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EPORTS

Writer's Wine

On November 24, 2017 0

대문호들이 사랑한 와인들.

보들레르 + 샤토 샤스 스플린

보들레르

보들레르

현대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보들레르는 와인 예찬가였다. 대표작 〈악의 꽃〉에 수록된 시의 제목 ‘와인의 혼’ ‘넝마꾼들의 와인’ ‘암살자들의 와인’ ‘고독한 자의 와인’만 봐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시적 대상, 뮤즈로 여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얼마나 좋았으면 저서 〈포도주 예찬〉에 포도주의 시점으로 인간에게 말을 건네는 글을 남기기까지 했겠나. 그는 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람이 포도주에서 뽑아 올리는 이 제2의 청춘은 또 얼마나 진정하며 화끈한가! 그러나 또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포도주의 마법과 번개처럼 번득이는 그 관능은 얼마나 무서운가!” 어쩌면 그에게 와인은 작품을 직관하는 세계관 ‘초월 세계로의 상승’을 견인하는 것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보들레르는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작품이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한참 힘든 시기, 와인 하나를 접하고 우울증에서 벗어나 그 와인에 이름을 헌사했다. 바로 샤스 스플린이다. 샤스는 ‘쫓아내다’, 스플린은 ‘슬픔, 우울’을 뜻한다.

샤토 샤스 스플린
프랑스 보르도 물리스-엉-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크뤼 부르주아급 와인이다. 크뤼 부르주아란 1855년 그랑 크뤼 클라세 분류 당시 61개의 와인에 들지는 못했으나 그랑 크뤼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은 품질과 맛을 자랑하는 보르도 와인을 뜻한다. 만화 <신의 물방울> 7권에서는 샤스 스플린을 ‘가난한 자의 샤토 라 투르’라고 즉 프랑스 보르도 5대 1등급 와인 중 하나인 샤토 라 투르에 비유한 것. 그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투명한 석류색을 띠는 와인으로 장미, 버찌, 흑심 향이 나고 바닐라 향과 나무 진액 향도 은은하게 감돈다. 부드러운 타닌과 잘 잡힌 구조감이 특징으로 집중도 있는 부케가 길게 마무리된다. 치즈, 돼지고기, 가금류 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빈티지 만년필과 잉크 모두 루비나또 제품.

 

 

무라카미 류 + 르 딕스 디 로스 바스코스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류

대표작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자살보다 SEX〉 등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류. 그의 저서 중에는 8개의 와인을 모티브로 한 단편 소설집 〈와인 한 잔의 진실〉이 있는데, 저자의 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와인을 마시면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일이 있다. …중략… 관능적인 착각이다.” 와인과 관능적 착각. 대체 얼마나 와인을 사랑했으면 소설화했을까? 단편 ‘로스 바스코스’는 칸쿤에서 노인과 소녀를 만나는 나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나 속의 또 다른 나와의 대화로 이뤄진 이중 구조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로스 바스코스 와인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그건 투명감이 있고, 강하며, 어딘가 슬픈 와인이라고 노인은 내게 말했었다. 로스 바스코스는 그 무용수를 닮았어. 쏙 들어간 가는 허리의 오목한 선과 등에서 쭉 뻗어내려 작고 예쁜 곡선을 그리는 엉덩이, 그것들은 로스 바스코스의 맛과 비슷했지.” 그리고 무라카미 류는 말한다. “거짓말로 범벅이 된 사회 전체를 거부하고 한 잔의 와인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진실은 순간적으로 보였다가 사라져서는, 반드시 감미롭고 위험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르 딕스, 로스 바스코스
로스 바스코스는 1750년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에체니케 가문이 칠레로 이주해 콜차구아 밸리에 설립한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르 딕스는 로스 바스코스 소유의 포도밭 중 가장 오래된 ‘엘 프라일레(El Fraile)’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 만든다. 체리, 자두, 라스베리 등 과일의 진한 향과 오크 숙성에서 배어나는 올리브, 후추, 초콜릿, 월넛, 나무 향 등 다채로운 향이 어우러진다. 입안을 꽉 채우는 볼륨감이 있으며 매끄럽게 다듬어진 타닌이 우아함, 균형감을 드러낸다. 연간 8천~1만 케이스만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는데,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생산하지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샤토 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애주가로 유명하다. 올리비아 랭의 저서 <작가와 술>를 보면 헤밍웨이가 얼마나 술에 의존하며 살았는지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열일곱 살인가 그전부터 식사 때 와인을 곁들여 마셔와 워낙 습관이 들어서요. 사실 나에겐 술보다 기쁨을 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며 열심히 일하고 나서 다음 날 또 일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살다 보면 착상을 새롭게 전환해주고 다른 비행기를 타고 날도록 해줄 만한 것이 와인입니다.” 말년에 접어들수록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에 시달렸음에도 알코올이 본질적으로 유익하며 영양분, 에너지를 채워준다고 믿었다. 사후에 출간된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는 유독 술에 대한 장면이 많고 굉장히 탐스럽게 묘사돼 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마시지 않은 것 같다. “술이 해로운 경우는 글을 쓸 때나 싸울 때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냉철함을 지켜야 합니다.” 어쩌면 술로 스트레스와 정신적 강박 등을 풀어버렸기 때문에 <노인과 바다> 같은 간결한 문장의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술을 즐겼는데, 와인은 유독 샤토 마고를 좋아했다. 손녀의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라 지을 정도로 말이다.

샤토 마고
5개의 1등급 그랑 크뤼 중 하나다. 프랑스 보르도 메독 마고 지역의 포도원 이름이기도 한 샤토 마고는 프랑스 와인의 중심지 보르도의 상징적 와인이다. 진한 루비 레드색을 띠며, 블랙베리와 제비꽃의 복합적이고 환상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 이 향 때문인지 곧잘 ‘와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균형이 잘 잡힌 구조와 무르익은 타닌, 복합적인 맛과 산도가 특징이다. 1787년산 샤토 마고 한 병이 22만5천 달러, 한화로 약 2억5천만원에 판매되며 세상에서 가장 비싼 포도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약 2백 년 전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샤토 마고를 프랑스 최고의 와인이라 극찬했다.
빈티지 연필과 연필깎이 모두 흑심, 안경은 니시데 카즈오 제품.

 

 

무라카미 하루키 + 콜티부오노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현존하는 최고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80년대 후반, 2~3년간 아내와 함께 로마에서 살며 소설을 썼다. 그는 주변 도시 토스카나에 차를 몰고 가 와인을 사오곤 했는데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친구 둘이 만나 콜티부오노 와인을 마시는 내용의 단편을 썼다. 실제로 하루키는 로마에서 콜티부오노 와인을 즐겨 마셨다. 이 작품을 발표하고 얼마 후 콜티부오노를 만드는 와이너리의 주인에게 1983년산 콜티부오노를 몇 병 받는다. 이 인연으로 하루키는 몇 년 뒤 취재차 그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주인에게 특별 선물로 1949년산 빈티지 콜티부오노를 선물받는다. 이 일화는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의 ‘하얀 길과 붉은 와인’ 편에 상세히 나와 있다. 중요한 건, 그가 로마에서 콜티부오노를 마시며 쓴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국내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많이 알려진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라는 것. 하루키에 의하면 와인이란 그 지역 “그 땅의 고유성이 만들어낸 자연의 물방울”이다. 그렇다면 그가 소설을 쓰던 당시 작품 속으로 스며든 콜티부오노의 맛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콜티부오노
바디아 아 콜티부오노는 좋은 수확을 한 대수도원이란 뜻으로 토스카나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옛 수도원에서부터 현재까지 약 1천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와이너리로 유기농 재배법을 이용해 포도를 수확한다. 콜티부오노 와인은 진한 루비 레드 색상을 띠고 있으며 산지오베제 품종의 딸기와 꽃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부드러운 타닌과 좋은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고급 안심, 등심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채소, 바비큐 요리, 숙성된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대문호들이 사랑한 와인들.

Credit Info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이수강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이수강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