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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치유의 공간, 서울

힐링이라는 단어가 절실해진 요즘. 일상과 분리되어 숨을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On November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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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버릿 용산

집도 회사도 용산에 있다. 이 지겨운 용산이 어느 날부터인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에디터 하은정

<우먼센스>에 입사하면서 사옥이 용산에 있어 운명적으로 용산과 만나게 됐다. 내 몸 편할 것부터 찾는 본능적 인생인지라 자연스레 강남에서 용산으로 이사를 감행했고, 그렇게 나는 내 삶에서 용산을 맞이했다. 어언 10여 년 전 일이다.

처음 만난 용산은 잿빛 도시였다. 회사 부근(용산역) 환경은 사창가를 비롯해 허름한 식당가와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 전자상가로 이어지는 굴다리 등등 정비되지 않은 그 자체가 용산의 색깔이었다. 트렌드 최전방에서 보고 들은 것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매거진 기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환경임은 분명했다. 뭐랄까, 용산은 도시 전체가 쓰디쓴 소주와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입사 이후 6~7년간은 골목 어귀 허름한 식당에서 그리도 쓴 소주를 마셔댔다.

한남동 어귀에 자리한 집 주변은 회사 부근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브런치 카페가 즐비했고, 지적 허영심까지 충족되는 부촌이었다. 옆 동네인 이태원과는 또 다른 이국적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고백하자면, 이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미 용산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특이하고 매력적인 집이 참 많았다. 과거 미군 전용 호텔이 아파트로 변신한 경우도 꽤 있었고, 복층 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과거 미군 전용 타운하우스들도 있었다. 지금은 젊은 예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데, 그 낯선 분위기가 참 낭만스러웠다.

당시 회사 사무실은 용산역 집장촌 코앞에 있었다. 스산하고 음산했다. 현재 그 자리엔 입이 떡 벌어지는 고급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고, 맞은편엔 백화점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용산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곳이 됐다.

한남동과 이태원 그리고 그 사이 보광동, 삼각지역까지 쭉 이어지는 ‘용리단길’은 용산의 대표 핫 스폿이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트렌드세터들을 유혹한다. 브런치 카페와 고급 바, 명품 브랜드,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남동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집들이 즐비하다.

바로 옆 재개발을 앞둔 보광동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빵집 ‘코끼리 베이글’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깃집 골목, 커피 맛집 ‘할카페’ 본점, 명불허전 ‘동아냉면’ 본점을 비롯해 허름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맛집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이어지는 이태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일무이한 색깔을 지닌 곳이다.

회사 부근인 용리단길은 또 어떤가? 그야말로 젊은 커플들과 인플루언서들로 북적인다. 오늘과 내일이 다를 정도로 핫 플레이스가 속속 생기고, SNS 성지도 여럿 있다. 체인점 카페보다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소규모 카페가 즐비한 것도 좋다. 중간중간 ‘프로 용산러’만 아는 비밀 맛집이 숨어 있는 것도 내겐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여전히 용산 골목골목을 거니는 걸 좋아한다. 유행의 최첨단과 빈티지가 적절히 믹스돼 ‘레트로’라는 새로운 색깔을 내고 있고, 한강과 남산을 끼고 있는 자연환경도 참 좋다.

강남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오는 길, 한남대교 위에 오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긴 여행을 끝내고 용산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안도하게 된다. 용산에서 마시는 술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내가 발붙이고 있는 이곳이 천국이다. 이제 곧 재개발에 들어갈 용산이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용산은, 사랑과 낭만이 출렁이던 나의 청춘 그 자체다. 용산은 내게 그런 곳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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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 가도 거룩한 숲과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들이 있어 좋다. 에디터 송정은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고 파리에 뤽상부르 공원이 있다면 서울에는 올림픽공원이 있다.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숲과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들이 있어 좋다. 계절이 바뀔 때, 햇살이 좋을 때, 바람이 좋을때, 눈이 올 때, 마음에 여유가 필요할 때 등 내가 올림픽공원을 아침, 저녁, 주말, 계절 관계없이 찾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어느 주말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올림픽공원으로 간다. 오전 8~10시 사이, 인적이 드물고 잠에서 갓 깨어난 자연의 숨소리가 들리는 아침 시간대에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시작으로 88호수를 지나는 코스를 산책하고, 만남의광장 끝자락에 위치한 베이커리 가게에 들러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좋아한다. 뭐랄까, 멀리 가지 않고도 잘 조경된 리조트나 호텔의 산책로를 한 바퀴 쓱 돌고 조식을 먹은 느낌이랄까?

마음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날에도 올림픽공원을 찾아 걷는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경적과 소음이 난무한 도심 한복판이 아닌 울창한 나무숲 사이를 거닐며 자연의 소리로 귀를 씻어낼 수 있는 공간에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이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며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니까.

마음 상태에 따라 숲의 울창함의 정도, 언덕의 높고낮이, 인적이 드문 곳과 생기·활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올림픽공원의 산책로는 다양하다. 내 발이 닿는 곳이 곧 산책로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처음 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고, 두 번째 가더라도 처음에 갔던 그곳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드넓다. 그래서 복잡하지 않고 늘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이다.

11월, 올림픽공원에 간다면 지도와 안내판을 찾아가며 꼭 한번 들러야 할 코스가 있다. 바로 황화코스모스가 만개한 들꽃마루다. 드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에 펼쳐진 노랗게 물든 코스모스를 보고 있으면 비로소 ‘가을이 왔구나’ 하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송정은
일러스트
슬로우어스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송정은
일러스트
슬로우어스