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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시하게 나이 들기

켜켜이 쌓아온 자신만의 취향에 성숙함과 여유로움의 판타지를 곁들인 중년 여인의 모습이야말로 시크함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On January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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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delloru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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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_wintourofficial

언제부턴가 새해가 오는 게 달갑지가 않다. 모든 걸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다짐도 잠시, ‘또 한 살 먹었구나’라는 생각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영원할 것 같은 젊음도 금세 시들어버리는 한 송이 꽃일 뿐인 것을.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어제보다 분명 하루 더 늙은 모습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서글퍼지는 것 같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운 생각이 바닥을 칠 무렵, 컴퓨터 화면에 플레이되던 2022 S/S 컬렉션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오미 캠벨, 케이트 모스, 앰버 발레타, 밀라 요보비치 등 1990년대를 풍미한 슈퍼모델들이 뭘 입어도 예쁜 나이의 ‘꽃청춘’ 모델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캣워크를 활보하며 시선을 붙잡았기 때문. 비록 어린 모델들처럼 주름 하나 없는 탄력 넘치는 피부, 전성기 시절의 바비 인형 같은 완벽한 몸매는 아니어도 관록이 묻어나는 완숙한 아름다움은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젊은 패션학도들이 제일 먼저 꼽는 롤 모델이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의 플래시 세례를 독차지하는 카린 로이펠드, 안나 윈투어, 프랑카 소차니, 안나 델로 루소 등은 모두 50대로 중년을 넘긴 지 오래. 스타일리시한 룩으로 ‘완판의 여왕’이라 불리던 김혜수, 김희애, 이영애, 고현정 같은 국내 여배우들 역시 50대가 된 지금도 패션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며 명불허전 멋진 언니의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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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neroitf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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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 나이엔 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깬 자유로운 스타일링이다. 타이트한 펜슬 스커트나 하늘하늘한 드레이핑 드레스로 여성미를 드러내고, 때론 후디와 데님 쇼츠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섣불리 외모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여전히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시크한 시니어의 귀감이 되고 있다.

나이 들어가며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이 먹는 것이 뭐 대수일까 싶어지며 평온한 마음이 회복되고 우울의 늪에서 생각보다 빨리 탈출할 수 있었다.

지난 2014년 출판된 시니어 패션 블로거 아리 세스 코헨의 스타일북 <어드밴스드 스타일>은 우아한 태도와 자신감만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스타일리시할 수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은발 패피들의 스타일은 자신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진 일생이 응고된 취향이기에 더욱 근사해 보인다. 이들의 패셔너블한 모습을 담아낸 사진가 코헨은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는 ‘old’를 나쁜 의미의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풍부한 경험을 지녔고,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그래서 한 차원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사진집에 담긴 이들의 패션은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삶 자체의 모습이다.”

이렇듯 여자의 진짜 스타일은 나이 드는 것과 동시에 드러나는 법. 눈에 보이는 신체적 조건보다 평생에 걸쳐 켜켜이 쌓아온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옷차림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내면에 숨겨진 성숙하고 강인한 여성미가 더해진 우아한 스타일은 나이가 들어서야 지닐 수 있는 ‘성숙함’과 ‘여유로움’의 판타지를 젊은 층에 전하기에 충분하다.

지금부터라도 트렌드에 마음을 열고, 자신의 취향에 깊이 관심을 기울여볼 것. 오늘보다 하루 늙은 내일일지라도 오늘보다 내일 더 멋져지기를 꿈꾸는 젊은 마음만 있다면 한결 여유롭고 우아하고 근사한 시니어가 될 수 있으리라. 오랜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자신만의 우아한 스타일 내공을 조용히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찬란한 젊음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스타일리시하고 시크한 여인의 모습일 테니까.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사진
인스타그램(인물), 쇼비트(컬렉션)
2022년 01월호

2022년 01월호

에디터
정소나
사진
인스타그램(인물), 쇼비트(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