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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베이비! 주안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주안이가 조금만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On November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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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아! 나중에 애인이 생기면 아빠한테 꼭 이야기해줘.” 주안이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안이는 아주 먼 미래를 이야기하듯 알겠다고 했다.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나는 주안이의 여자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나열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주안이는 ‘아빠가 왜 저렇게 신이 났을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안이는 평소 길을 걸을 때 엄마나 아빠의 손을 꼭 잡는다. 사춘기가 시작될 나이지만 변함이 없다. 가족과의 여행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여전하다. 아직까진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눈치다. 게다가 아침에 눈을 떠 안아달라고 말하면 침대로 쪼르르 달려와 한참을 꼭 안아주며 애정 표현을 하는 아이다. 내가 아는 주안이는 그렇다. 그런데 최근 주안이를 학원에 바래다주는 길에 아들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늘 그랬듯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주안이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사랑하는 어린이! 오늘 학원 잘 다녀와. 귀여운 내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주안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아닌가. 이내 주안이는 내게 “아빠, 그만 좀 해”라고 속삭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안이보다 두세 살 위로 보이는 여학생이 있었다. 주안이는 그 누나를 의식한 듯했다. 주변의 상황보다 엄마와 아빠와의 애정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들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주안이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변해왔다. 엄마와 아빠 품에만 있다가 학교 친구들을 만나 우정의 소중함을 배웠고, 일일이 알려줘야 했던 주변 상황을 스스로 파악하는 힘이 생겼다. 아들에게 찾아온 변화가 반갑고 기쁜 동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느낌이라 묘하기도 하다. 만일 길을 걸을 때 손잡기를 꺼리거나 아침에 안아달라고 해도 쿨하게 인사만 한다면 그땐 주안이에게 찾아온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로 마음이 복잡해진 아빠와 달리 주안이는 해맑기만 하다. 최근엔 사촌 동생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태권도를 배우고 집에 온 주안이가 샤워를 마치고 알몸으로 내 앞에 서더니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한바탕 웃어 보였다. 영락없는 개구쟁이 아들이다. 또 사촌 동생과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잊지 않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이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분이다.

주안이가 조금만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지금 아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우리에게 함께 장난치고, 게임하고, 뛰어노는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길 바란다. 그 시간 속에서 아들의 변화를 반갑게 맞이하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나 또한 성장해야겠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2022년 11월호

2022년 11월호

에디터
김연주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