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ECO

지구를 지키는 텀블러

UpdatedOn October 15, 2018

/upload/arena/article/201810/thumb/40075-335129-sample.jpg

 

Eco Interview
보틀팩토리
이현철 대표

창 한가득 햇살이 들어오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한가로워 보인다. 평범한 카페 풍경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비범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모두 각자의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마시고 있는 것이다.

2016년쯤, 보틀팩토리의 이현철 대표는 정다운 대표와 함께 이곳의 전신 격인 보틀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각자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오전 시간대에만 재미있는 걸 해보자는 취지로 오픈을 했어요. 카페에서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테이크아웃 역시 보증금을 받고 병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했지요.”

2016년경 4개월 남짓, 짧게 문을 열었던 보틀카페에서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올해 5월, 이현철 대표는 정식으로 보틀팩토리를 열었다.

“보틀카페를 4개월간 팝업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들어온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보완하려고 노력했어요. 텀블러를 가지고 온 사람이 세척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다양한 브러시를 구비해 스테인리스 빨대 세척도 쉽게 만들고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려면 ‘세척’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수이기에 원래는 세척소 위주의 공간을 구상했지만, 지속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카페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사실은 ‘동네 병 세척소’가 되는 것이 보틀팩토리의 목표라고.

이곳에선 나에게 맞는 텀블러를 샘플처럼 사용해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보틀팩토리의 두 대표는 얼마 전 ‘유어 보틀 위크(Your Bottle Week)’를 진행했다. 상수의 무대륙과 이리카페, 연남의 라운지와 커피 감각, 합정의 대루커피, 연희의 롯지 등 카페 7곳과 함께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페스티벌에 앞서 일단 텀블러 기부를 받았다.5백 개 정도를 지원받아 스티커를 붙이고 리폼 및 살균 세척해서 ‘유어 보틀 위크’ 페스티벌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대여해줬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테이크아웃하고 반납은 7개의 카페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텀블러 세척소도 설치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특히 스테인리스 세척에 적합한 발포 세정제를 비치해 힘들이지 않아도 손쉽게 세척할 수 있는 ‘꿀팁’도 선사했다.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를 상영하고, 커피 수업과 워크숍, 에코하우스 북 토크를 진행했다.

“텀블러를 빌려가는 분들에게 보틀 모양 쿠키를 선물로 드리고 있어요. 계몽적인 캠페인이지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카페들에게 우리처럼 운영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떠올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야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하지만, 이런 수고를 덜고도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규모 세척소, 깨지지 않는 컵을 배달하고 수거하는 것들이 우리의 힘만으로는 어렵거든요. 다양한 페스티벌과 캠페인, 프로젝트를 통해 힘을 모으고 싶습니다.”

보틀팩토리가 제안하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생활 방식에 공감한다면, 지금 집에 굴러다니는 텀블러를 기부할 때다.

시리즈 기사

시리즈 기사

 

슬기로운 에코 생활
없어도 좋아

에너지를 모으는 집
에너지가 줄어드는 공간
친환경 드라이빙
친환경적인 행동을 디자인하다
쓰고 쓰고 쓰는 디자이너
가능한 생활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오태진

2018년 10월호

MOST POPULAR

  • 1
    Destination 2024
  • 2
    루이 비통 X 송중기
  • 3
    해방으로부터
  • 4
    디펜더가 가는 길
  • 5
    클래식의 정수, 미니멀한 디자인의 수동 면도기 4

RELATED STORIES

  • INTERVIEW

    남자, 서른을 말하다

    남성복 브랜드 올젠이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30년간 지켜온 오리지널리티와 가치에 대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정신과 전문의 양재웅 원장이 말하는 ‘우리의 서른’에 대한 이야기.

  • INTERVIEW

    송중기가 짊어진 것

    송중기는 배우가 대단한 직업이 아니고 관객의 두 시간을 위한 땔감 정도라고 했다. 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송중기와 나눈 이야기.

  • INTERVIEW

    해방으로부터

    11년 전 작품 속에서 해방을 외쳤던 이민기는 이제 알고 있다. 해방은 없음을. 그보다 중요한 건 평범하게 제 몫을 해내는 것임을.

  • INTERVIEW

    엄청나게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국내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을 만났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주먹의 크기보다 주먹을 휘두르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INTERVIEW

    지창욱, 우아함과 역동적인 모습이 담긴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스위스 워치 메이커 라도와 글로벌 앰배서더 지창욱이 함께한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LIFE

    여전히 용산으로

    여전히 용산구를 찾게 되는 이유는, 다채로움을 품은 4곳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 FASHION

    Autumn Prologue

    본격적인 가을의 첫 악장. 김지석과 로가디스가 만들어낸 절묘한 하모니.

  • REPORTS

    궁극의 러닝화

    뛰기 좋은 봄이다. 러닝 시즌을 맞아 레이스를 준비한다면, 푸마 이그나이트 얼티메이트를 기억해두자!

  • AGENDA

    멀다, 그러나 가깝다

    가까이에 있었던, 그러나 우리가 지나쳐온 대상들.

  • INTERVIEW

    레드벨벳 예리 'PSYCHE' 미리보기

    레드벨벳 예리의 미스터리하고 로맨틱한 패션 화보가 공개됐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