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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손준호 가족의 일상, 주안이는 아빠 판박이!

주안이에게서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보인다. 아주 쏙 빼닮았다.

On October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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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를 보면서 잊고 살았던 과거의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과거의 나는 전자 제품을 좋아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매장을 찾아 직접 만져봤고 그 제품을 내가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는 데 큰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면서 내 취미와 점차 멀어졌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서 살았던 삶에서 아내와 아들,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관심사가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심지어 나조차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주안이에게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쏙! 빼닮았다. 주안이는 요즘 전자 제품, 자동차, 카메라 등에 눈을 떴다. 스스로 인터넷을 다루고, 유튜브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그중에서도 주안이가 푹 빠진 건 최신 스마트폰이다. 나를 붙잡고 새롭게 출시된 스마트폰의 정보를 설명하는가 하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또 함께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반드시 전자 제품 코너에 들러 이것저것 스펙을 비교해보고 직접 작동해본다. 놀라운 건 주안이가 ‘만약에 이 제품이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조르지 않아도 부모님이 사주는 물건이 있었고 갖고 싶다고 조르고 졸라도 허락받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당시의 나는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용돈 모아서 살 거야!” 하면 혼이 났는데,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데 아들을 키우면서 왜 그때 부모님이 그러셨는지 알게 됐다. 최근 최신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는 주안이에게 안 된다고 말했는데, 주안이는 성이 잔뜩 난 얼굴로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당연히 허락해줄 수 없다고 하자 주안이는 답답해했다. 나는 지금 주안이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헤아려본 뒤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빠도 주안이 나이에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해 답답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왜 아빠를 말렸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은 당장 최신 스마트폰이 갖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빠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신한다. 내가 그랬듯 주안이도 아빠의 선택을 이해하고, 그 배경엔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가끔씩 ‘저렇게 좋아하는데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바꿔줄까?’ 싶은 마음이 들지만, 순간의 행복만을 위해 인생에서 알아야 할 것들을 놓치게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정말로 우리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야 할 때를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인내심을 발휘해 적기의 날을 기다린다.

무섭도록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한 주안이. 거울을 보면서 미래의 아들이 지금 나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더 좋은 어른이 돼야 할 이유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김연주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