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2023 대한민국 마약 실태

2년 전부터 마약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톱스타 유아인의 마약 파문은 정점을 찍는 듯하다. <우먼센스>가 마약의 종류부터 유통, 처벌까지 마약의 세계를 심층 취재했다.

On March 31, 2023

3 / 10
/upload/woman/article/202303/thumb/53346-511579-sample.jpg

 

비대면·가상 화폐 거래… 직접 키우기도

마약중독은 비단 연예인들에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어느덧 일반인들에게도 파고들었다. 온라인, SNS에 마약 음어만 검색해도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특히 10~20대의 마약 투약이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마약 사범 가운데 10~20대 비율이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불과 5년 만에 2.4배 증가했고, 30대 이하가 전체 마약 사범의 59.7%를 차지했다. 쉽게 표현하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층이 마약의 주 고객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해외 경험 확대 △SNS와 가상화폐를 이용한 음성적인 거래 시장 등장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울감 증가 등이 최근 마약 열풍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초를 큰 경각심 없이 자유롭게 피우곤 하는데, 이에 노출됐던 젊은 층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마초 등 마약을 찾는다는 것. 또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 달리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다 보니 한국에서 마약을 하려고 시도하고,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거래 흔적을 숨긴다. 이처럼 음성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젊은 층이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인터넷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마약 사범 중 인터넷 사범은 12.4%였지만, 2021년에는 24%로 2배가량 늘었다. 온라인상에 마약 불법 판매를 위한 광고를 올렸다가 검거된 인원 또한 2017년 11명에서 2020년 18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에 ‘아이스’, ‘작대기’ 등 마약 음어를 검색하면 마약을 판매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비대면 거래로 움직인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던지기 수법이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미리 놓아둔 뒤, 매수자에게 이를 찾아가게 하는 비대면 거래 방식으로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주고받는다. 가상화폐도 국내 대형 거래소가 아닌, 해외 소규모 거래소를 이용한다. 대화는 텔레그램으로 해서 기록이 수사기관에 넘어갈 수 없도록 한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예전에는 공급하는 사람을 잡으면 다수의 오프라인 투약자들을 잡아넣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다크웹(기록이 남지 않는 온라인 공간)이나 익명의 계정과 SNS로 거래하다 보니 공급책을 잡아도 투약자들을 일일이 검거하는 게 쉽지 않다”며 “마약 투약자들에게는 더 쉬운 거래 환경이 만들어졌고, 수사기관에는 더 수사가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마약을 직접 재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수풀로 가려진 산 중턱에서 대마를 키워 가공한 뒤 클럽과 유흥업소 등에 판 혐의로 30대 A씨가 포함된 일당이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수사2계에 따르면 이들은 대마를 대규모로 재배해 중간 유통책이나 흡연자 등에게 팔았다. 모두 17명이 검거됐는데, 경찰이 압수한 대마초는 29.3kg에 달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29억원 상당으로 9만 7,000여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해 도심 빌라에서 대마를 재배한 20대 B씨 등 일당 6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앞선 검사는 “초범의 경우 반성하는 게 확인되면 처벌을 유예하거나 벌금형 정도만 선고하는 게 보편적인데, 그러다 보니 호기심에 마약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마약의 문제점은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것인데 많은 이들이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계속 수사기관에 잡혀 오는 구조가 되고 있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3 / 10
/upload/woman/article/202303/thumb/53346-511580-sample.jpg

 

마약이 없으면 VIP가 오지 않는다

문제는 마약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마약은 ‘혼자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함’이 목적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 클럽 일대에서는 ‘투약 대상을 정신 잃게 만들기 위한 목적’의 마약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바로 GHB(감마 하이드록시부티르산)이다. 케타민과 함께 UN에서 지정한 ‘강간 약물’의 한 종류다.

버닝썬 게이트 이후 널리 알려진 GHB는 1990년대 후반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당시에는 물에 탄 필로폰이라고 생각해 ‘물뽕’으로 불렸는데, GHB는 무색무취의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GHB는 본인보다 상대방을 무력하게 만들 목적이 강하다. 술에 섞어도 티가 나지 않고, GHB를 탄 술을 조금만 마셔도 금방 정신을 잃기 때문. 문제는 기억만 잃을 뿐 걷거나 의사소통은 이뤄진다고 한다. 여성을 상대로 한 성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GHB 거래가 잦아진 이유다.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대표는 “수년 전부터 강남에서 GHB 판매를 허가하지 않는 곳과 하는 곳의 흥행 여부가 달랐다”며 “아예 GHB 구매가 불가능한 대형 1차 클럽과 GHB 구매가 가능한 2차 클럽을 구분해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며 노는 흐름이 수순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버닝썬 게이트 이후 잠시 클럽들이 눈치를 보긴 했지만 마약을 거래하지 않으면 클럽 VIP들이 오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며 “룸이 존재하는 이유는 술을 먹기 위함도 있지만 마약을 편하게 하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게이트 당시 경찰은 버닝썬 대표가 클럽의 영업 담당 MD와 함께 GHB를 투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클럽 안에서 벌어진 GHB 성범죄의 실체는 밝히지 못했다. GHB가 가진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보통 마약은 짧으면 1~2개월, 길면 6개월 이상도 체내에 남아 있다. 머리카락에서 장기간 투약 확인이 가능한데, GHB는 24시간이면 체내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GHB가 섞인 술이나 음료를 먹은 기점을 고려할 때 성범죄를 당한 당일 오전에 검사해야만 입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수사 구조나 현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21년 관세청이 적발한 GHB는 2020년에 비해 61배 급증했다. 적발되지 못한 GHB도 60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수사는 미진하다. 아니,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GHB가 등장한 이후 24년 동안 성범죄 사건에서 GHB가 증거물로 검출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GHB, 물뽕이 강남 클럽을 일대로 기승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있어도 거꾸로 피해자에게 더 불리하게끔 만드는 게 GHB”라며 “마약이 진화하는 것에 비해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하는 능력이나 구조는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UAA 제공, 게티이미지 뱅크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UAA 제공, 게티이미지 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