에는 뉴욕 광고계 사람들이 “네이티브 애드가 뭔지 알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야 그나마 좀 힙한 사람으로 취급받았을 정도다(이건 허프포스트US 비즈니스팀의 이야기인 데다 광고회사 사람들이 새로운 상품 앞에서 좀 거들먹거리는 경향도 있으니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바뀌고 트래픽이 추락하자 당연히 배너 광고와 네이티브 애드의 수익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장으로 이동하자마자 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고비 사막의 탈진한 여행자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다.

디지털 시장은 여전히 무시무시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무엇을 향해 성장을 지속하는 건지 비전을 갖고 있는 회사나 사람은 드물다. 물론이다. 확실히 프린트는 넘어지고 있다. 프린트 매거진의 판매와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건 어쩔 도리 없는 일이다. 다만, 아직 프린트 매체에서 일하는 분들이 홀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년을 기점으로 프린트뿐만 아니라 디지털도 넘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화와 밀레니얼 독자들의 유튜브 퍼스트 현상 탓이다.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 디지털 시장에서 지금 당장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해결책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현상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다. 허프포스트 CEO 제러드는 올해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몸을 낮추고 살아남을 때”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모두가 말한다. 언젠가는 페이스북 알고리즘도 변할 것이라고. 혹은,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공신력 부족한 미디어들을 제거하려는 몸짓이므로 결국 좋은 미디어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혹은 이제 페이스북으로 돈을 버는 건 끝났으니 유튜브로 어서 빨리 옮기라고. 디지털 미디어들은 떨어지는 트래픽 방어를 위해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들을 간절히 찾아 헤매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스냅챗, 플립보드, 혹은 기존의 포털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페이스북에 덜 기대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마땅한 정답은 없다. 페이스북은 이미 전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이자 포털이자 미디어 그 자체가 됐다. 그걸 능가하는 플랫폼은 당분간 나오기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 전성기가 페이스북 전성기만큼 오래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대체 누가 할 수 있는 걸까?

시장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강연을 통해서 이리 가고 저리 가고 요리 보고 조리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라는 대로 ‘호이!’를 외쳐봐야 마술처럼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페이스북을 만든 이유는 사람이 더 가까이 연결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그 문장 뒤에 “그 사람들을 조종하는 우리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회사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단락이 삭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회사’라는 단어에는 나의, 당신의, 우리의 미디어는 포함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김도훈(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ILLUSTRATOR HeyHoney

2018년 10월호

MOST POPULAR

  • 1
    꽃구경도 식후경
  • 2
    ‘다다익선’을 둘러싼 질문은 다다익선
  • 3
    Keep Calm and Carry On
  • 4
    송중기가 짊어진 것
  • 5
    가자! 촌캉스

RELATED STORIES

  • LIFE

    ‘다다익선’을 둘러싼 질문은 다다익선

    2022년 9월 15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이 복원 작업을 끝내고 재가동되었다. 1년 조금 넘은 2023년 12월 말 ‘다다익선’의 보존 복원 백서가 나왔다. ‘다다익선’의 복원에 대한 각계의 정의부터 세세한 복원 과정까지 망라한 두꺼운 책이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인류가 처음 접한 새로운 문제에 대한 고민의 기록이다. 그 문제의 이름은 ‘전자기기 기반 뉴미디어 예술 작품의 복원’. CRT 기반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진 뉴미디어는 어떻게 복원되어야 할까? 이런 복원의 정의는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치열한 고민과 시도의 결과물이다. 복원만큼 책도 의미 있겠다 싶은 마음에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학예사를 만났다.

  • LIFE

    등산 후 가기 좋은 몸보신 맛집 4

    등산은 먹기 위해 하는 준비 운동 아닌가요?

  • LIFE

    미하엘 슈마허는 무엇이 특별했는가

    F1의 황제로 군림했던 미하엘 슈마허. 올해는 그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20년째 되는 해다. 여전히 그를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로 기억하는 이들을 찾아가 슈마허가 쌓아 올린 금자탑을 되돌아봤다.

  • LIFE

    가정의 달을 함께할 5월의 페스티벌 4

    힙합, 뮤지컬, 테크노, 재즈까지.

  • LIFE

    Destination 2024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여행은 코로나19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4년 한국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걸까. 여행업계 맨 앞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힌트와 의견을 들려주었다.

MORE FROM ARENA

  • LIFE

    동네 사진관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다면.

  • FASHION

    SHEER FABRIC

    유난스러울 만큼 자유와 낭만이 풍요롭게 넘쳐흐르는 2020 S/S 시즌의 트렌드 키워드.

  • FASHION

    Warm&Cozy

    따뜻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것엔 목도리만 한 것도 없다.

  • LIFE

    골목 점심

    내 점심을 책임질 골목길 네 곳.

  • LIFE

    FUTURE - chapter1. GAMIFICATION

    미래는 언어로 다가온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 등 낯선 용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입에는 익지 않은 개념들이지만 의미와 기능을 들여다보면 익숙한 것들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전, 10년 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 막연히 그렸던 공상과학 세상의 개념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상상은 실체가 되며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 미래 개념으로 알려진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를 다각도로 다룬다. 미래 개념을 경험한 이들의 기대와, 미래 개념이 낯선 이들이 느낀 공포를 담았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