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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지민씨

사랑하는 모습마저 영락없는 코미디언이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김지민의 이야기.

On August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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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더발론, 이어링 리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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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딘트, 이어링 제이에스티나.

지난 4월 한 쌍의 코미디언 커플이 탄생했다. KBS 공채 선후배인 김준호(46세)와 김지민(37세)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인연을 맺었고, 현재 JDB엔터테인먼트에 함께 소속돼 있다. 공개 연애를 시작한 김준호와 김지민은 상대방을 언급하길 조심스러워하는 여느 연예계 커플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예능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해 애정 전선을 코믹하게 풀어내는가 하면,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오랜 시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은 솔직해서 더 아름답다. <우먼센스>와 만난 김지민은 더없이 유쾌했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나 코미디를 이야기할 때나 모든 순간 적당히 진지했고 많이 호탕했다.

“준호 선배와 만나면 주로 말장난을 해요.(웃음) 예를 들어 서로 본인이 더 웃기다고 큰소리를 치죠. 누구나 마음 한편에 어린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른이라는 이유로 숨긴 채 살아가죠. 어디에서도 쉽게 내비치지 못하는 저의 유치한 모습을 준호 선배 앞에서는 마음껏 보여줄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준호 선배는 그림자 같은 존재였어요. 항상 저의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렀어요. 해가 저물어야 그림자가 보이듯 어느 순간 준호 선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느끼는 감정이 달라졌어요.”

두 사람 모두 대중에게 친숙한 방송인인 만큼 공개 연애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다. 한편에선 김준호와 김지민의 결혼설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김지민의 태도는 성숙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SNS에 올린 사진이 기사화될 때마다 남자친구의 이름이 함께 언급되고, 방송에서 제가 한 이야기를 연애와 연관 지어 해석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 소식을 접한 대중이 우리 커플에 대한 피로감을 느낄까 봐 걱정이죠. 공개 연애에 대한 불편은 있지만 편한 점이 더 많아요. 본의 아니게 무언가를 숨기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아니에요. 그리고 여느 커플처럼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고, 거리를 거닐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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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 아위, 스커트 더캐시미어, 헤어밴드 케이트앤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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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얼킨, 링 우브,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인 김준호, 한결같이 옆을 지키는 사람”

2006년 KBS 코미디언 공채 21기로 데뷔한 김지민. 그녀가 코미디언 시험에 응시했던 해에 공채 지원자는 1,000명에 달했다. 그 가운데 김지민을 포함한 11명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KBS2 <개그콘서트> 무대에 선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와 똑 부러지는 개그 스타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초반부터 개그계에서 김지민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2006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코미디언으로서 입지를 다졌고, ‘미녀 개그우먼’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하지만 김지민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때때로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외모로 코미디언이 됐다는 일각의 비판에 맞서야 했으며 그녀 스스로 개그계에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자로서 외모 칭찬을 듣는 건 반갑지만, 코미디언으로서는 아니에요.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서 코미디언이 됐는데 한동안 제 개그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죠. 관객들이 저를 바라보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코미디언이라면 한 번씩 해보는 분장 개그도 만류하는 분위기였어요. 오랜 기간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역할만 맡았고, 초반과 달리 점점 코미디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웃기지 못하고 예쁜 척만 한다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죠.”

그럼에도 김지민에게 누군가를 웃기는 일은 특별했다. 데뷔 이후 코미디언으로서 자리 잡기까지 약 4년간 지난한 정체기를 지내면서도 개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녀는 코미디언이 되기 이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줄 때 큰 희열을 느꼈다. 학창 시절 교실에선 짝꿍을 웃겼고, 모두가 지쳤던 수험생 시절엔 독서실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어릴 적부터 타인의 리액션에 민감했어요. 제 말과 행동에 빵 터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엄청난 성취를 느꼈죠. 밥 대신 리액션을 먹으며 살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웃기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그만둘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스케줄이 거의 없던 때의 일이에요. 오랜만에 욕심나는 방송 일정이 생겼는데 배가 너무 아팠어요. 방송을 포기할 수 없어서 배를 부여잡고 스케줄을 소화했죠. 촬영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는데 맹장이 터지기 직전이었대요. 바로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누군가는 저를 어리석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만큼 방송이 절실했어요.” 끝이 보이지 않았던 정체기에 김지민의 손을 잡아준 건 개그계 동료들이었다. 모두가 동등하게 빛을 볼 수 없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다. 김지민은 그 시절을 함께했던 동료들의 얼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서글프게 기억될 수 있는 정체기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매일 (박)나래와 만나서 코미디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둘 다 웃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죠.(웃음) 그리고 당장은 힘들지만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의기투합했어요. <개그콘서트>에 출연했을 때도 고충이 많았어요. 무대에 오르는 시간은 5~10분이지만 일주일 내내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이거든요. 관객들이 시원하게 웃어주면 밤낮으로 고생했던 모든 시간이 괜찮아져요. 지금도 종종 관객들이 웃을 때 전율을 느껴요.”


준호 선배는 그림자 같은 사람이에요. 오래전부터 한결같이 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렀어요.
해가 질 때쯤 그림자가 보이듯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준호 선배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선배를 향한 제 감정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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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더캐시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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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유돈초이,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로소 김지민은 편안함에 이르렀다.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무기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갔고,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단단하게 쌓아 올린 그녀의 입지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제 인생관을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평소 조언을 구하거나 고민을 토로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선택이 틀렸다 해도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더라고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뜻하지 않게 스캔들에 휩싸이는 일이 빈번했고, 오해를 사기도 했죠. 여러 가지 위기와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직면하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결론적으로 모든 일은 경험으로 남았고, 그 경험들은 인생의 자산이 됐어요. 많은 일을 겪은 덕분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 당황하지 않아요. 오히려 수월하게 해결하곤 하죠.”

웃음이 필요한 시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2년여 동안 우리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관계의 단절,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으로 미소 지을 일이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고 웃음이 사라진 자리엔 우울함이 비집고 들어왔다. 어느 때보다 웃음을 주는 이들의 역할이 막중한 시대가 왔다. 그런 시대에서 김지민은 어느 누구도 희생양이 되지 않는 건강한 웃음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늘면서 고민거리가 많아졌어요.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프로그램마다 제가 맡은 역할이나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포인트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죠. 특히 시사 예능을 할 때는 바짝 긴장해요. 시청자에게 웃음은 물론 정보를 함께 제공해야 해서 공부가 필수예요. 쉽지 않지만 제게 주어진 일이 있음에 감사해요.”
김지민은 현재 토크, 시사,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무대까지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재치는 그녀만의 강점이다. 현재 MBC every1 예능 <장미의 전쟁>, SBS Plus 예능 <오픈런> 등에서 진행자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여성 코미디언 선배님들이 길을 멋있게 닦아주신 덕분에 MC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만 해도 여성 MC가 많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여성 코미디언에게 진행을 맡기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이젠 방송가에서 먼저 찾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책임감을 느껴요. 선배님들이 활약하신 것처럼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면 제가 잘 해내야죠.”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김지민을 움직이는 문장이다. 그녀는 매 순간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점검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인생 만사 잘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는 게 그녀가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그렇기에 눈앞의 행복에 들뜨고, 불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평정을 유지한다.

“방송 출연이 절실했던 시기에도 제가 소화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면 출연 제안을 고사했어요. 당장은 좋아도 결론적으론 득이 될 게 없거든요. 저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놓이면 티가 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제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래서 항상 내 몫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요.”

김지민은 여전히 방송국으로 향할 때 설렘을 느낀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익숙해져도 그 설렘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게 그녀의 굳은 생각이다.

“대기실에 있다가 녹화 시간에 맞춰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 심장이 요동쳐요. 스태프와 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요. 너무 일 이야기만 하죠?(웃음)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성격이 예민한 편이에요. 일상에서는 예민함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는데 일할 땐 좋아요.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김지민에게 사람들을 웃긴다는 건 코미디언으로서 사명 그 이상의 의미다. 어떤 질문을 건네도 결론은 코미디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됐다. 그녀는 삶에서 방송 일을 빼면 남는 게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보통 그날 촬영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있는 힘껏 웃기고 집에 돌아올 때의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죠. 방송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이 저로 인해 웃었다면 저도 좋은 시간으로 마무리돼요.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한마디로 아빠 미소를 짓게 하는 코미디언이 되는 게 목표예요. 웃음이 보장되는 그런 코미디언이요.”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순간에도 놓지 않았고, 여전히 사랑하기에 끝까지 희극인의 삶을 살기로 했다. 김지민에게 코미디는 그런 의미다.


매사에 제 판단을 믿어요. 설령 제 선택이 틀렸다 해도 삶에서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하지만 모든 일은 경험으로 남았고, 인생의 자산이 됐어요.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패션), 김연주(인터뷰)
사진
천영상
스타일링
김보나
헤어
혜영(코코미카)
메이크업
유미(코코미카)
2022년 09월호

2022년 09월호

에디터
서지아(패션), 김연주(인터뷰)
사진
천영상
스타일링
김보나
헤어
혜영(코코미카)
메이크업
유미(코코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