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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의 세계

배두나는 말했다. 장르·역할·주조연을 따지지 않는 자유로운 배우,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배우이고 싶다고. 그게 바로 그녀의 힘이다.

On February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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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센스8> 등으로 글로벌 배우로 안착한 배두나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 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한민국 시리즈물 최초로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로 <승리호>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했다면 <고요의 바다>는 생경한 영역으로 남아 있는 달 한가운데에 버려진 발해기지를 배경으로 예측 불가한 이야기를 펼쳐간다.

흥행 성적도 좋다. 지난 1월 5일 넷플릭스 글로벌 공식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직후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받았지만 뒷심을 발휘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두나 역시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답게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두나가 맡은 역할은 우주생물학자 ‘송지안’ 박사다. 송지안은 다른 대원들이 우주항공국으로부터 받은 특수 임무에 매진하는 것과 달리 의문의 사고로 폐쇄된 발해기지의 비밀에 남몰래 접근하는 인물이다. 배두나는 “동명의 단편영화를 보고 감독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모험을 좋아하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고요의 바다>는 2014년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동명의 단편영화가 원작이며, 단편을 연출했던 최항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 감독은 “SF물을 좋아했고, 지구와 가깝지만 의외로 드러난 정보가 많지 않은 달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이야기의 시작을 밝혔다. 이어 “<고요의 바다>는 폐쇄된 기지에서 위험에 빠진 대원들의 생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지구와 인류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악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인간의 선함을 믿는 시각으로 그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짧은 이야기를 긴 호흡의 시리즈로 확장시키기 위해 영하 <마더> <미쓰 홍당무>의 각본과 <안시성> <키친>의 각색을 담당했던 박은교 작가가 합류했다. 덧붙여 배우 정우성이 최 감독의 단편영화 <고요의 바다>를 보고 순식간에 매료돼 2016년 개봉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다시 한번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됐다.

배두나의 상대역은 공유다. 극 중 공유는 탐사대장 ‘한윤재’ 역을 맡았다. ‘우주항공국의 레전드’로 냉철하고 절도 있는 모습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그뿐만 아니라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이 출연한다.

정우성은 배두나의 캐스팅에 대해 “현장에 있는 내내 그 캐릭터의 감정 속에 있는 배우다. 스스로를 제어하고 머물러 있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다 감내하면서 훌륭한 캐릭터로 표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딸’로 컴백했다(웃음). 소감이 궁금하다.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있기 전부터 함께 일했다. 출연했던 미드도 넷플릭스 작품이었고 <킹덤> <페르소나>도 함께했다. 넷플릭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김은희 작가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넷플릭스는 자본만 주지 작품에 관한 코멘트는 주지 않는다.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플랫폼이다. 조금 바뀐 게 있다면 이제 순위를 매긴다는 사실이다. <킹덤> 때만 해도 순위가 없었는데, 배우 입장에서 조금 부담이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고요의 바다>는 순위가 잘 나와서 기쁘다.

한국형 SF물에 도전했다.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감독님의 단편영화 <고요의 바다>를 봤는데 몰입도가 상당했다. 기술력이나 과학적인 부분보다 사람의 심리를 좇는 데 있어서 영리하게 SF 작품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한국 예산으로 만드는 SF 작품이 궁금하기도 했다. 가능할까? 그런데 감독님의 단편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심리묘사다. 배우의 얼굴과 심리를 따라가는 묘사라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합류하게 됐다.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어떤가?
굉장히 만족스럽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 그럴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렇듯 아쉬운 부분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정된 시간, 조건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만족감이 크다.

여러 인터뷰에서 원작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 원작과 비교했을 땐 어떤가?
일단 매력이 다르다. 원작은 마치 ‘시’ 같다. 넷플릭스는 시리즈물이다 보니 시보다는 소설에 가깝다. 예산, 자본이 투입됐으니 구현할 수 있는 게 늘어나서 볼거리도 더 많다.

지안과 생존자들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로 끝났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전혀 모른다. 그 누구와도 다음 시즌에 대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그분들도 모를 수 있다.(웃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구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안의 말대로 우주 연구소에서 연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근미래의 이야기, 특히 달에 간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상상에 기대어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힘든 점은 없었나?
예전에 해외에서 SF물을 찍으면서 상상에 기대어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그 전에는 주로 일상 연기를 해오지 않았나. 그런데 그 작품을 하면서 상상력이 필요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덕분에 이번엔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고요의 바다>는 세트 내부가 많이 구현돼 있었다. CG가 거의 없어서 상대적으로 몰입하기가 편했다.
 

“넷플릭스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플랫폼”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주위 반응은 어땠나?
주위에서는 다들 너무 좋아했다. 재미있단다. 전개가 느린 데 비해 긴장감이 끊이지 않아서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긴장감, 인간의 심리…, 그러니까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심리묘사를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 부분이 시청자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달에서의 움직임, 소리, 느낌 등이 화면으로 전달되게끔 연출됐다. 현장은 어땠나?
달 촬영할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헬멧을 쓰면 소리가 안 들리고 웅웅거리기만 한다. 상대방의 대사도, 감독님의 디렉팅도 전혀 안들린다. 그래서 이어폰을 쓰고 디렉션을 들었다. 공간과 분리되는 효과를 얻었다. 어떻게 보면 진짜 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무전하는 대원들의 이야기만 들리니까 더 몰입됐다.

지안이라는 캐릭터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분석했는지도 궁금하다.
애초에 내가 방향을 정하면 감독님과 작가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첫 미팅 때 감독님이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있다. 22살에 박사학위를 딴 과학자니까 논리적으로 보이게 과학적인 용어를 잘 소화했으면 좋겠다고. 그 외의 별도의 디렉팅은 없었다. 혼자서 캐릭터를 상상했고, 또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오히려 모티브를 잡았다. 감독님은 말수가 없고 얼굴이 하얗다. 뭐랄까, 은은한 오타쿠의 느낌이랄까. 감독님의 그런 부분을 보면서 참고를 많이 했다. 지안은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고 사회성이 없다. 아, 물론 감독님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웃음)

<고요의 바다>는 자원 부족, 기후 변화, 자원 경쟁, 계급 문제, 연구 윤리 등 여러 주제를 관통한다. 작품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뭔가?
자원 부족, 기후 변화, 자원 경쟁, 계급 문제, 연구 윤리 등 다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촬영하는 동안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북극의 빙하 감소, 지구온난화 등 이변 현상이 일어나면서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 관측들이 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실제로 ‘지구에 물이 없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한 적이 있나?
당연하다. 상상하지 않으면 연기를 못 한다. 영화 <터널>을 찍었을 때도 터널을 지날 때마다 무서웠고, 트렁크에 물을 한 박스씩 싣고 다녔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낭비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주는 긍정적 영향이 아닐까 싶다.

<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에 파리의 한 식당에서 정우성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선배님도 배우니까 아신다.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매니지먼트를 통하지 않고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읽어봤느냐고만 물으시더라. 정우성 선배는 거의 매일 현장에 나왔다. 그런 제작자는 처음 봤다. 마치 스태프 같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의상부터 촬영 세트 등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입다 입다 이제 우주복까지 입는구나 싶었다. 배우가 정말 좋은 직업인 게 많은 사람의 삶을 겪어본다는 것이다.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초반 며칠만 그랬다. 우주복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웃음) 다행스러운 건 배우들과 케미가 정말 좋았다. 사실 괴로울 수 있는 촬영 여건이었다. 몸도 무겁고 어깨도 망가진다. 그런데 사람들도 너무너무 좋고 호흡도 좋아서 서로 위로하며 버텼다. 현장 사진만 봐도 내가 전부 웃고 있더라. 힘들지만 서로 웃게 해주려고 노력했던 촬영장이었다. 그래서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 있다.

와플을 만들어 와서 현장에서 제작진과 나눠 먹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작품을 하면 몸이 점점 고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극한 상황에 처한다. 이 작품의 경우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처음 시도하는 ‘달’에 관한 이야기다. 그 의미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여러 어려움을 풀고자 하는 나름의 시도였다. 나는 늘 촬영장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 나의 작은 노력이다.

달리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고요의 바다>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그동안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해서 몸을 쓰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우주복의 무게감 덕에 승모근이 발달하긴 했지만 이건 고생 축에도 못 낀다. 사실 가장 어려웠던 건 ‘마음’이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선을 따라오게 해야 하는 역할이라 그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모든 장면이 중요했다. 은둔형 외톨이 캐릭터다.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라 그 감정을 섬세하게 가져가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두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혹평이 나온 이유 중 하나가 호흡이 긴 점을 말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2년 전쯤 외국에 있을 때 대본을 받았다. 사실 대본을 보기 전에 단편을 보고 반해서 출연을 결심했다. 아, 혹평을 나도 봤다. 상업영화 특유의 자극적인 골든타임 공식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공식을 따라가지 않았다. 이 작품은 고요하다.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영화이지 외부에서 파도가 일진 않는다. 자극적인 게 좋으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다. 개인의 취향과 의견을 존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다는 평이 많이 올라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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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나한테 잘해주자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장르를 가리거나 역할, 주연·조연을 따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걸 다 할 것이다.

행복하고 싶다, 웃고 싶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열일하는 배우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몸을 사릴 필요가 없고, 더 많이 부딪히고 경험하는 게 결국 나의 전투력이 될 거라는 생각.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찍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으니까. 각각의 매력이 있다. 해외에서 느끼지 못하는 걸 국내 작품을 하면서 느낀다. 나름 힐링이 되기도 한다. 우리 문화를 공유하는 현장을 느끼는 게 너무 좋다. 물론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는 해외 현장도 재미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무척 바쁘게 지냈다. 지금도 나는 장르를 가리거나 역할, 주연·조연을 따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걸 다 할 것이다.

배두나라는 배우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 된 작품은 무엇인가?
몇 번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였다. 이후 10여 년간 그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 꽂혀 있었던 거 같다. 두 번째는 <공기인형>이었고 그 후부터 SF 장르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세 번째는 영화 <도희야>다. 그 이후부터 아이가 나오는 작품을 연달아 찍었다. 어린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지 않나. 조카가 생긴 뒤 더욱 영향을 받은 거 같다.

지난 20년간 한국 콘텐츠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중심에서 그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며 함께 성장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소회가 궁금하다.
1999년에 영화계에 데뷔했다. 운이 좋았던 게 그때가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였다. 이후 변화가 정말 빨랐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뭐든 좋다.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와 작업하면서 많은 걸 깨쳤고 시야도 넓어졌다. 자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2022년 새해 소망은?
예전엔 그러질 않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나한테 잘해주자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싶다. 나는 스트레스 안 받고 웃으면서 살고 싶다. 쉬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1월 중순부터 다음 작품에 곧바로 들어간다.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님의 두 번째 영화 <다음 소희>에 출연한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2년 02월호

2022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