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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면

On November 24, 2017 0

술맛을 음미하는 궁극의 방법. 아마도 음악이 아닐까.


부쉬밀 10년 싱글 몰트

Khruanbin 〈The Universe Smiles Upon You〉 중 ‘White Gloves’

부쉬밀의 양조장은 아일랜드의 북동부, 앤트림 카운티 해안가에 있다. 여전히 가스등을 밝히기에 ‘가스 바’라 불리는 바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고즈넉한 지역이다. 4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위스키 브랜드 부쉬밀은 단 10대의 포트 스틸에서 한정 생산하는 스몰 배치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며, 아이리시 위스키 중 유일하게 수작업으로 3번 증류한다. 최소 10년 이상 버번 배럴통에서 숙성한 부쉬밀 10년에선 조금 다른 속도로 빚은 술만의 정서가 느껴진다. 크루앙빈의 ‘White Gloves’를 골라 튼다. 크루앙빈은 텍사스에 기반을 둔 밴드이면서도 비행기라는 뜻의 태국어 ‘크루앙빈’을 밴드 이름으로 쓰고, 마구간에서 곡 만들기를 좋아하는 괴짜다. 빗소리, 선명하고 담백한 기타 소리로 시작되는 이 곡은 무척 단조롭지만, 사이키델릭한 서프 뮤직, 딥한 펑크 사운드, 솔과 디스코를 동시에 연상시킨다. 부쉬밀 10년 싱글 몰트를 얼음도 없이, 널따란 크리스털 잔에 조금 따라 한 모금 마신다. 달콤한 향이 하얗게 밀려왔다 사라진다.

수작업한 우드 캐비닛으로 만든 스피커 ‘Orb’. 벽에 걸어 사용할 수도 있다. 티볼리 오디오 제품.



돔 페리뇽 P2 2000 +

Max Richter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 중 ‘Spring 2’

웅장한 활기와 아삭아삭함, 더욱 깊이 있는 밀도를 지닌 돔 페리뇽. 돔 페리뇽의 원형은 그대로 간직한 채 오래 공들여 진화시켰다. 모든 돔 페리뇽의 앙금 숙성 기간은 최소 7년이다. 돔 페리뇽 P2 2000은 그에 더해 9년의 추가 숙성 기간을 거쳤다. 그리하여 16년 동안, 샴페인 숙성 중 도달하게 되는 절정기를 2번 맞이한다. 돔 페리뇽 P2 2000에는 강하고 선명한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여기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낸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를 튼다. 막스 리히터가 재해석한 비발디의 〈사계〉.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을 거라 여겼던 〈사계〉가 강렬하고 대담하게 파고든다. 막스 리히터의 작업은 체계적이고 섬세하다. 긴 시간 계획하고, 실험한 것을 이론화해 음악을 완성한다. 막스 리히터는 비발디의 〈사계〉를 이루는 음 하나하나에 고도로 집중하여 환상적으로 변주해냈다. 이것은 〈사계〉의 2번째 절정이다. 볼륨을 높여 밤을 지새며 듣는다.

야콥 바그너가 디자인한 블루투스 스피커 ‘베오플레이 A6’는 뱅앤올룹슨 제품.



호세 쿠엘보 플라티노 +

The Doors 〈Strange Days〉 중 ‘People Are Strange’

10~12년생 블루 아가베의 과육만 사용한 테킬라. 호세 쿠엘보 플라티노에선 푸른 맛이 난다. 테킬라답게 물론 뜨겁지만, 끝 맛은 서늘하고 부드럽다. 원료 재배부터 증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손으로 완성하는 이 테킬라는 BTI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96점을 기록하며 현존하는 실버 테킬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도어스의 1967년 앨범 〈Strange Days〉에는 ‘People Are Strange’가 수록돼 있다. 도어스의 짐 모리슨과 로비 크리거가 비벌리 힐스의 로렐 캐니언 정상에서 일몰을 본 뒤 만든 곡이다. 짐과 로비는 이 곡을 단숨에 썼다. ‘People Are Strange’는 섬광처럼, 이들이 도시의 일몰을 바라볼 때 완성됐다. 블루스 스타일로 부른 후렴구에는 져버리기 직전까지 타오른 해의 뜨거움, 일몰과 함께 찾아온 서늘한 평화가 함께 있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미도리는 ‘People Are Strange’의 가사 한 줄을 읊은 와타나베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스.” 호세 쿠엘보 플라티노에 어울리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건배사다.

명료한 고음을 전달하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 ‘킬번’은 마샬 제품.



구스 아일랜드 로리타 +

Django Reinhardt 〈Django Reinhardt and The Singers with Jean Sablon〉 중 ‘La Cigale et la Fourmi’

로리타는 벨기에 스타일의 페일 에일 맥주다. 미국 시카고의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인 구스 아일랜드가 작정하고 만든,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벨지안 페일 에일. 야생 효모를 사용해 발효시킨 후 라즈베리와 함께 와인 배럴에서 숙성시켜 완성한다. 맥주의 청량한 기운과 함께 라즈베리 향, 과일 잼의 맛이 물씬 배어난다. 벨기에의 블랑부아즈 혹은 램빅과 같이 과일 향이 풍부한 맥주를 애호하는 이들을 단단히 매료시킨다. 빈티지한 라벨 위 ‘로리타’라는 이름을 입안에서 동그랗게 굴리면서 장고 라인하르트의 집시 재즈를 듣는다. 장고 라인하르트의 음악에선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렇게 느긋하고 고풍스러우며, 드라마틱하고 자유롭다. 장고는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 파리에서도 매일 밤 무대에 올라 흥겨운 스윙 재즈 음악을 연주했다. 나치의 장교들 그리고 살리에르마저 그 바람 같은 음악을 흠모했다.

공원 혹은 해변 등 야외 활동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하이파이 포터블 오디오 ‘투어링 S’는 제네바 제품.

술맛을 음미하는 궁극의 방법. 아마도 음악이 아닐까.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이수강
ASSISTANT
김윤희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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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이수강
ASSISTANT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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