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TAR

STAR

내성적이면 어때서

말수가 적은 달변가, 겸손한 욕심쟁이. 고차원의 개그맨 서남용이다.

On March 31, 2022

/upload/woman/article/202203/thumb/50622-483911-sample.jpg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톱·옐로 패턴 와이드 팬츠·블랙 슈즈 모두 오디너리피플, 버건디 스트라이프 로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 출연한 서남용(45세)의 말은 대중을 폭소케 했다. 부연하자면 그의 집에 찾아간 출연진이 썩은 귤과 묵은 때로 얼룩진 집 안을 보고 경악했을 때, 내뱉은 강력한 한마디다. 여기에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은 덤이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덤덤한 얼굴과 말투는 서남용 특유의 캐릭터다. 그리고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득도한 듯한 긴 머리와 수염은 그의 시그너처 포인트다. 그로써 입을 열지 않아도 웃긴 ‘뼈그맨’의 서남용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 내막에는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다. 그의 코미디는 수많은 고민을 거친 산물이다. 연민을 자아내는 특유의 표정, 폭소를 자아내는 몸 개그는 각고의 노력과 시험 끝에 세상에 나왔다.

서남용이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우아(?)한 긴 생머리는 엉덩이를 덮었고 시선이 집중됐다. 현장에 모인 스태프가 그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언급하자 기회가 왔다는 듯 그만의 매력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액션이 화려하진 않지만, 묘하게 빨려 들어간다.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는 서남용의 세계관을 만났다.

/upload/woman/article/202203/thumb/50622-483909-sample.jpg

시스루 비즈 장식 집업·오렌지 컬러 슬리브리스 톱 모두 오디너리피플.

서남용의 세계관

<미우새>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출연 제의를 받았다. 개그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던 중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미우새> 덕분에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오늘처럼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방송의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주로 <개그콘서트>와 같은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신선함을 느낀다. 무대와 다른 포인트의 웃음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방송 후 ‘서남용의 집’이 화제인데 요즘 집 청소는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혼이 났지 않나. 변명하자면 평소에 버리는 것을 잘 못한다. 그래서 쓰레기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한꺼번에 버리곤 한다. 요즘에는 지인을 만나면 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많은 이들이 말한 대로 치우면서 살겠다.

본인에게 꼭 필요한 청소 도구는?(웃음)
머리카락을 빨아들일 청소기가 있으면 좋겠다. 길이가 길어서 한 가닥만 빠져도 눈에 잘 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모발이 잘 끊어지고 많이 빠져서 수시로 치워도 완벽하게 깔끔해지지 않는다.

서남용에게 청소란?
심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청소만 한 기분 전환 방법이 없다. 어지럽혀진 공간을 정리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면 마음까지 정돈되는 느낌이다. 청소를 미룰 때가 있지만, 기분이 울적한 날에는 어김없이 청소를 한다. 방송을 본 이들은 내 말을 믿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웃음)

<미우새>를 통해 친해진 출연진이 있나?
이상민 선배님이다. 촬영 때마다 조언을 해준다.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 누군가에게 다가가거나 살갑게 행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계를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이상민 선배님은 먼저 다가와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는 담백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한 달 동안 연습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강공원에 나가 노래를 불렀다. 무대를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다른 개그맨과 비교했을 때 보여줄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출연 욕심이 있는 프로그램을 꼽으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다. <미우새>에 출연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코미디 외에 다른 방식으로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미를 선사하는 방식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싶다.

/upload/woman/article/202203/thumb/50622-483910-sample.jpg

아이보리 레더 재킷 모스, 패턴 하와이안 셔츠 올세인츠, 선글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릴 때부터 코미디를 좋아했어요. 개그 프로그램 마니아였죠.
 저는 친구들을 웃길 때 가장 행복했어요.
그런 순간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부산 토박이 서남용은 군 전역 후 개그맨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부푼 기대와 달리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첫 공채 시험에선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해 준비한 개그를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당시 그가 지원 서류에 적어 낸 특기 사항은 ‘사물을 몸으로 표현하기’였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좌절하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서남용의 인생을 바꿨다. KBS위성 <한반도 유머 총집합> 출연 제안이었다. 그가 서류에 적었던 특기인 ‘사물 개그’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대중은 화답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이후 서남용은 KBS <폭소클럽>(2002) 무대까지 진출했고 이듬해 2003년 KBS 개그맨 공채 18기로 공식 데뷔를 하게 됐다.

어떻게 개그맨을 꿈꾸게 됐나?
어린 시절부터 코미디를 좋아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순간만큼은 시간이 흐르는 줄 몰랐고, 친구들을 웃길 때 가장 행복했다. 그런 순간이 쌓이다 보니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줄곧 부산에서 살다가 개그맨 시험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상경했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맨땅에 헤딩을 한 셈이다. 되든 안 되든 좋아하는 일에 부딪쳐보고 싶었다. 사실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지인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그랬다. 오롯이 혼자 연습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개그를 찾아갔다. 어머니가 정신의학과 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다. 방 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아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웃음)

데뷔 초기 ‘사물 개그’로 주목받았지만 그에 비해 방송에 출연하는 빈도는 적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개그맨이라는 꿈을 이룬 후에 방향을 잃었다. 그래서 방송 출연 제안을 받아도 고사했다. 보통 인지도를 얻은 뒤, 프로그램을 늘려가면서 자리 잡는다고 하는데 그 시기를 견디지 못했다. 당시 고민을 이어가다가 (박)준형 선배가 이끄는 대학로 갈갈이홀로 향했다. 그때는 방송보다 무대가 편하고 좋았다. 무대는 관객의 즉각적인 반응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구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한동안 동료들과 코너를 만들고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무대에 오르다 보니 방송 출연 기회가 점차 줄었다.

주변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을 거 같다.(웃음)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무대든, 방송이든 저돌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하더라. 겉으로 열의를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라서 무기력하게 보였던 거 같다. 주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나간 일을 곱씹어보다가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모든 일에 더 적극적이었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까 싶은 거다. 개그에 대한 욕심은 20년 전 부산에서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와 같다. 좋은 집, 근사한 자동차, 재력을 가진 사람은 부럽지 않은데, 웃긴 사람을 보면 강한 질투심이 생긴다.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없나?
철이 없었다. 젊은 나이에 가져볼 법한 진취적인 생각을 못 했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살았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날 대학로 무대에서 느꼈던 생기와 에너지가 좋았다.

원하는 개그의 방향이 뚜렷한 건가? (질문을 받은 서남용은 고민에 빠졌다. 대답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이다가도 다시 고민을 이어갔다. 그러던 그가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말문을 열었다.)
그냥 웃기고 싶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내 개그에 웃어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웃음을 줌으로써 나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거다. 방송 출연 제안이 들어오면 ‘내가 그 자리에서 웃길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웃음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고 싶다.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관객이 웃어줄 때다. 스스로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느껴본 적은 없다. 개그는 마주 보고 있는 상대가 웃을 때 빛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를 좋아하는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내 개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남용이 하고 싶은 개그는?
사물 개그처럼 신체를 활용한 개그를 하고 싶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평소 친구들은 나의 모션이 웃기다고 한다. 옷이 문틈에 끼어 우스꽝스럽게 찢어진다거나 턱을 괴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는 등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한 건 아닌데, 몸으로 웃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동적인 요소가 가미된 개그라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예능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MBC <무한도전>(2006), KBS2 <1박 2일> (2007)이다. 많은 사람이 같은 편을 여러 번 봐도 웃기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긴 머리, 백혈병 환우에게 기증할 계획”

장발을 유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평소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2016년에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했을 당시엔 머리카락이 무릎에 닿았다. 그때 자른 뒤로 6년간 정리하지 않아 지금의 길이까지 길었다. 한동안 우스갯소리로 애인이 생기면 헤어스타일을 정돈하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머리를 손질하면 이성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머리를 자른 뒤에 이성을 소개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웃음) 헤어스타일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장발인 걸 보니 연애하지 않나 보다.(웃음)
연애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인연이 닿으면 만나지 않을까? 말이 잘 통하고 내 개그를 재밌어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앞서 언급한 <마리텔>에서 백혈병 환우에게 기증할 목적으로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이번에도 같은 계획인가?
그렇다. 주변에서 머리를 기를 거면 관리를 하라고 한다. 흰머리가 많아서 염색으로 정돈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기증을 위해 참고 있다. 샴푸나 린스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평소 선행에 관심이 많나?
어릴 때부터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백혈병 환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봤다. 특히 기증받은 머리카락으로 아이들의 가발을 만들어주는 장면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살면서 한 번쯤 기증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현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웃음을 주는 일이다.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서 개그맨이 됐고, 웃음을 선사하는 게 사명이 됐다. 개그맨을 꿈꿨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웃음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계속될 거다.

삶의 만족도는?
사는 데 불편한 부분이 없는 정도다. 우유부단한 성격이 큰 몫을 하는 거 같다. 크고 작은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당장의 인생은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서남용의 최종 꿈이 궁금하다.
점점 나아지는 사람이고 싶다. 사실 개그맨이라는 꿈을 이룬 뒤로는 오랫동안 꿈을 품고 살지 않았다. 그런데 정체기를 겪으면서 목표가 없으면 나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개그맨으로서 확실한 꿈이 있다. 어디에 있든 “저 사람 진짜 웃기다”, “서남용이라는 개그맨 참 재미있더라”라는 말을 듣는 거다. 내가 있는 곳에 찾아오면 무조건 웃을 수 있다는 보증수표를 얻고 싶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았다. 고정 프로그램 없이 20년 동안 희극인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지인들과 나를 보고 웃어준 수많은 사람 덕분이다. 무너지지 않도록 용기와 힘을 북돋워줬던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서남용의 삶에서 가장 큰 화두는 코미디다. 20년 전 개그맨이 되기 위해 상경했을 때부터 오늘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웃기는 방법을 고민했다. 웃음을 주는 일,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서남용은 그 일을 가장 잘하고 싶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문진호
헤어&메이크업
유선미
2022년 04월호

2022년 04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문진호
헤어&메이크업
유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