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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X-FILE, 아이돌 가스라이팅

가요업계에는 ‘만나지 말아야 할’,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요주의 인물이 몇 있다. 만났다 하면 인생이 망가져버리는, 이른바 아이돌 가스라이팅.

On November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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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요업계에는 암암리에, 또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몇 가지 룰이 있다. 업계 관계자끼리는 상도덕 지키기, 가수들끼리는 서로의 음악적 색깔 존중하기 등과 같은 긍정적 상호작용을 위한 룰이다. 그런데 인상적인 한 가지가 있다. ‘A군과는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기’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더라도 최소한의 대화만 나눌 뿐 깊은 관계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A군 기피 룰’이다.

A군은 나름대로 촉망받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다. 귀여운 외모와 반전 몸매, 여기에 더 반전인 춤·노래 실력을 갖춘 떠오르는 신예였다. 데뷔 초에는 이른바 ‘슈퍼 루키’였다. 한데 업계는 물론 언론과 평단, 해외에서도 눈여겨보던 아이돌 그룹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A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A군은 ‘아이돌 가스라이팅’의 1인자였다.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건 물론이고, 소속사와 멤버 사이에 불협화음을 조장했다. 서로 간의 오해와 불신이 쌓이면서 불화가 이어졌고, 결국 팀이 해체까지 됐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언론사 인터뷰에서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은 동료 멤버 B군이 혹시나 소속사 대표에게 혼나지는 않을까, 괜한 말실수로 팬들에게 오해를 주는 건 아닐까 하며 노심초사하자 A군이 위로한답시고 건넨 한마디. “대표님도 형이 말실수할까 봐 걱정하시는 눈치더라. 그래도 괜찮을 거야.” 가스라이팅이었다. 예전과 달리 소심하게 행동하는 B군을 못마땅하게 여긴 대표와 그런 대표의 눈치를 보느라 점점 더 소심해진 B군은 결국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A군의 가스라이팅은 팀 내에서만 행해졌던 건 아니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의 나쁜 습관은 점점 심해져갔다. 함께 출연했던 C군과 절친으로 비치면서 ‘훈훈 브로맨스’를 만들어냈지만 사실 A군과 C군은 가스라이팅에 의한 종속 관계였다. A군의 가스라이팅 수법은 단순했다. ‘먼저 친해지기, 무작정 잘해주기, 상대방의 마음이 열렸다 싶을 때 온갖 말과 행동으로 멘탈 무너뜨리기’였다.

C군에 대한 작업도 그렇게 진행됐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조금 친해졌다 싶을 때 무작정 잘해주기 시작했고, 새벽마다 불러내 함께 술을 마시면서 C군에게 가스라이팅했다.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소속사에서 안 좋아하는 거야”, “네가 아직도 무명인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내가 도와줄게”와 같은 말로 C군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소속사에 대한 반감을 품게 했고, 자기가 도와주겠다는 말로 그를 현혹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C군이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키워준 소속사에 대한 배신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이유라고 하면 A군의 지시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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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가스라이팅으로 주변 가수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A군의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소속사는 결국 그를 방출했다. 방출도 쉽지 않았다. 사유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가스라이팅을 입증할 방법도 없었고, 피해자들이 증언해줄 리도 만무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속사 대표는 A군의 온갖 악행에 대한 내용을 모으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그가 방출되면서 사실상 소속 그룹의 활동도 종료됐지만 그래도 대표의 선택은 확고했다. ‘못된 사람은 키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건 소속사에서 방출된 A군의 ‘가스라이팅 행태’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성의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가수 D씨가 소속사 대표의 속을 썩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A군의 가스라이팅에 당한 거였다.

A군과 D씨가 만난 건 모 웹 예능 프로그램 촬영장. 출연자로 만났지만 가요계 선후배라는 이유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건 A군이 D씨를 자신의 아지트로 초대하면서부터다. 그 자리에는 동료 선후배 몇 명이 함께 있었다.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일탈도 없이 건전하게 성장해온 D씨에겐 센세이션한 경험이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D씨는 그날의 기억을 “신세계를 맛봤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얼마 후 D씨는 대표에게 “가수가 하기 싫다”고 선포 아닌 선포를 했다. 그를 키우기 위해 전재산을 쏟아부은 대표에게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알고 보니 그를 조종한 건 A군이었다. “회사를 나오면 더 좋은 세계가 있다”, “네가 못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못하는 거다”, “도와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으니 정리해라”는 그의 말에 넘어간 D씨는 결국 도의를 저버린 선택으로 모두에게 신임을 잃고 말았다.

본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그의 ‘가스라이팅’은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CREDIT INFO

취재
강안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취재
강안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