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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의 유니버스

주안이는 우주에 푹 빠져 있다. 주안이의 관심사는 각종 행성의 질량 차이, 크기,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이다.

On November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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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서 별자리를 보러 가다가 한 컷.


가끔 밤에 주안이와 걸으면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에 보이는 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우리가 선 위치에서 볼 수 있는 별들이 무엇인지 찾아보면서 함께 기뻐하는 게 근래 최고의 낙이다. 참 다행인 건 요즘 하늘이 맑아 별이 잘 보이는 편이다. 우리는 앱을 이용해 별을 찾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줌을 당겨 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과 비교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때 샀던 망원경으로 별을 보며 즐거워한다. 하루는 주안이가 내게 DSLR 카메라를 설치해 ISO 조정과 셔터 스피드를 조정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주안이는 별 사진을 찍고 “조금 더 확대는 안 돼?”라며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고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주안이는 천체망원경을 사달라고 했다. 주안이의 얼굴을 보니 쉽사리 넘어갈 것 같지 않은 표정이었다.

“띠가 있는 행성 이름이 뭐였지? 목성이었나? 화성이었나? 아빠는 늘 그게 헷갈리더라고”라고 운을 떼자 “아빠, 당연히 토성이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다시 “화성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데, 주안이는 가보고 싶어?”라고 물었고, 주안이는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별을 찾아보는 게 재미있어. 인터넷에 나오는 사진처럼 나도 내 눈으로 한번 보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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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가 엄마와 함께 만든 아침.


아들의 진심이 우리 부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꽤 큰마음을 먹고 성능이 괜찮다는 천체망원경을 구매했다. 천체망원경 구입은 난생처음이라 크기가 가늠되지 않고,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구입을 망설였지만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우리 부부는 큰 결심을 했다. 아들의 풍부한 상상력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구입한 천체망원경은 생각보다 더 컸다. 우리 부부는 “금액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반면 주안이는 듬직한(?) 천체망원경이 생겨서 기뻐했다. 어서 빨리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천체망원경이 도착한 날 밤에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려 도저히 별을 볼 수가 없는 날씨였다. 주안이가 크게 실망할 것 같아 위로의 말을 생각하고 다가갔는데, 이 녀석의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미 날씨를 알고 있는 듯했다. 주안이는 내게 별을 보려면 구름이 없고 주변이 어두워야 하는 등등 별을 보기 위한 조건을 설명했다. 비가 와서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기다릴 준비가 된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꼬꼬마’가 아니었다.

그 후 일상에서 주안이의 의젓한 모습들이 보였고, 나는 자연스레 주안이에게 의지하는 것들도 생겼다. 식사 시간에, 식탁에 수저 놓기나 자기 전 불 끄기 등을 부탁했다. 그뿐만 아니다. 주안이에게 아빠가 일할 땐 엄마를 잘 지켜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라는 말을 해왔는데, 주안이가 의젓하게 나의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주안이가 건강하고 밝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늘보다 내일 더 주안이를 존중하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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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산을 간 주안이는 화석이라며 돌을 주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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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한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