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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어버이날 선물

부모님께 물질적인 것보다 기쁜 감정을 선물하고 싶다.

On May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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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복이 많기 때문인지 친구, 가족, 친척, 선생님, 직장 동료 등 도움이 필요할 때나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많았다. 도움을 받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에 가볍게는 밥을 사기도 하고, 크게는 옷이나 화장품 등을 사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인생 최초로, 그리고 가장 많이 선물을 드렸던 대상은 부모님이다. 어렸을 적 유치원에서 고사리손으로 접은 종이 카네이션부터 그저 현금이 최고라며 드렸던 현금 봉투까지. 지금이야 부모님의 생신이나 특별한 날에 큰 고민 없이 현금을 드리곤 하지만, 어렸을 때는 기념일 디데이 2~3주 전부터 선물 리스트를 쫙 뽑았다. 그리고 동생들과 회의를 소집한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삼 남매가 머리를 맞대니 훨씬 수월했다. 부모님이 무엇이 필요한지 각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다 보면 금세 선물을 정할 수 있었다. 그 후 부모님의 퇴근 시간에 맞춰 거실 벽에 풍선을 붙이며 알록달록하게 꾸미고 동생들과 함께 편지도 썼다. 이 모든 과정은 부모님께 서프라이즈로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내 퇴근하고 집에 오신 부모님이 놀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또 직접 꾸미고 고민해 선물을 고른 정성을 담았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친구들에게는 무조건 생일날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선물해주는 실용주의자이지만, 부모님만큼은 예외다. 비록 부모님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물건이 아닐지라도 어렸을 때 경험한 서프라이즈 선물의 짜릿한 맛과 손수 선물을 고르는 정성을 담았을 때의 그 뿌듯한 마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대에 들어서고부터는 부모님께 웬만한 물건은 한 번씩 선물로 드린 지경에 이르렀다. 그 동안 부모님도 서프라이즈에 단련된 것인지 쉽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레 부모님 생신 때도 필요한 물건을 대놓고 물어보거나 백화점에 같이 가서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재작년 겨울, 부모님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반전 케이크다. 케이크 위에 꽂은 토퍼를 뽑으면 그 밑으로 돈이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데, 몇 년 전부터 SNS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아이템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전 케이크 속에서 돈이 뽑혀 나오는 영상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케이크 전문 숍에서 주문을 하려다가, 연말이라 예약조차 어려운 상황에 여동생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인터넷에 검색하니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케이크 한 판을 사와서 케이크 속을 파고, 뽑아온 지폐를 비닐봉지에 한 장씩 담아 이어 붙이고 케이크 속에 넣기까지 장장 2시간은 걸렸으려나.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괜히 시작했나 후회하기도 했다. 결국 대충 마무리하고 부모님 앞에 케이크를 내밀었고, 케이크 위에 꽂은 토퍼를 엄마가 뽑는 순간 나는 엄마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거의 처음 본 것 같다. 무뚝뚝한 편인 아빠도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동생도 얼마나 뿌듯했던지. 역시 선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수록 주는 기쁨도 더 커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올 어버이날에는 다시 초심을 살려 부모님께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CREDIT INFO

에디터
문하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5월호

2022년 05월호

에디터
문하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