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REPORTS MORE+

펑정지에를 초대한 사나이

10년 전, 박철희는 베이징에 ‘갤러리 문’이란 화랑을 열었다. 그동안 중국 현대 미술가들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박철희는 그 성장을 제주도로 잇고 있다.

UpdatedOn December 03, 2013

펑정지에가 제주도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에 작업실을 지었다.
찰스 사치(컬렉터)가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접촉한 작가가 펑정지에였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 12월 17일까지 펑정지에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때문에 펑정지에에 대해 한국 언론이 새삼 관심을 갖지만,
작업실을 지었다는 것이 상기하는 바가 더 크지 않나?

그렇다. 굉장히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있었다.

엉뚱한 방향?
펑정지에가 투자 이민을 왔다는 내용이었다.

헉.
내 꿈은 펑정지에 같은 좋은 해외 작가들이 제주도로 와서, 우리가 굳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안 가도 될 만큼, 제주도가 국제적인 미술 시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 사업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가와 MOU를 맺고 예술 특구를 조성하고 있다.

펑정지에는 본인 돈으로 땅 사고 작업실을 지은 건가?
자기 돈으로 땅 사고 건물을 지었다. 건축가 강철희 교수가 설계했다.

박서보 선생 작업실이 길 건너편이던데 박서보 선생도 본인 돈으로 지은 건가?
그렇다. 설계도 직접 하셨다고 들었다.

어떻게 모이게 된 거지?
2006년에 박서보 선생이 당시 제주현대미술관 김창훈 관장과 베이징에 있는 내 갤러리에 왔다. 두 분이 중국의 예술 특구를 여러 곳 둘러보고, 제주도도 그렇게 만들 거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내가 펑정지에를 비롯해 다른 중국 예술가, 미술계 인사를 데리고 제주도에 자주 왔다 갔다. 다들 좋아했다. 중국 작가들은 홍콩에 갈 때도 비자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일주일 비자다. 근데 제주도는 비행기 티켓만 끊으면 갈 수 있다. 시간도 두 시간밖에 안 걸린다. 내가 중국 예술가들에게 제주도에 작업실을 짓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계속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중국 작가가 몇몇 더 들어올 거다.

시장의 측면에서 미술을 볼 때 한국은 시장이 없다.
한국 미술 시장의 패권이 다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도 설 자리가 없다. 잘못하면 경매에서 필리핀 작가들에게도 밀리게 생겼다.

때마다 크리스티 경매 결과를 보면 중국 작가들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2004년도인가 2005년도인가 매체랑 인터뷰할 때마다 내가 그랬다.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그때 한국의 컬렉터들이 나한테 중국 미술은 거품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시장이 엄청 성장했다. 한국은 좀 느리다. 그러는 사이 좋은 작품을 상당히 놓쳤다.
중국은 왜 그렇게 잘되지?
단결하기 때문이다. 화랑, 컬렉터, 큐레이터, 작가가 같이 움직인다.

중국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 작가는 없나?
이길우. 인두와 향불로 구멍을 내서 그림을 그린다. 전통도 알고 미래도 안다.

중국‘통’
박철희는 중국에서 갤러리를 열기 전부터 펑정지에, 쩡판즈, 우에민준 같은 작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한국에서 서예를 전공했고, 중국에서 서예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 온 미술학도가 서예를 한다고 하니 중국 작가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중국은 서예를 하는 사람에게 아직도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펑정지에는 박철희의 제안으로 제주도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에 스튜디오를 지은 첫 번째 외국 작가다.

photography: 이상엽, 조성재
editor: 이우성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Photography 이상엽, 조성재
Editor 이우성

2013년 12월호

MOST POPULAR

  • 1
    봄의 공기청정기
  • 2
    Under the Moonlight
  • 3
    라도, 지창욱 2024 새로운 캠페인 영상 및 화보 공개
  • 4
    연기 없는 저녁
  • 5
    해방으로부터

RELATED STORIES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2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1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이란, 세 소녀

    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20대 여성이다. 세상은 혼란할지라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란의 10대, 20대 여성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혁명 속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 ISSUE

    보이지 않는 공로

    영화 한 편엔 수없이 많은 제작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지만 관객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제작자들의 공로를 ‘제12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가 기린다.

  • ISSUE

    2022 Weekly Issue #2

    돌아보면 2022년 대한민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미크론 확산부터 대선 이슈, 전쟁과 경제 이슈 등 매일이 격동의 나날이었다. 우리는 주 단위로 2022년을 돌아본다. 2022년 1월 첫째 주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 우리의 눈과 귀를 번뜩이게 한 국내외 이슈들을 짚는다.

MORE FROM ARENA

  • FASHION

    CHUNKY SANDAL

    투박한 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그대로 멋진 요즘 샌들.

  • INTERVIEW

    <아레나> 4월호 스페셜 에디션 커버를 장식한 세븐틴 조슈아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조슈아의 <아레나> 4월호 스페셜 에디션 미리보기

  • ISSUE

    황대헌 선수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한 치킨 먹방 갑니다

  • LIFE

    룸으로 모십니다

    4명 이상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용히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룸’이 있는 곳이라면 어떨까? 맛은 보장하는 곳이니 동네와 특징별로 골라볼 것.

  • LIFE

    게이머는 정치적이면 안 되나?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