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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놀란

아무도 논란이라 하지 않을 테다. 하지만 분명 놀란은 <덩케르크>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UpdatedOn August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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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해안에서 구출을 기다리는 연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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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하디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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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스타일스의 연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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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언 머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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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신작을 내놨다. 프로이트에 기반한 꿈, 욕망, 무의식(〈메멘토〉 〈인썸니아〉 〈인셉션〉)을 소재로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상대성 이론(<인터스텔라>)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도 않는다. 그간 각본가로 늘 함께한 동생 조너선 놀란마저 부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를 소재로 전쟁 영화를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논란은 시작된다.

〈덩케르크〉의 첫 번째 논란은 ‘이것은 전쟁 영화가 아니다’라는 홍보 문구에서부터 발화된다. 그렇게 말하지만, 당연히 우리는 이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씬 레드 라인〉에서부터 근래 〈핵소 고지〉에 이르는 통상적 전쟁 장르로 기대했다. 놀란 감독은 이를 통쾌하게 두드려 부순다. 단지 살아서 집으로 가고픈, 또 그들을 데려오고자 하는 국민과 국가의 전투를 다루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중 독일군의 독일어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작품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굳이 전범 국가의 시선을 담보하지 않는다. 〈덩케르크〉는 그 첫 번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놀란의 두 번째 논란은 106분 러닝타임의 영화 시간을 분절하는 영리함에서 발생한다. 관객은 영화 시작과 함께 ‘땅 위에서 일주일’ ‘물 위에서 하루’ ‘하늘에서 한 시간’이라는 친절한 놀란의 텍스트를 보게 된다. 영화는 대단히 설명적으로 일주일, 하루, 한 시간의 내러티브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시간이 뒤섞여버린다. 10,080분 동안 땅 위에서 발생한 일, 1,440분 동안 물 위에서 일어난 일, 60분 동안 하늘 위에서 벌어진 일이 106분 속에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시간의 상대성을 전쟁 영화의 탈을 쓴 〈덩케르크〉 속에 펼쳐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한스 짐머가 담당한 영화음악은 이 가설을 더욱 뒷받침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째깍, 째깍’거리는 스톱워치 사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 논란은 놀란의 “관객을 덩케르크 해안에 직접 데려다놓는 것”이라는 경험의 제공에서 생겨난다. 이를 위해 감독은 디지털 효과와 CGI 작업을 최소화했다. 이 말인 즉 대단히 고전적인 영화 제작 방식으로 수천 명의 인원을 현장에 데려다놓고, 1940년의 시점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는 아이맥스, 65mm 필름 카메라를 재현 방식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 영화의 포맷 방식에서 논란은 크게 일어난다. 즉, 아이맥스 상영관이 아닌 일반 스크린에서는 놀란이 의도한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진화한 영화 관람 체계를 철저히 부셔버린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결과론적으로 관객은 감독이 만들어낸 원본을 감상하기 위해선 아이맥스 상영 시설을 갖춘 상영관에서 꼭 봐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본에 담긴 거대한 이미지가 일반 스크린의 비율에 따라 모두 잘려나간 반쪽짜리 영화를 〈덩케르크〉로 오인하고, 오판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렇게 크리스토퍼 놀란의 문제작 〈덩케르크〉를 논란의 여지로 풀어내니, 영화가 아주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 역시 오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는 대단히 친절한 영화이며, 심지어 그가 지금껏 우리에게 잘 전달하지 않았던 감동이라는 감성적 접근까지 허용하는 작품이다. 케네스 브래너의 리더십, 톰 하디의 영웅주의, 해리 스타일스의 이기심, 킬리언 머피의 트라우마, 마크 라이런스의 애국심 등을 스펙터클한 전투 이미지와 함께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덩케르크〉는 〈인셉션〉처럼 허황되지도, 〈인터스텔라〉처럼 학구적이지도 않다. 그간 놀란 감독이 스스로 학습한 필름 메이킹의 총체적 합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참, 이참에 레슬리 노먼 감독의 1958년작 〈덩케르크 디 오리지널〉을 찾아봐야겠다. 그럼 놀란의 논란이 가중될 듯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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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주영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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