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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SJ의 음식 탐닉기(3)_폭탄 달걀찜

낭만닥터 SJ가 들려주는 음식에 관한 ‘알쓸신잡’, 이달은 폭탄 달걀찜이다. 유머러스한 폭탄 달걀찜의 이야기부터 조금은 무모하지만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그만의 쿠킹 팁까지 조목조목 소개한다.

On April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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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란 단어는 음식 이름에 어울리지 않음에도 폭탄 달걀찜에서만큼은 그것을 정확히 그리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단어다. 어떤 음식이든 그릇에 8할 정도 담겨 있어야 예쁜데 달걀찜만큼은 뚝배기 위로 부풀어 오른 폭탄 달걀찜이 훨씬 먹음직스럽다. 밥그릇 위로 밥이 봉분처럼 수북하게 담긴 고봉밥이 사라진 요즘, 폭탄 달걀찜은 그릇 위로 봉긋 솟아오른 거의 유일한 음식이다. 폭탄 달걀찜의 단점은 배달해 먹을 수 없다는 것. 용기 위로 부풀어 오른 폭탄 달걀찜을 배달하는 게 쉽지 않고, 부풀어 오른 달걀찜은 식으면서 타이어에서 바람 빠지듯 휘융~ 하고 금방 가라앉기 때문이다. 폭탄 달걀찜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없다. 삼겹살이나 주꾸미볶음을 2인분 이상 주문해야 덤으로 먹을 수 있을 뿐.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은데 만들 용기(勇氣)도 없고 담을 용기(容器)도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말자. 아래 내용을 정독하고 나면 ‘아니, 이렇게 쉬운데 왜 안 만들어 먹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 것이다. 한 가지 포인트만 기억하자. 폭탄 달걀찜은 저절로 부풀어 오른다!

첫째, 집 근처에 있는 균일가 생활용품점에 들러 업소용 뚝배기와 받침을 산다. 뚝배기 3,000원, 받침 1,000원. ‘달걀찜 한번 먹겠다고 이걸 사?’라고 생각하지 말자. 김치찌개, 된장찌개, 알밥을 담기에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업소용 그릇 몇 개 사두면 의외로 쓸모가 있다. 개인적으로 신혼살림 목록에 업소용 뚝배기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둘째, 달걀 4개당 물 100ml 비율로 달걀물을 만들어 뚝배기에 80% 찰 정도로 붓고 끓이기 시작한다. 간은 알아서 이것저것 넣어 조절하면 된다. 아기가 먹을 이유식을 만드는 기분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숟가락으로 달걀물을 젓다 보면 내용물이 점점 뭉치는 게 보인다. 타지 않을 정도의 약불에서 조리하는 것이 포인트. 젓고 있는 달걀물의 수분이 거의 사라질 즈음 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같은 크기의 뚝배기를 뚜껑 용도로 얹어 뜸을 들인다는 느낌으로 기다리면 먹음직스러운 폭탄 달걀찜이 저절로 완성된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파를 송송 썰어 올리면 화룡점정. 혹시 명란이 있어 같이 토핑하면 금상첨화. 밥상에 올리는 순간 남편과 아이들이 엄마 어디 취직했냐고 물어볼 텐데 이후 잘난 척 멘트는 각자 준비해보자. 혹시 아이가 중학생 이상이라면 폭탄 달걀찜이 부풀어 오르는 과학적 이론을 설명해주면 100점짜리 엄마가 된다.

폭탄 달걀찜을 가능하게 만드는 성분은 2가지다. 수분과 공기.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 부피가 약 1,700배 증가한다. 달걀물 온도가 상승하면 수분 대부분이 증발하지만 증발하지 않고 달걀 속에 갇힌 수분은 부피가 증가하면서 달걀찜을 저절로 부풀어 오르게 만든다. 산업혁명 때의 증기기관차가 움직이는 원리와 같다. 그렇다면 공기의 역할은? 달걀물 속에 공기가 들어 있나? 빙고. 많은 업소에서 기체를 만들 목적으로 베이킹파우더를 달걀물에 섞는다. 베이킹파우더에서 탄산이 생성되는데 기체(탄산)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부피가 커져 달걀찜을 부풀어 오르게 한다. 압력이 일정할 때 기체의 부피는 절대온도에 비례한다는 샤를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열기구를 띄울 때 열기구 속의 공기를 계속 뜨겁게 만드는 원리도 샤를의 법칙을 응용한 것. 혹시 중학생 아들이 샤를·보일의 법칙을 묻는다면 폭탄 달걀찜을 만들어주면 된다.

폭탄 달걀찜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드는 요리라서 달걀물이 넘쳐 가스레인지 바닥을 적시는 번거로움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레인지 청소의 불편함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방법과 뚜껑을 덮지 않고 만드는 방법 2가지다. 넘친 달걀물을 뒤처리하려고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므로 더 이상 상상하지 않도록 하자. 뚜껑을 덮지 않아도 폭탄 달걀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뚜껑은 달걀찜을 예쁘게 부풀어 오르게 하는 비주얼 담당일 뿐. 뚜껑 없이 실리콘 주걱으로 넘쳐 오르는 달걀찜을 살살 가운데로 몰아주기만 해도 봉긋 솟은 예쁜 달걀찜을 만들 수 있다. 주의 사항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폭탄 달걀찜은 식으면 가라앉는다. 부피가 증가한 수증기와 공기가 식으면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성공했다는 기쁨에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느라 지체하면 ‘뭐야 이게?’라는 표정으로 쪼그라든 일반 달걀찜을 보게 되니 만들자마자 재빨리 상에 올려 눈을 즐겁게 한 후 빨리 잡수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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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달걀찜

재료
달걀 4개, 물 100ml, 다진 파 1큰술, 소금·명란 약간씩

만들기

1 달걀, 물, 소금으로 달걀물을 만들어 뚝배기의 80% 정도 채운 후 약불에서 젓가락으로 천천히 저어가며 익힌다.

1 달걀, 물, 소금으로 달걀물을 만들어 뚝배기의 80% 정도 채운 후 약불에서 젓가락으로 천천히 저어가며 익힌다.

1 달걀, 물, 소금으로 달걀물을 만들어 뚝배기의 80% 정도 채운 후 약불에서 젓가락으로 천천히 저어가며 익힌다.

2 달걀물의 수분기가 거의 없어지면 같은 크기의 뚝배기를 덮은 후 부풀어 오를 때까지 뜸을 들인다.

2 달걀물의 수분기가 거의 없어지면 같은 크기의 뚝배기를 덮은 후 부풀어 오를 때까지 뜸을 들인다.

2 달걀물의 수분기가 거의 없어지면 같은 크기의 뚝배기를 덮은 후 부풀어 오를 때까지 뜸을 들인다.

3 다진 파, 명란을 고명으로 올린다.

3 다진 파, 명란을 고명으로 올린다.

3 다진 파, 명란을 고명으로 올린다.

 

낭만닥터 SJ, 배상준 작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를 거쳐 어릴 적 꿈이던 외과 전문의가 됐다. 바쁜 외과 의사임에도 ‘낭만닥터 SJ’라는 닉네임으로 맥주·여행·건강 칼럼을 쓰고,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는 유쾌한 아저씨다. 2018년 <독일에 맥주 마시러 가자>를 출간했다. <우먼센스>에서 음식 이름에 얽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수영(프리랜서)
배상준
사진
김정선(인물) 요리(낭만닥터 SJ, blog.naver.com/cityhuntorr)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에디터
김수영(프리랜서)
배상준
사진
김정선(인물) 요리(낭만닥터 SJ, blog.naver.com/cityhunto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