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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돌뱅이’의 전국 맛 기행 1

보소! 여 가봤능교? 부산의 ‘통큰’ 맛

유명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건만 그 거리에는 이 집 저 집 모두 자기네가 ‘원조’라며 아우성이고, 방송과 잡지에 소개됐다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건만 동네 식당보다 맛이 못하거나 불친절하다. ‘참맛’이란 음식이 입을 통해 들어와 마음으로 기억되는 법. 14년 차 여행·맛집 전문 리포터 ‘맛돌뱅이’ 박범수씨와 맛집 연재 기사를 시작하는 이유다.

On October 14, 2013

“맛집 전문 리포터로 취재를 다니면서 부산에는 매년 6~7번쯤 오는 것 같아요. 올 때마다 느끼는 건 부산 음식은 모든 것이 짭짤하고 화끈하다는 거예요. ‘기믄 기고 아니믄 아닌 기라’라는 부산 말처럼, 특유의 지역색이 드러나는 거죠. 시장통에서 가볍게 먹는 국수나 튀김 속에도 깊고 진하면서 짭짤한 맛이 살아 있어요. 그게 바로 돌아서면 그리운, 부산의 맛인 것 같아요.”

맛돌뱅이 박범수는…
잘나가던 대기업 ‘건설맨’이 2000년 돌연 코미디 TV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했다. 이후 KBS <세상의 아침> <행복채널> <6시 내 고향> <색다른 TV>, MBC <토요일엔 떠나볼까> <활력충전 36.5> <생방송 오늘 아침> <그 섬에 가고 싶다>등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서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하는 리포터로 활약했다. 장돌뱅이처럼 짚신을 신고 ‘맛’을 찾아 돌아다닌다 하여 ‘맛돌뱅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박범수씨는 현재 맛집 리포터로는 물론 MC, 가수,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역시 다이내믹 부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식도락 여행지로 가장 먼저 부산을 떠올릴 것이다. 부산은 바다와 강, 산을 끼고 있어 생선, 채소 등 식재료가 다양하고 ‘입맛 유전자’가 유독 잘 전해 내려오는 곳이라 ‘몇 대째’라는 간판을 건 명물 음식점도 많아서다. 부산을 찾는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가 먹는 음식들이 있다. 해운대 앞에서 먹는 ‘대구탕’ 한 그릇은 속 시원한 맛을 선사하고, 가야동의 ‘가야밀면’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며, 자갈치시장의 ‘꼼장어(먹장어)’는 야생의 맛을 일깨워준다. 남포동의 ‘완당’은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 맛이 일품이고, 서면의 ‘돼지국밥’은 ‘정구지(부추)’를 팍팍 넣어 칼칼하며, 족발 골목의 ‘냉채족발’은 부산 사람들이 다 먹어서 서울에 올라올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 맛이 기막히다. 여기까지가 부산에 가면 누구나 먹는다는 미식 기행 초급반이라면, 이번 부산 여행은 부산 토박이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집, 그 음식을 소개한다. 맛돌뱅이 박범수씨가 14년 동안 맛집 취재를 다니면서 찾은 부산의 ‘숨은 진주’라고나 할까.
부산에서의 첫걸음은 해운대, 자갈치시장, 달맞이고개, 광안리도 아닌 기장군에서 시작되었다. ‘앙장구밥’이라고 들어는 봤는지? 해녀가 매일 아침 캐온 성게를 밥에 비벼 먹는 것인데 그 맛이 신묘하기까지 하다. 부산을 조금 낭만적으로 즐기기 위해 그다음 코스인 동래의 맛집으로 갈 때는 바다와 산 위로 달이 뜨는 풍경이 근사해서 ‘문텐로드’라는 별명이 붙은 달맞이고개를 지났다. 달맞이고개에는 해운대를 바라보는 갤러리와 커피숍이 많은데, 대부분 유럽식 주택 구조라 그 풍경만으로도 근사하다. 차로 1시간 걸려 도착한 동래의 명물, ‘해물파전’을 맛보기 위해서는 ‘진짜 원조 집’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사전에 원조 집의 위치를 파악하고 갔는데도 다른 집에 들어갔을 정도로 헷갈린다. 4대째 명맥을 이어온 진짜 원조 집은 동래구청 옆 동래파전 골목 입구에서 첫 번째 골목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솥뚜껑 모양의 무쇠 팬에 구워 나오는 해물파전의 바삭바삭한 식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당에 있는 4백 년 된 팽나무도 볼거리다. 부산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다는 부평시장의 4대 명물도 찾아 나섰다. 수수부꾸미, 부산어묵, 유부주머니, 팥죽이 그것. 복잡한 시장통을 뚫고 들어가야 먹을 수 있지만 부산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인심 좋게 ‘한 국자 더’ ‘두 개 더’ 달라는 흥정이 가능하니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산 여행의 절정은 여름이라지만 봄의 부산에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부산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건 교통 체증뿐이라고 할 정도로 음식은 맛있고 사람들은 친절하다.

1 70년 전통의 부산 ‘동래파전’은 인심 가득 담은 두툼하고 푸짐한 양에 마음까지 배부르게 한다.
2 해산물이 풍성한 부산에 가면 바다의 맛을 압축한 ‘부산 어묵’을 꼭 먹어봐야 한다. 수제로 만들어 모양이 예쁘진 않지만 맛으로 승부하는 부산의 명물이다.
3 바다와 산 위로 달이 뜨는 달맞이고개는 바람이 세서 부산에서 가장 늦게 봄이 온다는데, 어느 덧 벚꽃이 활짝 피었다.
4 자갈치시장에 가면 그날 갓 잡은 싱싱한 바다 식재료를 만날 수 있다. 시장을 마주보고 줄지어 선 횟집이나 해물탕집에서 바로 맛볼 수 있다.

해녀가 잡아 올린 성게알의 맛, 미청식당의 앙장구밥
첫 번째 부산 맛집이 있는 기장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들은 건 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던 해녀가 부산에도 있다는 제보다. 바다에서 건진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라면 해녀라는 단어만 들어도 배가 고파질 것이다. 기장 바닷가에는 해녀의 난전이 있는데 천막 아래에서 해녀가 갓 잡아 올린 소라, 성게, 해삼, 전복, 산낙지 등을 바로 먹을 수 있다. 날것을 따뜻한 밥에 비벼 먹는 맛은 어떨까? 기장 일광해수욕장 안쪽으로 즐비한 횟집 사이에서 꿋꿋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미청식당’에 꼭 가보길 권한다. 이곳은 매일 아침 해녀들이 캐온 일반 성게알과 말똥성게알을 참기름과 함께 따뜻한 밥에 비벼 먹는 ‘앙장구밥’으로 유명하다. ‘앙장구’는 성게를 일컫는 부산 사투리로 산란기인 5~6월에 가장 맛이 좋다.
우리가 흔히 먹는 성게알비빔밥은 노란 빛깔의 일반 성게만 넣은 건데, 미청식당의 앙장구밥의 핵심은 바로 말똥성게알. 일반 성게알과 함께 진한 주홍빛의 말똥성게알을 넣어 깊고 진한 바다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말똥성게알은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싸고, 하루 넘게 보관하면 특유의 깊고 진한 바다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쉽게 맛볼 수 없다. 한데 미청식당에서는 매일 아침 해녀가 잡아 올린 성게알을 내기에 진짜 말똥성게알을 맛볼 수 있는 것. ‘기장’ 하면 떠오르는 미역과 멸치로 만든 맛깔스러운 밑반찬도 푸짐하게 차려진다. 미역과 멸치, 앙장구의 조합은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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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_앙장구밥 1만5천원, 가자미찌개 1만원
위치_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 28-1
문의_051-721-7050

“5년 전 KBS <세상의 아침>에서 맛집 리포터로 활동할 때 처음 온 맛집이에요. 사실 앙장구밥을 맛보기 전에는 성게알을 ‘날것’으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하며 왔어요. 하지만 웬걸, 걱정하던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함, 짭짤함, 바다 냄새의 복합적인 맛과 향에 눈이 번쩍 뜨였어요. 그 옛날, ‘입안의 신세계’를 만났던 엄마표 ‘마가린비빔밥’을 먹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임금님 수랏상에 오른 장터 음식, 동래할매파전의 동래파전
부산 고유의 색이 짙게 밴 음식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서민적이면서 역사가 오래된 ‘동래파전’이 제일이더란다. 동래파전은 조선시대에 동래부사가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유래가 전해 내려온다. 기록된 자료는 없지만 동래 금정산 인근에서 나는 파가 진상품이었고 예부터 부사가 사는 곳은 어디든지 음식 솜씨가 좋았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부침개는 어느 집에서든 손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인데, 동래파전이 유독 유명해진 건 조선조 말 삼월삼짇날을 전후해 동래 장터에 해물파전이 점심 요깃감으로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동래의 파와 앞바다의 싱싱한 해물이 어우러져 깊고 구수한 맛을 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해방 전에는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역사가 있다 보니 동래에 가면 파전집이 눈에 많이 띈다. 그중 원조 집은 동래구청 옆 골목길에 자리한 ‘동래할매파전’ 1930년부터 4대째 이어온 파전집으로 조선 쪽파를 수북하게 놓고 싱싱한 해물을 종류대로 듬뿍 얹어 두툼하게 부쳐 내는 파전이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쪽파는 삼짇날을 전후로 한창 물이 오르기 때문에 파전 역시 봄철에 가장 맛이 좋다.
동래파전의 특징을 들라면 다시마와 멸치로 낸 맛국물에 쫄깃하라고 찹쌀가루를, 바삭바삭하라고 멥쌀가루를, 칼칼하라고 고춧가루를 함께 넣고 반죽한다는 점이다. 번철(솥뚜껑처럼 생긴 무쇠 그릇)에 기름을 두르고 지질 때는 반죽과 해물만 익을 정도로 60%가량 익혀야 파가 달고 아삭아삭하다. 그런 후 달걀을 그 위에 입히고 뚜껑을 닫아 마무리한다. 곁들이는 양념으로 간장 대신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것도 짭조름한 맛을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만의 별미일 것이다. 맛도 맛이지만 동래파전은 하나만 시켜도 둘이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로 두툼하고 큰 것이 특징. 여기에 이 집에서 직접 담근 동동주를 한 잔 곁들이면 이것이 바로 입안의 호사라고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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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_동래파전 大 4만원, 中 3만원
위치_부산시 동래구 복천동 367-2
문의_051-552-0792

“5년 전 촬영차 처음 온 뒤 개인적으로 서너 번 더 찾아왔어요. 한번은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걸려 왔는데, 오자마자 파전집에 가자고 하니 여기까지 와서 무슨 파전을 먹느냐고 하시더라고요. 막상 맛보신 뒤에는 푸짐한 해물과 아삭한 파의 조합이 으뜸이라며 먹지 않고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면서 웃으셨어요.”

부평시장의 4대 명물
부산 어묵·유부보따리·팥죽·수수부꾸미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 맛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시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 지역의 진정한 맛은 시장에 숨어 있는 법이라나. 부산에는 다양한 먹자골목이 있지만 부산 특유의 전통 간식을 맛보려면 부평시장에 가야 한다. 현금 대신 깡통을 주고 물건을 교환했다고 하여 ‘깡통시장’이라고 불리는 부평시장은 특이한 수입 물품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평시장 골목길에는 어묵 거리, 팥죽 거리, 유부보따리 골목, 수수부꾸미촌 등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1만원이면 어묵부터 유부보따리, 팥죽, 수수부꾸미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수제 부산 어묵, 보돌어묵
국이며 반찬, 간식 등을 만들 수 있는 부산 대표 먹거리 어묵. 부평시장 안에는 어묵 골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부산에서 유명한 어묵집들이 다 모여 있다. 채소 어묵은 물론 매콤한 고추 맛 어묵, 해산물이 들어간 톳 쟁반 어묵, 땡초 어묵, 새우 어묵 등 그야말로 어묵이란 어묵은 다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투에 어묵을 가득 담아 주는데 말만 잘하면 서너 개는 덤으로 따라온다. 어묵 골목에 있는 가게 중 ‘보돌어묵’은 어육을 튀기지 않고 살짝 쪄서 팔기 때문에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 살아 있기로 입소문 나 있다. 인터넷 주문(www.bodolbodol.co.kr)도 가능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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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_어묵 5개 2천원
위치_부산시 중구 부평동 2가 14-3

후루룩 넘기는 유부보따리전골
잡채를 유부 속에 넣어 대파로 묶은 유부보따리는 부평시장의 명물이다. 두툼한 유부보따리 2개에 부산어묵 국물을 부으면 한 그릇이 완성되는데 이렇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초가 채 되지 않는다. 유부 속의 굵은 잡채 덕분인지 유부전골 한 그릇이 무척이나 푸짐하게 보인다. 심지어 여기에 부산어묵을 덤으로 주니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가기에 좋다. 몇 그릇인지 주문하면 그릇 수를 맞춰 쟁반에 올려 주는데, 직접 가져다가 먹으면 된다. 유부보따리를 한입 배어 물면 입안에서 유부가 호로록호로록 기분 좋게 넘어간다. 유부보따리도 따로 인터넷 주문(www.yubu.co.kr)을 할 수 있으니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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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_유부보따리전골 3천원
위치_부산시 중구 부평동 1가 15-20

할머니가 끓여주는 팥죽
부평시장의 중심 골목에는 ‘아지매’ 여럿이 팥죽을 쑤고 있는 노점 풍경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40여 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발 할머니의 팥죽은 여러 블로그에 소개됐을 정도로 맛도, 인심도 끝내준다. 100% 국내산 팥을 정성스럽게 삶고 조려 붉고 탱탱한 팥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 있다. 제법 큰 팥 알갱이 덕인지 군더더기 없이 딱 담백한,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정직한 맛이 무척 매력적이다. 매일 아침 팥을 두 번 삶는데 첫 번째 끓인 물을 빼고 껍질이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익힌다고 하니, 그 정성이 그대로 특유의 담백한 맛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죽 위에 올려주는 인절미도 무척 차지다. 수신자 택배비 부담 조건으로 전화 주문(051-244-2657)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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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_팥죽 한 그릇 3천원
위치_부산시 중구 부평동 2가 20-5

군더더기 없는 수수부꾸미
부평시장 골목 사거리 한편에 있는 한 평 남짓한 노점 앞에는 연일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냥 지나가다가도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에 발길이 멈춰진다. 이곳은 100% 국내산 수수가루로 납작하게 빚은 전병에 팥소를 넣은 수수부꾸미를 파는 곳. 인위적인 첨가물 없이 담백한 맛이 수수부꾸미의 매력이며, 노란 만두를 연상케 하는 흰팥 소를 넣은 좁쌀부꾸미도 별미다. 색이 예뻐서 한데 모아 팩에 담으면 이만큼 고급스러운 간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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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_수수부꾸미 1개 7백원, 3개 2천원
위치_부산시 중구 부평동 1가 28-5

CREDIT INFO

기획
김은혜
사진
김연지
일러스트
김일영
2013년 05월호

2013년 05월호

기획
김은혜
사진
김연지
일러스트
김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